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임금·살인적 노동·폭언…방송작가는 오늘도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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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임금·살인적 노동·폭언…방송작가는 오늘도 운다
언론노조,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노동자’로서 인식해야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6.03.1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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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는 정말 빛 좋은 개살구라는 느낌…. PD 마음에 안 들면 하루아침에 잘리기도 하고. 프로그램 폐지되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기도 하고. 여기 굽실 저기 굽실 갑을병정 중에 정인 듯….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됐으면 좋겠네요.”(경력 5년의 구성작가)

“방송작가를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방송사 PD나 일부 출연자들로 인해 하루아침에 일을 그만둬야하는 직업이 방송작가입니다. 처우 개선이 시급합니다.”(경력 18년의 시사・보도 작가)

“진짜 방송작가는 최고의 쓰레기 같은 직업…. 고용불안, 최저노동환경, 대우는 최악…. 거기에 요구하는 건 엄청 많고…. 쉴 틈 여가 생활은 꿈에도 못 꿈. 미래도 없고 희망도 없는 직업…. 작가협회도 결국 N년차 이상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며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려는 집단이라 생각됨.”(경력 6년의 예능 작가)

“낮은 급여나 일의 강도 개선보다 인격적 대우를 받으면서 일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제도로 고쳐질 수 있는 부분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경력 6개월 구성작가)

▲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는 16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1월 11일부터 22일까지 방송작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이 전통적인 방송작가의 지위와 정체성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언론노조

낮은 임금과 살인적 노동 강도. 그리고 잦은 인격침해 발언과 폭언・폭행, 성폭력. 인권과 노동권을 이야기하고 웃음을 전달하고 사회의 이면을 고발하는 방송 프로그램 뒤에서 프로그램에 이름조차 새겨지지 못한 방송작가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들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작가’라는 이름으로 고용불안과 인권침해 속에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살고 있다.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는 16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1월 11일부터 22일까지 방송작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는 종합구성・교양(41.1%), 예능(31.7%), 시사・보도(12.7%), 다큐멘터리(11.3%) 등 각 장르의 647명의 방송작가들이 응답했다. 직급별로는 메인작가 6.6%, 서브작가 46.6%, 막내작가 46.8%가 설문에 참여했으며, 경력별로는 5년 미만 작가가 65%로 가장 많이 참여했으며 5년 이상~10년 미만(27.7%), 10년 이상(7.3%) 작가가 그 뒤를 이었다.

▲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가 지난 2015년 11월 11일부터 22일까지 방송작가(응답자 647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언론노조

노동조건 모르고, 구두계약만 맺고 일하는 작가가 93.4%

방송작가들은 고용실태에서부터 ‘노동자’로서 그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설문에 참여한 방송작가의 68.8%가 노동조건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만 들은 채 ‘구두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다. 노동조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로 방송작가를 시작한 사람도 24.6%에 달한다. 서면계약을 맺은 작가는 응답자의 6.6%에 불과했다.

서면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해 발표한 ‘방송영상 프로그램 제작 스태프 표준근로계약서’에 규정되어 있는 주요 항목이 상당수 포함되지 않은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4년 8월 28일 방송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마련된 표준근로계약서에서는 방송영상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방송사·제작사의 인적·물적 자원 제공 의무와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스태프의 서비스 제공 의무를 명시했으며, 저작권법에 따라 제작 스태프 권리 보호와 방송사·제작사의 영상저작물 이용 권리 규정을 명확히 했다.

또 제작 스태프에 대한 4대 보험 가입을 의무화했으며, 연장 근로 대가 및 휴게 시간 등을 보장하는 규정을 포함하고 제작 스태프의 생명, 신체, 건강에 대한 보호 의무 등을 명시했다.

그러나 약 43명의 서면계약을 맺은 작가들의 계약서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급여액 87.8% △급여지급방식 61% △계약기간 51.2% △저작권 등 권리귀속 31.7% △노동시간 22% △구체적인 업무내용 14.6% △4대 보험 관련 사항 14.6% △휴일 및 휴가 7.3% △부가급여(시간외수당, 보너스) 7.3% △크레딧 명기 0% 등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서면계약을 통해 4대 보험에 가입이 됐다면 운 좋은 경우라 할 수 있다. 647명의 응답자 중 국민연금에 가입한 작가는 16.5%(직장가입 2.5%, 지역가입 1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에 가입한 비율도 24.2%에 그쳤는데 이마저도 다른 가족을 통해 가입한 경우가 무려 75.8%에 달했다. 직장가입자는 1.4%에 그쳤다. 이처럼 방송작가들이 4대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직장가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산재보험 가입자의 경우 647명 중 약 10명인 1.5%(직장가입 1.3%, 예술인복지법 통한 가입 0.2%)에 불과했는데, 이 때문에 방송작가들은 업무와 관련된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해도 개인비용으로 처리(88.8%)하거나 본인이 가입한 상해보험으로 처리(9.7%)해야 한다.

