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피칭의 모든 것 ③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기형 PD의 글로벌 프로듀싱] 피칭의 실제와 후속 비즈니스

<2편에서 이어짐>

피칭 프리젠테이션

피칭 포럼에서 하는 발표는 프로듀서에게 설레고 놀라운 경험이다. 가슴속에 담아 두었던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놓는 멍석 깔린 자리이기 때문이다. 프로듀서는 열과 성을 다해 디시전 메이커들을 설득하고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던진다. 세계 유명 채널의 디시전 메이커들이 프로듀서의 발표에 시선을 집중하고 귀를 기울일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비즈니스를 넘어, 그 자체로 매우 지적인 소통과 교류이다. 일반적으로 한 프로젝트에 주어지는 피칭 시간은 15분이다. 초반 7분은 제작자가 자유롭게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이다. 유념해야 할 것은 이 7분에 트레일러 상영 시간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트레일러가 3분 정도의 분량이라고 생각하면 실제 기획안 발표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많아야 4분 정도다. 중요한 것은 이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효과적으로 디시전 메이커들의 마음을 사로잡느냐다. 대개  짧은 인사로 시작하여 프로젝트 개요를 발표하고 트레일러 상영 이후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발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주최 측에서는 프로듀서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종료 1분 전’ 혹은 ‘30초 전’ 등으로 신호를 주며, 주어진 시간 내에 발표를 마칠 것을 강제한다. 모든 참가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한 방법이다. 따라서 발표자는 시간을 제대로 안배하도록 힘써야 한다. 자칫 시간이 부족해서 중요한 강조 사항을 제대로 전달 못하고 마무리 짓는 경우도 있다. 피칭에 주어진 15분 가운데, 전반 7분의 발표와 사회자의 진행 시간 대략 1분을 빼면, 후반 7분 정도가 디시전 메이커들이 들려주는 조언과 피드백(feedback) 그리고 그들의 질문에 프로듀서들이 응답하는 시간이다.

▲ 인천다큐멘터리포트 ⓒ인천영상위원회

피칭에서 프레젠테이션은 단순히 구두로 생각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서 펼치는 종합 퍼포먼스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단지 발표 내용뿐 아니라, 표정과 손짓, 옷차림까지 프로젝트의 인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 피칭은 기획 제안서와는 또 전혀 다른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제한된 시간에 청중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적인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측면에서 프로젝트의 내용뿐 아니라 프레젠테이션의 기술(skill)이 중요하다. 피칭에서 발표자는 일종의 스토리텔러(storyteller)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명확하게 콘셉트를 전달하는 것이 피칭 프레젠테이션의 목적이다. 프로그램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제작비와 그 조달 방안에 대해서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추후 마케팅 계획도 물론 포함할 수 있으면 좋다. 하지만 15분 정도의 주어진 시간에 모든 것을 전달할 수는 없다. 프로듀서가 현실적인 제작의 모든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면 된다. 일단 피칭 포럼의 발표는 잠재적 투자자들의 흥미를 일으켜 일대일 미팅을 유도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트레일러의 개념

피칭의 승부는 짧은 시간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전달하느냐에 있다. 트레일러는 바로 이 목적으로 만들어서 프로젝트의 제작 콘셉트와 방향을 보여 주는 3분 내외의 짧은 동영상을 말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종이에 쓰인 기획안을 갖고 하는 100번의 설명보다도 핵심을 담은 짧은 영상물이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이해시키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원래 트레일러는 동력 없이 견인차에 연결하여 짐이나 사람을 실어 나르는 차량을 말한다. 그래서 트레일러를 끌고 가는 트럭을 트레일러 트럭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트레일러는 ‘끌고 간다’, ‘견인한다’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 단어다. 콘텐츠 산업에서 트레일러는 ‘프로젝트 전체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짧은 맛보기 영상’이란 뜻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그 중요한 역할은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를 실제 짧은 영상물로 보여 주어 제대로 된 완성작을 만들 수 있도록 ‘견인’해 주는 것이다.

트레일러는 단순히 전체 프로젝트의 짧은 발췌본이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완성될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자의 시각과 제작 스타일을 보여 주는 ‘미리 보기’와 맛보기’로서 굉장히 중요하다. 트레일러는 피칭을 위한 많은 준비물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그 어떤 것들보다 디시전 메이커들의 의사 결정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른바 ‘선수’들끼리는 2∼3분의 영상물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가치와 제작자의 연출력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남녀의 만남에서 첫인상이 호불호(好不好)를 결정하는 것처럼, 트레일러는 프로젝트 전체의 첫인상으로 투자자들에게 남는다. 강력하고 인상적인 트레일러는 단박에 투자자들의 마음을 끌 수 있지만, 부실한 트레일러는 투자자들을 실망하게 하여 일시에 투자 관심을 날려 버리게도 한다. 기회와 위험은 늘 병존(竝存)하는 법이다.

