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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도 육아도 남자, 여성 예능인의 ‘흥행 요소’는?

방연주 객원기자l승인2016.01.18 07: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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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출연자들이 서툴게 요리하고, 아이를 돌보고, 집을 꾸미고, 수다를 떤다. 물론, 늘 그래왔듯이 극한체험 혹은 ‘복불복’ 미션을 수행하면서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한 쪽에선 ‘반전’의 재미를, 다른 쪽에선 ‘날 것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성 출연자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전멸 수준이다. 지난 9일 방송된 MBC<무한도전> ‘예능총회’편에서 개그우먼 김숙이 “2015년은 남자 판으로 대세 ‘쿡방’마저도 남자 셰프가 대다수였다. 연예대상 후보도 남자만 노미네이트됐다”며 “2015년은 여자 예능인이 살아남기 힘든 해”라고 총평한 것만 봐도 현재 여성 출연자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대체 여성 출연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개그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토크, 버라이어티, 관찰 예능 등 다양한 예능 영역에서 여성 출연자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KBS <안녕하세요>의 이영자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의 송지효가 고정 출연자인 경우를 제외하면 MBC <일밤-복면가왕>의 신봉선, SBS <스타킹>의 김숙, 김새롬 등이 보조 패널로 나서고 있는 수준이다. 남성 출연자들이 예능을 장악하면서 여성 출연자들은 변방으로 밀려났다. <해피투게더> 진행을 맡았던 박미선, 박신영은 개편에 따라 하차 수순을 밟았고, 송은이와 김숙은 주류 방송이 아닌 팟캐스트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을 진행하며 다른 가능성을 모색을 하고 있다.

▲ MBC '무한도전-예능총회'편에 출연한 김숙 ⓒMBC

여성 출연자의 현실에 비하면 남성 출연자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표 장수 예능 KBS <1박 2일>, MBC <무한도전>부터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오 마이 베이비>, JTBC <냉장고를 부탁해>, tvN <집밥 백선생>·<삼시세끼>, tvN <내방의 품격>과 같은 ‘육아 예능’, ‘쿡방·집방 예능’까지 모두 남성 출연자들이 선점했다. 특히 여성의 전통적 역할로 강조돼온 육아, 요리, 살림(인테리어)의 영역까지 ‘남성의 역할’에 일부 편입되면서 ‘반전의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낯선 역할’에 적응하는 ‘남성 출연자(혹은 남성)의 능력’을 소재로 한 예능들이 각광받으면서, 여성 출연자(혹은 여성)들은 완전히 예능의 영역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외부적 상황 외에도 여성 출연자 프로그램이 사라진 이유를 보면 예능의 ‘흥행 요소’인 캐릭터 부재를 들 수 있다. JTBC ‘썰전’에서 여성 출연자의 가뭄 현상을 다룰 당시 “여성 출연자에게는 뭘 하라고 요구하기가 불편하다”며 “남자 출연자가 더 편하고 보여주는 것도 많다”는 PD 대상 설문조사 의견을 전했다. 여성 출연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정하거나, 몸을 사리는 게 예능의 ‘흥행요소’인 캐릭터 형성에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론 여성 출연자들을 다루는 협소한 소재주의도 한 몫 한다. <무한걸스>의 시도가 있었지만, 그간 방영된 여성 출연자 프로그램을 보면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재생산하는 경우가 잦았다. 예컨대 지나치게 ‘결혼’을 부각시키거나(SBS <골드미스가 간다>), 남자 게스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여성성’을 극대화하는 방식((KBS ‘여걸’ 시리즈)으로 제작돼 시청자들은 진부함이나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MBC '나 혼자 산다' ⓒMBC

이처럼 예능이 ‘남성 출연자’의 전유물이 된 가운데 캐릭터의 부재와 사회적 편견을 재생산하는 방식은 여성 출연자의 고민을 깊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이국주, 장도연, 박나래, 안영미 등이 밝힌 어려움은 여성 예능인으로서의 현재를 보여줬다. 안영미는 “못 웃길 때 가장 힘들다”고 말할 정도로 ‘예능인’으로서의 ‘직업적 고민’을 밝혔지만 “결혼생활 때문에 일에 집중을 못하는 게 싫어서 저럴 바에야 ‘결혼 안 할래’주의였는데 서른이 넘으니 남들 눈에는 그저 독해보이는 걸로 보이더라”는 여성 예능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에 불편함을 토로했다.

여성 출연자 예능의 물꼬를 속 시원하게 뚫을 수 있는 ‘묘수’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여성 예능인이 조금씩 기지개를 펴고 있다. 최근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장영란, 박슬기, 김새롬, 김정민 등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입담의 향연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시청자들은 이른바 ‘판타스틱4’를 두고 “신선한 조합”이라며 호평을 내놓기도 했다. 김숙이 “2016년에는 남녀의 화합이 있으면 좋겠다”(‘예능총회’편)고 밝혔듯이, 올해 여성 출연자들이 재치 있는 입담으로 그들만의 물꼬를 틀 수 있길 기대해본다.

 


방연주 객원기자  nalav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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