▲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가 지난 2015년 11월 11일부터 22일까지 방송작가(응답자 647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언론노조

막내작가, 주당 평균 55.7시간 일하고 시급 3880원 받아…급여체불도 상당수

고용형태와 복지실태만 열악한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근무환경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법정 노동시간과 최저임금은 방송작가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방송작가들의 주당 평균 노동일수는 월 평균 24.9일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방송업 종사 노동자의 평균 노동일수 20.2일과도 큰 차이가 있다(사업체노동력조사보고서). 월 평균 노동시간(31일 기준으로 환산)으로 따지면 238.3시간인데, 이는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방송업 종사 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인 168.3시간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도 53.8시간으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최대 노동시간인 52시간을 넘는 비율이 47.1%에 달한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라 휴일근로를 포함한 1주간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으로 규정한다 해도 이를 넘는 비율이 20.2%에 해당한다. 직급별로 살펴보면 △막내작가 55.7시간 △서브작가 55.1시간 △메인작가 46.7시간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근로기준법상 명시된 노동시간을 초과해 근무를 하더라도 방송작가들이 급여를 받는 방식은 대부분이 프로그램 회당(건당) 지급되는 방식(63%)으로, 노동계의 시간당 임금 계산방법에 따를 경우 직급별 시간당 임금은 메인작가 1만 1106원, 서브작가 6801원, 막내작가 3880원이다. 참고로 2016년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으로, 현재 막내작가의 시급은 2008년 법정 최저임금(377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으면서도 방송작가의 절반가량은 급여체불에 시달리기도 한다.

급여체불을 경험한 작가는 응답자의 46%로, 그 금액이 1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인 경우가 58.6%로 가장 많았다. 3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인 경우도 20.9%에 이르며, 급여체불총액이 500만원 이상인 경우도 11.3%에 달한다.

프로그램 건당 임금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보니 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되거나 불방 내지 결방하는 경우에는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은 적이 없는 경우가 72.9%나 된다.

이처럼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그나마도 체불되거나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지만 그럼에도 방송작가들은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방송업계 특성 상 ‘인적 네트워크’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가 지난 2015년 11월 11일부터 22일까지 방송작가(응답자 647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언론노조

‘법・제도’ 부재 속 위태로운 방송작가…정책 마련 및 인식 개선 필요

열악한 고용 및 복지환경에도 불구하고 나서서 문제제기 하지 못하는 이유는 최종 채용결정을 메인작가(56.5%)나 담당 PD 및 기자(30.9%), 방송사/외주제작사 관리자 및 대표(10.8%) 등이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결정에 따라 이른바 방송작가의 ‘생사’가 결정되는 만큼 고용불안에도 참고 일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담당PD와의 불화 내지 담당 PD의 메인작가 교체로 고용이 해지된 경우는 13.9%, 일방적인 해지 통보를 받은 경우 12.1%였으며, 메인작가(선배작가)와 불화를 겪고 일자리를 잃은 경우(8.4%)도 있었다. 프로그램을 개편하거나 제작이 중단되거나 제작비가 축소되거나 할 때에도 방송작가는 쫓겨나야 했다(46.3%).

이 같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지는 고용구조, 그 불안한 고용구조를 틈탄 인권침해도 상당하다. 인격무시와 관련된 발언을 경험한 작가는 82.8%에 달하며 욕설을 들은 작가도 절반이 넘는 58.4%에 이른다. 이밖에도 업무와는 상관없는 사적인 지시를 받은 작가(76.9%), 계약된 내용 이외의 업무 지시를 받은 작가(68.2%), 폭행당한 작가(3.2%)도 있다. 조사결과 여성 작가가 94.6%로 압도적으로 많은 환경 속에서 성폭력을 경험한 작가도 41.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인권침해의 가해자로 지목되는 이들은 대부분이 방송사 소속 PD 및 직원, 외주제작사 소속 PD 및 직원, 함께 일하는 방송작가였다.

이처럼 법과 제도 및 방송작가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방송사 관계자들의 인식의 부재 속에서 방송작가들의 고용불안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당장 작가의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법적인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기존 산업별 관련법령, 아니면 별도의 법령을 통해 방송산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안들에 대하여 필요한 제도개선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판단기준의 상당한 변화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최소한 노조법상 근로자성은 인정될 것으로 보이므로, 노동조합으로의 조직화를 통해 단체교섭, 단체협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 조직화를 통해 그와 같은 교섭구조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송 산업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방송작가의 지위와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방송작가 내부에서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방송작가가 당연시 해온 부당한 대우와 파행적인 노동관행은 단순한 위법 사항이 아니라 생계를 볼모로 인간으로서 누릴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 인권의 문제로도 보아야 한다”며 “수익과 무관하고 자율성을 가진 존재로서의 작가가 아닌 방송 콘텐츠라는 상품을 만드는 노동자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비록 오랫동안의 관행으로 지속되어온 작가라는 정체성은 이제 시장 상황이라는 외부 환경 변화에 의해서라도 노동자라는 정체성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노조는 방송작가들과 함께 방송작가 및 현직 방송업계 종사자들의 업무환경개선을 위해 구성한 ‘방송작가 유니온’을 구성했으며, 앞으로도 방송작가 업무환경 개선을 위한 논의를 공론화시키고 지속적인 제도개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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