트레일러의 종류와 용도

▲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피칭 모습 ⓒEBS

피칭 트레일러는 데모, 피치 테이프, 스크리너, 프로모, 티저, 쇼릴, 시즐릴, 테이스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 이 용어들은 작품의 콘셉트를 맛보기로 보여 준다는 점에서는 모두 대동소이하지만 그 용도와 특성 또 스타일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 명칭들이다. 일반적으로 데모(demo)라는 용어는 시연(試演)을 뜻하는 ‘demonstration’ 서 온 말이며 흔히 데모 테이프 혹은 데모 릴이라고 불린다.

릴(reel)은 영화 필름이나 그 필름을 감는 틀을 말하는데 테이프와 같은 저장 매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프로모(promo)는 홍보용(promotional) 영상이라는 뜻이다. 대개 스폿(spot)처럼 짧게는 30초에서 1분 정도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 관련 광고 영상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테이스터(taster)는 보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살짝 맛만 보여 주는 짧은 영상을 의미한다. 티저(teaser)도 비슷한 뜻으로 조금씩 보여 주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티저 광고처럼 부분을 통해 전체에 대한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영상을 말한다. 쇼릴(show reel)은 시각적인 특성에서, 또 시즐질(sizzle reel)은 지글지글 튀기는 소리의 청각적인 특성에서 각각 호기심과 구매 동기를 촉발시킨다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용어인데, 실질적으로 같은 표현이다. 사실 여기에서 소개한 용어는 모두가 비슷한 뜻이므로 종종 그냥 ‘트레일러’로 치환(置換)되어 사용되거나 각 용어들끼리 혼용(混用)되어 사용되기 때문에 굳이 예민하게 구분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트레일러와 분명히 구분하여 사용해야 하는 용어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워크 인 프로그레스(work in progress)’와 ‘러프컷(rough cut)’이다. 워크 인 프로그레스는 기획 단계가 아니라 이미 상당히 진행된 제작 과정에서 촬영된 핵심 장면들을 보여 주는 영상물을 말한다. 제작의 진척 과정과 그 내용 및 성과를 보여 주는 것이 목적이므로 딱히 분량에는 제한이 없다. 러프컷은 ‘가편집본’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실제 상영할 분량보다 조금 긴 정도로 최종 편집본을 만들기 직전의 시사용 영상물이다. 예를 들어 최종 완성작이 50분 분량이라면 60분 정도로 가편집하여 만든 영상물이다. 피칭 시점의 단계에 따라 초기에는 트레일러를 통해 디시전 메이커를 설득하지만, 이후 제작 과정이 많이 진척되었을 경우나 제작 막바지에는 당연히 워크 인 프로그레스나 러프컷이 피칭의 필수 영상물이 된다.

성공적인 피칭을 위한 팁

▲ 20년 이상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커미셔너 및 피칭 행사의 모더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캐롤리나 리딘이 EBS 국제다큐멘터영화제 특별 세선에서 '피칭의 기술'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EBS

어렵게 기획안이 심사를 통과하여 피칭 포럼에서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좋은 아이디어와 꼼꼼한 제안서 그리고 인상적인 트레일러를 갖고도, 단지 피칭 기술이 부족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피칭은 무대에서 이뤄지는 퍼포먼스라는 점에서 종합예술이며, 꾸준한 연습과 지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스킬이다.  뛰어난 프레젠테이션 스킬(presentation skill)은 프로듀서의 기획 아이디어와 제작 역량을 더 돋보이게 해 준다. 연습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청중의 주의를 집중시키느냐다. 특히 피칭 초반부터 디시전 메이커들의 시선을 끌고 또 잡아 놓을 수 있는 무엇이 필요하다. 이것을 시나리오 용어로는 ‘훅(hook)’이라고 하는 데 마치 갈고리처럼 ‘흥미와 관심을 낚아챈다.’는 뜻이다. 적절한 훅을 찾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칭을 시작할 때 뜬금없이 청중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질문으로 시작한다거나, 프로젝트와 관련된 깜짝 놀랄 만한 데이터를 발표하는 것은 좋은 훅이 될 수 있다. 또한 유명 배우를 내세우든가 하는 등 훅을 구사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훅은 최종적으로는 프로듀서의 기획 아이디어와 흐름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잘 사용해야 한다. 다른 마켓이나 피칭 포럼에서 남들이 발표하는 것을 참관할 기회를 가지는 것이 좋다. 이것은 간접적 실전 피칭 훈련이 된다. 유럽의 메이저 다큐멘터리 배급사의 전문가인 에스더(Esther van Messel)는 성공적인 피칭을 하려면 다음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왜 당신이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 하는가?
∙ 누가 보기를 바라는가?
∙ 당신의 이야기가 무엇인가?
∙ 내가 왜 봐야 하는가?

