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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급 ‘인사권 사용’ KBS, ‘시청자’에 대한 의무는?

[기자수첩] 자사 비판 기자 제주 발령과 KBS 임원 업무추진비 공개…원칙과 형평 최영주 기자l승인2016.07.18 17: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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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에 보면 ‘제주도’는 대표적 유배지 중 한 곳이다. 과거 조선시대에는 왕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직언(直言)’을 한 신하들이 제주도를 비롯한 여러 지방으로 유배 보내졌다. 최근 공영방송 KBS에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청와대의 보도통제 정황이 담긴 ‘이정현 녹취록’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자사를 비판한 기자가 ‘제주방송총국’으로 인사 발령이 난 것이다.

보도본부 경인방송센터에 근무 중인 7년차 정연욱 기자는 지난 13일 한국기자협회에서 발간하는 <기자협회보>에 “침묵에 휩싸인 KBS…보도국엔 ‘정상화’ 망령”(기사링크)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고 이른바 ‘이정현 녹취록’에 대한 보도를 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KBS 보도국 상황을 자조적으로 비판했다.

해당 글에서 정 기자는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의 저서 <침묵의 기술> 중 ‘나쁜 침묵’에 관해 이야기한 대목을 빌려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입조심을 강조하되, 덮어놓고 입을 닫는 것이 늘 무난한 태도일 수는 없다. 입을 닫아야 할 때 말을 하는 것이 경솔함과 무례의 소치인 것 못지않게 말을 해야 할 때 입을 닫는 것 역시 나약하거나 생각이 모자란 태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가 지난 12일 정오 KBS 신관로비에서 청와대의 보도개입에 대해 침묵으로만 일관하는 사측의 태도를 규탄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KBS는 ‘이정현 녹취록’이 터진 지 12일만인 지난 11일에서야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 녹취록에 관해 보도했다. 보도는 단 ‘27초’뿐이었다. 이 같은 ‘침묵’에 가까운 KBS의 태도에 정 기자는 ‘무보도’야말로 언론이 할 수 있는 가장 나쁜 ‘보도’임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직언’ 이틀 후인 지난 15일 정 기자는 제주방송총국으로 인사 발령이 났다. 이를 두고 KBS 내부에선 보복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정 기자가 이미 신입 기자들에게 의무적으로 맡는 지역 순환근무(2012~2013년)를 이미 마쳤을 뿐 아니라, 현 부서인 경인방송센터로 발령난 게 지난 3월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회사 측에서 주장하는 원칙에 따른 인사인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인사 원칙에 따른 결정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원칙이란 말 앞에서 드는 의문이 있다. 원칙을 강조하는 KBS 사측은 다른 부분에서 원칙을 잘 지키고 있던가.

KBS는 공공기관 운영법에 따라 사장 등 임원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해야 한다. 그런데 ‘KBS 임원 업무추진비’(링크) 내역은 지난해 11월을 마지막으로 ‘공백’ 상태다. 다시 말해 고대영 사장 취임(2015년 11월 23일) 이후 공백 상태라는 뜻이다.

KBS 측은 “임원 연봉과 직원 평균 보수, 임원 업무추진비 모두 국회에서 결산 승인이 난 후(*KBS의 결산내역은 매년 국회에서 승인을 받는다) 일괄적으로 올리는 게 관례”라며 “2015년 결산이 국회에서 승인이 안 된 상태다. 자료가 취합되면 곧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KBS 사장 업무추진비 내역(2015년 1월~11월). ⓒKBS 홈페이지

일단 KBS의 설명대로 ‘관례’에 따라 일괄적으로 올린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왜 법의 원래 취지대로 ‘상세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일례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링크)는 매달 △사용일자 △집행내역 △사용처 △집행대상자 △집행구분 △인원 △집행금액을 상세히 기록해 홈페이지에 올린다.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9대 국회 당시 “업무추진비의 상세내역을 공개하는 게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도록 한 입법취지에 맞다”고 지적한 바 있고(▶관련기사: ‘수신료 올려달라는 KBS, 업무추진비는?’), 안정행정부 또한 기관장의 업무추진비에 관한 정보의 공표에 있어 △사용일시 △사용목적 △사용대상 △사용금액 △사용방법 △사용장소 등 세부내역을 포함해 공표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답변을 한 바 있다.

KBS는 시청자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만큼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경영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이뤄지는 게 사장 및 임원들의 업무추진비 내역 공개다. 국민의 수신료 약 6300억원(2016년 예산기준)가 KBS의 예산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가 알 수 있는 내역은 ‘대외 업무협의’가 몇 건이었는지, 그리고 어딘지 모를 대외 업무협의에 얼마가 들었는지 정도다.

이처럼 ‘국민의 방송’이라며, ‘국민의 소중한 수신료’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공영방송 KBS가 자신들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는 불투명하게 처리하면서, ‘인사권’이라는 ‘권한’은 ‘원칙’이라는 말과 함께 이토록 신속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은 과연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유배’는 중한 죄를 범했을 때 차마 사형에는 처하지 못하고 먼 곳으로 보내어 죽을 때까지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형벌이다. 자사의 잘못에 대해 쓴소리를 한 기자에게 빛의 속도로 ‘중형’을 내린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KBS. 그렇다면 시청자는 시청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 KBS에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걸까.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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