언론계·시민단체, 공영방송 3사 이사 29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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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언론 이사추천위 발족…"박근혜 대통령, 공영방송 지배구조 대선 공약 이행해야"

오는 7월과 8월 공영방송인 KBS와 MBC(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EBS 이사들의 임기가 종료되는 가운데 24일 언론노조와 언론학회, 시민사회단체가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를 구성하고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추천위는 현재 여야 7대 4(KBS 이사회), 6대 3(방문진), 7대 2(EBS 이사회) 비율로 불균등하게, 여야 정파의 이해를 사실상 대리하는 인물들로 구성된 공영방송 이사회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직접 적임자를 찾아 선임·추천 권한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일괄 공동 추천하겠다는 방침이다. 방통위는 내주께 KBS와 방문진 이사 모집을 공고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추천위 발족 기자회견에서는 공영방송 이사회를 왜 ‘제대로’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들이 쏟아져 나왔다. 비단 언론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 공영언론 이사추천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공정하고 독립된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의 중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언론노조

“지난 주말 (회사의 노조파괴 의혹 속에서) 사업장을 지키던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퍼날랐던 말은 딱 하나였다 ‘시민 여러분, 그리고 기자 여러분 (우리에게) 와 주십시오’라는 것이었다. 몇 달 동안 호소했지만 아무도(어떤 언론도) 오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6월 22일) 최악의 유혈사태와 폭력이 벌어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회사 측의) 폭력을 막은 건 경찰이 아니라 기자들이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이유다. 자본과 정권에 빼앗긴 공영언론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언론이 다시 평등과 민주주의를 위해 일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역할을 공영언론의 이사회가 해야 한다.”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

“최근 방송을 보면 여성을 혐오하는 내용이, 여성의 몸을 왜곡되게 인식하며 성형 과정을 보여주는 과정이 버젓이 나온다. 사회가 어려워지면서 여성과 소수자들이 공격당하고 있지만 오히려 방송에선 (이에 동조하는 모습이) 그대로 나간다. 이게 바로 공영방송 이사 추천 과정에 참여하게 된 이유다. 공정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공영방송을 운영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만들어 더 이상 여성과 소수자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내용을 방송할 수 없도록, 공영방송이 진정으로 공영방송답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문자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최근 언론들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어떻게 보도했는지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결과는 참담했다. 4대강 사업에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언론들은 적극 지지하거나 암묵적 동의를 보냈다. 4대강 사업만 진행되면 가뭄이 없어질 거라 했는데 지금 현실이 어떠한가. 이런 터무니없는 결과는 언론이 제 역할만 했어도 막을 수 있었다. 언론이 국민의 편에서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염형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총장)

추천위는 “공영방송에서 사라진 공정성과 자율성, 다양성을 되살려 내야만” 작금의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공영언론의 이사를 제대로 뽑는 건 공영언론의 사장을 직접 뽑는 일과 직결 되고, 사장을 제대로 뽑는 일은 각 사뿐 아니라 대한민국 언론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의 사장은 경영과 인사 등을 총괄하는데, 그동안 정파적 이해에 충실한 공영방송 이사들이 선출한 사장들은 정부와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인들을 해고하거나 보도·제작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휘둘렀다는 문제제기다.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공영방송의 이사와 사장이라면 공익의 관점에서 공영방송을 운영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공익을 참칭하는 방송장악 돌격대, 하수인들이 자리를 차지해 왔다”며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경영진과 이사진들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 이런 추천위를 구성·운영하고, 나아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보도·제작 책임자 직선제 혹은 임명동의제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언론노조와 시민사회단체가 24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공영언론 이사추천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추천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공영방송 정상화와 공정방송 회복에 앞장 설 이사 후보 적임자들을 공개 모집하고 시민사회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추천을 통해 최종 후보를 선정, 방통위와 여야 정치권에 직접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추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천위는 또한 “후보자 추천에 머무르지 않고 공영방송 이사회의 활동을 면밀하게 평가하고, 과제를 도출하는 작업은 물론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제도의 개선 또한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천위는 관례적으로 공영방송 이사들을 추천해오고 있는 여야 정치권에 대해서도 “공영방송 이사를 자리 나눠먹기의 대상으로 삼을 게 아니라 검증되고 증명된 후보자가 이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공추위의 추천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지금 당장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대선 공약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영방송 이사추천을 위해 추천위는 6인의 공동대표단(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정문자 여성연합 공동대표, 유선영 한국언론정보학회장,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를 구성했다.

또 각 분야에서 선임한 8인의 추천위원회를 통해 △공영방송의 독립에 대한 이해와 비전 △공영방송 경영에 대한 분석과 판단 능력 △최고 의결기구 구성원으로서의 추진 능력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경력 △공적 가치에 대한 신념과 공적책무 실천 경력 등을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29인(KBS·EBS이사회, 방문진)의 이사 후보를 결정할 계획이다. 추천위는 비공개로 운영된다. 박석운 공동대표는 “공정한 추천을 위해 사전 공개를 하지 않을 뿐, 향후 추천자 명단과 함께 추천위원 명단도 공개하려 한다”고 말했다.

단, 공추위 공동대표단과 추천위원은 이사 후보자가 될 수 없고, 각 언론사별 이사 후보자의 중복 등록을 제한했다. 공추위 공모에 접수했다 탈락한 인사에 대해서도 방통위 개별 등록 금지를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조능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3년 전 KBS 이사회 구성 당시 이사추천위를 운영하긴 했지만 언론계와 전 시민사회가 함께 모든 공영방송의 이사 추천을 위해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조 본부장은 이어 “지난해 황우석 사태의 진실을 추적했던 한학수 PD를 (회사에서) 스케이트장 관리 업무를 하는 부서로 발령했는데 당시 MBC 구성원들과 (야당 추천) 이사들, 시민사회까지 나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여권 추천의) 한 이사는 ‘능력을 인정받아 적재적소에 발령이 난 건데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보였다”며 “최소한 이런 사람이 이사가 되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나. 시민사회 추천이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추천위는 오는 30일 오후 3시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공영방송 이사회 활동 평가와 과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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