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7년…기억하라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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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언론인 해직 7년] 언론인 6명 해직 7년, 3명만 복직…노종면 “가장 큰 적은 시간이었다”

“만약 제가 죽어서 기독교적인 내세가 있어서 천당과 지옥이 있다고 한다면, 저는 지옥불에 떨어져서, 계속 죽지는 못할 거 아니겠습니까? 계속 제 몸이 불길에 지져지고 또 아니면 시지프스처럼 매일 바위를 올린다 하더라도 보고 싶어요. 눈을 똑바로 뜨고. 천당에 있는 이명박과 아니면 나중에 목사가 됐던 고문경관 이근안, 이런 사람들이 거기서 천당에서 웃는 모습을 제가 인두질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보고 싶어요. 그게 또 인간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항상 생각하지는 않지만 가끔씩 이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해고 이후. 그러면서 견뎌내야 한다고, 설사 지금이 지옥불이라 할지라도.”(우장균 YTN 기자)

▲ YTN 해직 사태 7년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연출 김진혁)가 상영 중이다. ⓒ언론노조

우장균 YTN 기자의 말로 시작된 YTN 해직 사태 전말을 다룬 1시간 10분여 가량의 다큐멘터리가 끝난 후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눈물을 삼키거나 훔치거나 하기에 바빴다. 지난 2008년 해직된 후 여전히 거리에 내몰려 있는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 지난해 복직한 우장균, 권석재, 정유신 기자 역시 눈물을 흘리거나 깊은 한숨 같은 탄식을 내뱉었다. YTN 구성원들은 해직 7년, 그리고 공정방송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구성원들의 7년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해직 7년…기억하라 2008’이라는 행사를 마련했다.

언론노조 YTN지부(위원장 권영희, 이하 YTN지부)는 6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상암동 YTN 사옥 1층 미디어홀에서 ‘해직 7년…기억하라 2008’ 행사를 열었다. 2008년 이후 무엇을 위해 함께 싸웠고, 6명의 기자는 왜 해직을 당했고, 또 아직 돌아오지 못한 세 사람을 기다리며 공정방송을 위해 노력하자는 자리였다. 그리고 2015년 10월 6일은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우장균, 권석재, 정유신 기자가 해고통보를 받은 지 2557일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권영희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권 위원장은 “행사를 준비해 준 여러 조합원들이 고맙고, 7년이란 긴 세월 동안 공정방송이란 이름으로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켜준 여섯 분의 동료에게 감사하다. 여섯 분과 함께 공정방송을 해나가기 위해 항상 애쓰고 있는 조합원에게 가장 큰 감사를 드리고 싶다”며 “영상을 보면 7년의 기록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 영상을 보고 해직 사태 해결과 공정방송을 위한 새로운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가 “언론인 모두에게 중요한 시기인 지난 7년”이라고 표현한 시간을 담은 영상 속에는 6명의 해직 기자의 모습을 통해 지난 이명박 정권 이후 언론의 공정성과 자율성이 어떻게 훼손됐는지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 아직 해직 상태인 기자와 복직한 전 해직 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사진 왼쪽부터 우장균,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권석재, 정유신 기자. ⓒ언론노조

군데군데 하얗게 바란 머리칼을 가지고 다큐멘터리를 지켜보는 6명의 기자의 모습과 달리 영상 속 그들은 까만 머리였다. 그들의, 그리고 YTN 구성원들의 젊었을 적 모습에 영상을 보던 사람들은 “젊었네”라며 웃으며 지난 시간을 복기하기도 했다.

구본홍, 배석규로 이어지는 시간 동안 ‘공정방송 회복’과 ‘해직자 복직’을 외치는 날들은 계속됐다. 해직 2244일 만에 나온 대법원 판결은 반쪽짜리였다. 권석재, 정유신, 우장균 기자는 ‘해고는 위법’하다는 판결로 회사로 돌아가게 됐지만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는 돌아가지 못했다. 공정방송 회복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영상이 끝난 후 우장균 기자는 “어떻게 운 좋게 살아 돌아왔는데, 살아도 산 것이 아니겠죠”라며 돌아오지 못한 세 명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 세 명 동지들이 살아오는 날까지 여러분과 함께 이기는 날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 YTN 해직 기자들이 해직 7년을 맞은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우장균,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권석재, 정유신 기자. ⓒ언론노조

우 기자의 말에 노종면 기자는 “선배의 총기가 흐려진 것 같다”며 “‘6’이라는 상징적 숫자에 대입한다면 여섯 명 중 반은 이겼다. 나머지 반이 여러분과 함께 조금 더 힘을 내서 승리를 맛보면 된다”고 말했다.