피칭 후속 비즈니스

피칭 포럼에서 멋지게 아이디어를 발표했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을 맺고 커미션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성공적인 피칭 이후에도 프로듀서의 비즈니스는 계속된다. 디시전 메이커와 계속되는 협의를 통해 실용적인 의사 확인에서부터 딜 메모를 나누고 실제 계약에 이르기까지 긴 여정을 오롯이 진행해야 한다. 일단 피칭 포럼 직후에 긍정적인 관심을 보인 디시전 메이커와 다시 만나 그의 관심도를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좋다.

디시전 메이커는 프로젝트에 대한 느낌과 기대를 표시하고, 짧은 발표 시간에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던 프로젝트의 내용과 궁금한 점을 물어 올 것이다. 프로듀서는 이 기회를 통해 보다 심화된 피칭을 하여야 한다. 디시전 메이커의 긍정적인 반응에 진정성이 느껴지면,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 두면 좋을 것은 그에게서 투자의향서서(LOI, Letter of Intent)를 받는 일이다.

투자의향서는 특정 계약을 하기 전에, 초기 단계에서 의사 확인을 위해서 사용되는 실용문이다. 투자의향서는 디시전 메이커가 프로듀서의 프로젝트에 충분히 투자할 관심이 있으며, 최종 계약을 위해 서로 논의를 하며 계속 진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다. 투자의향서에 정형화된 형식은 없으며, 계약 추진에 관한 쌍방 간의 의사가 적절히 나타나기만 하면 된다. 이 투자의향서는 추후의 비즈니스 미팅을 보다 체계적으로 만들어 준다. 이제 최종 계약을 향해서 서로의 조건과 입장을 하나하나 타진하면서 조율해 나가는 협상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투자의향서의 유용성은 또 있다. 투자의향서는 다른 디시전 메이커와 협상할 때나 공적 펀드에 지원할 때에도 요긴하게 쓰인다. 이미 한 곳 이상의 채널에서 관심을 보인 것이므로, 프로젝트가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투자의향서를 받은 이후에도 최종 계약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프로듀서는 이후에도 계속되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디시전 메이커에게 최종적인 확신을 주어야 한다. 그 결과 마침내 디시전 메이커가 프로듀서의 프로젝트에 투자를 하기로 결심하게 되면, 이제 투자확약서 (LOC, Letter of Commitment)를 요청하면 된다. 투자확약서(LOC)는 투자의향서(LOI)보다 훨씬 분명한 약속의 증표로서 투자확약서를 받았다면 이제 실무적인 계약만이 남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투자확약서를 받은 후에는, 비록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이라도 대외적으로 함께 마케팅에 나서기도 한다. 이제 프로듀서와 디시전 메이커는 공동제작자로서 한 배에 탄 파트너가 된 것이다. 프로그램의 내용적인 부분에 대해 이미 디시전 메이커와 뜻을 같이하였다면, 이제 제작비 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필요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하게 보강된 트리트먼트와 촬영 계획, 스태프 및 장비의 구성, 해외 로케 등 예산과 관련된 사항을 협의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계약의 기본 사항인 계약금 및 저작권을 위시한 여러 권리 관계에 서로 합의하면, 그 내용을 명시한 딜 메모(Deal Memo)를 나누게 된다. 이 딜 메모를 바탕으로, 지엽적인 사항 및 문구 조정을 거쳐 본 계약에 이르는 것이다.

배급과 에이전트

배급(配給)은 완성된 다큐멘터리를 시청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유통 과정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배급 모델은 프로듀서가 직접 방송사를 대상으로 한 라이선스 판매, 다큐멘터리 전용 극장을 타깃으로 한 극장 상영, 그리고 DVD 판매다. 그렇지만 다큐멘터리 산업의 생태계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이 모두, 프로듀서가 직접 하기에는 매우 버거운 일들임을 알 것이다. 프로듀서를 대신해 완성된 다큐멘터리를 시장에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배급사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배급사를 선호하는 이유는 프로그램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시장 수요 분석을 통해 방송사 및 극장 등에 대한 마케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배급 네트워크에 정통한 전문가를 통해 프로그램의 프로모션과 마케팅에 대한 전반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배급을 고려하고 있다면 해외의 전문 배급 에이전트를 통하는 것이 좋다. 물론 배급사는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대행료로 떼 간다. 일반적인 관행은 수익의 30% 정도다. 그렇지만 배급사의 네트워크와 노하우는 프로그램의 마케팅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 우리 다큐멘터리가 유럽의 채널에서 방송된 것은 거의 모두 배급사를 통한 마케팅의 결과였다. 아울러 영향력 있는 배급사 에이전트들은 페스티벌이나 피칭 포럼에서 선정위원 및 심사위원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굳이 배급 계약을 하지 않더라도 배급 에이전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작품뿐 아니라 프로듀서와 연출자에 대한 긍정적인 평판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대안적 배급