노 기자는 “공정방송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우리들의 결심에서 시작됐다. 복직 투쟁에서 승리할 것인가 말 것인가, 2008년 시작된 싸움을 우리 손으로 끝낼 것인가, 말 것인가는 우리들의 결심에서 출발한다”며 “가장 큰 적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기자는 7년의 시간 속에서 자신들보다 안에서 싸웠을 동료・후배들이 더 힘들었을 거라며 “답답한 상황, 인사 불이익, 비정상적 회사 생활을 이겨내고 맞닥뜨리고 있기에 어찌 보면 해직 7년은 우리의 힘든 시간이라기보다 여러분들의 힘든 시간이고, 힘듦의 크기는 더 크다고 생각한다. 같이 결심했으면 한다. 끝장 보기로”라고 말했다.

▲ 1시간 10분여의 YTN 해직 사태 7년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연출 김진혁)가 끝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조승호, 권석재, 정유신 기자. ⓒ언론노조

현덕수 기자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계속 ‘내가 2008년 왜 저랬지?’ 여러 번 생각하게 됐다”며 “2008년 이전 14~15년 동안 YTN은 내게 많은 걸 줬다. YTN이 내게 해준 게 너무 많아서 2008년 당시 내가 YTN을 위해 뭘 해야 할 것인가 생각하면서 결국은 그런 일들을 그렇게 맞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현 기자는 “매달 한 번씩 머리에 검은 물을 들이지 않으면 흰머리가 부담스러워지는 나이가 됐다. 우리 여섯 명이 그림에 나왔듯이 겉모습은 많이 변했지만 그런 마음을 끝까지 갖고 갈 것”이라며 “여러분도 그런 생각을 같이 해주리라 굳은 믿음, 그런 바람을 가져본다”고 말했다.

권석재 기자는 “여러분들이 같이 해주셔서 지금까지 시간을 같이 할 수 있지 않았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아직까지 여러분들이 저희들이랑 같이 해주셔서 큰 힘이 된다”며 거듭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정유신 기자는 김진혁 교수에게 7년이란 세월을 기록하고 기억할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말한 뒤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간신히 말을 이어갔지만 내내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참 징하게 지내온 시간인 거 같습니다. 1년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7년이 되고, 회사 앞 길거리, 호프집에서 별의별 행사를 다 해보고 등산도 해봤는데 이렇게 좋은 홀에서 영화까지 보는 시간이 올지…. (중략) YTN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조 선배, 노 선배, 현 선배 인생에서 YTN을 빼면 아무것도 없는데, 다 바친 사람들, 이 보석을 밖에 두고 왜 쓰지 않는지 납득이 안 됩니다.”

조승호 기자는 공정방송을 위해 싸웠던 만큼 YTN이 어떻게 하면 공정방송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쓴 소리를 했다. 자신들 뿐 아니라 YTN 모든 구성원들이 공정방송을 염원해왔고 지금도 염원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조 기자는 “7년 동안 우리가 잃은 게 꽤 많이 있고 대표적인 게 해직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그게 잃은 것 중 가장 큰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정성을 잃어버린 게 가장 크다. 마치 해직자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그게 우리에게 가장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 기자는 “10월 6일 저녁 6시 35분쯤이었다. 해직됐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그 시간이 7년이 지났다. 이런 행사를 매년 하고 해직자가 돌아와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이 감사하다”며 “나머지 1년 중 364일은 YTN의 공정성을 어떻게 하면 회복할지, 뉴스 경쟁력을 얼마만큼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노종면, 권석재, 우장균, 정유신, 현덕수, 조승호 YTN 기자의 모습이 실린 YTN 노보. ⓒ언론노조 YTN지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도 YTN 구성원들에게 힘을 북돋아 줬다. 손관수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여섯 분, 그리고 우리가 또 기억해야 할 세 분들의 지난한 투쟁들, 이 분들과 함께 한 여러분들의 행보를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며 “YTN의 미래에 반드시 새로운 힘으로 솟아날 것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생생한 기록을 보니 YTN 노조와 언론노조가 더 힘이 강해져서 아직 일터로 돌아오고 있지 못한 우리 동료들을 꼭 데려와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얼마 전 국제사무금융서비스노조 아시아 지역 사무총장이 언론노조를 방문했는데, 그 분한테는 헌법에 민주주의공화국으로 규정된 나라에서 이런 야만이 일어나는 것, 그런 야만에도 불구하고 올곧은 언론인들이 굳건하게 맞서 싸운다는 것이 경이로웠던 거 같다. 이제 공정보도를 외치다 잠시 떠난 동료들이 원래 있던 일터로 돌아오게 해서 세 번째 경이를 세계에 알리자”고 강조했다.

▲ 2015년 10월 6일은 지난 2008년 10월 6일 YTN 기자 6명이 해직된 지 2557일째 되는 날이다. YTN노조에서 해직일을 카운트하고 있는 모습.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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