배급사를 통하지 않고도 프로듀서가 직접 자신의 다큐멘터리를 좀 더 많은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우선 페스티벌을 통한 배급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유명 페스티벌에서 자신의 작품이 상영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유명 페스티벌에서 상이라도 받게 되면 작품의 브랜드 가치는 급상승한다. 애초 국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는 선댄스영화제에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그 후광을 국내에서도 받게 되었다. 또한 이승준 감독의 <달팽이의 별>도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IDFA)에서 장편 부문 대상을 받는 것을 계기로 국내외에서 주목과 호평을 받으며, 전 세계적인 배급망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였다.

▲ 2011년 11월 26일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IDFA) 장편 경쟁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Planet of Snail) 이승준 PD가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페스티벌에서는 많은 네트워킹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운 좋으면 현장에서 구매자를 만날 수도 있다. 따라서 다큐멘터리가 완성될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선택은 주요 페스티벌에 출품하는 것이다. 프로듀서가 페스티벌에 출품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유명한 페스티벌일수록 프리미어(첫 상영)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가장 선호하는 페스티벌부터 공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페스티벌에서 상영할 기회를 잡더라도, 수익적인 측면에서 받을 수 있는 상영료는 없거나 미미하다. 그렇지만 다큐멘터리의 가장 충실한 마니아 소비자들과 프로듀서, 작가, 디렉터 등 다큐멘터리 산업의 동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좋은 기회다. 페스티벌은 평론가와 기자 등으로부터 언론 노출의 기회와 평가를 받아 보는 좋은 장이기도 하다. 또한 페스티벌에서는 배급 에이전트를 많이 만날 수 있다. 배급업자들은 프로그램 시사 후, 관객들의 반응이 괜찮고 마케팅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면 프로듀서에게 먼저 배급 제안을 해 올 것이다. 페스티벌에서는 실제 많은 피칭 포럼이 페스티벌의 주요 행사 중 하나로 열리고 있어 개봉 기회와 피칭 기회가 같은 페스티벌에서 중첩되곤 한다.

또 하나의 대안적 배급망은 바로 온라인이다. 미디어의 지형이 변화하는 매체 환경 변화에 따라 인터넷이 대안적 배급망으로 주목받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산업에서 시사용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사이트는 비미오(www.vimeo.com)다. 링크만 보내 주면 쉽게 시청이 가능하고 필요에 따라 비밀번호를 설정하여 제한된 사람들에게만 시청을 허락할 수도 있다. 보다 대중적인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www.youtube.com)를 이용해도 좋다.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주문형 비디오(Video On Demand)도 많은 시청 클릭 수를 확보한다면 수익을 확보(pay per view)할 수 있기에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배급 방식이다. 예전에는 피칭할 목적으로 트레일러나 러프컷을 디시전 메이커에게 보낼 때 테이프나 DVD로 제공하거나 USB에 파일을 담아 직접 건네주었으나, 지금은 온라인 링크만 제공하면 되므로 한결 수월해졌다.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소비가 급격한 성장을 보이는 것과 때맞추어 온라인 배급 플랫폼이 많이 만들어졌고, 기존의 배급사들도 온라인 플랫폼을 추가했다.

스내그필름(www.snagfilms.com)이나 자만(www.jaman.com), 무비플릭스(www.movieflix.com) 등이 우리 프로듀서들에게도 유용할 듯 하다. 특히 OTT 서비스의 확산은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유투브와 같은 오픈 유통 플랫폼의 등장으로 콘텐츠 여과 과정이 최소화되어 제작을 유통으로 연결하기가 수월해졌다. 즉 좋은 콘텐츠와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을 갖고 있으면 대안적 배급으로 충분히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배기형PD의 글로벌 프로듀싱 다른 글 보기]

* 필자는 KBS 국제협력 업무 전문가로서 주요 국제기구의 총회와 콘텐츠 포럼에서 초청 연사 및 진행자로 활약했다. 현재 KBS글로벌센터에서 KBS월드 채널 마케팅과 콘텐츠비즈니스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OTT 서비스의 이해', '다큐멘터리 피칭' 등이 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