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길환영, ‘朴대통령 뉴스 20분 내 보도’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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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조위 3차 청문회에서 문자 메시지와 함께 추가 폭로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해경 비판 보도 삭제를 요구하며 KBS 보도에 개입한 정황을 폭로했던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1일 길환영 당시 KBS 사장의 청와대 관련 보도 개입 사실을 추가 폭로했다. 지난 6월 이정현 홍보수석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공개했던 김 전 국장은 이날 길 전 사장과 주고받고 문자 메시지 일부를 공개했다.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주최로 이날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국장은 “세월호 참사 다음날이었던 2014년 4월 17일 KBS <뉴스9>에서 ‘박 대통령 현장방문…1분 1초가 급해’라는 제목의 아이템을 13번째로 보도하기로 돼 있었는데, 더 앞쪽에 배치하라는 지시를 길환영 (당시) 사장이 했다”고 밝혔다.

김 전 국장은 이 같은 증언과 함께 길 전 사장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문자메시지에서 김 전 국장은 “사장님~ 말씀하신대로 그 위치로 올렸습니다”라고 말했고, 길 전 사장은 “수고했네!”라고 답했다. 이날 해당 리포트는 7번째 순서로 보도됐다.

▲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1일 세월호 3차 청문회에서 공개한 길환영 전 KBS 사장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세월호 유가족방송 416 TV 화면캡처

김 전 국장은 같은 달 23일 길 전 사장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하나 더 공개했는데, “사장님~ VIP 아이템 오늘은 뒤로 배치하고 내일부터 자연스럽게 올리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자칫 역풍이 불게 되면 VIP께도 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김 전 국장은 “(해당 아이템은) 4월 23일 방송된 ‘박 대통령, 시진핑과 통화…’북핵 중단‘ 설득 요청’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라며 “당시는 세월호 참사 직후라 (세월호) 관련 뉴스를 앞부분에 집중 배치한 상태였고, 해당 리포트는 그 흐름에 맞지 않아 방속 시작 후 50분 정도에 방송되는 31번째에 배치했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국장은 “길 전 사장은 박 대통령에 관한 소식은 뉴스 시작 20분 내에 방송되도록, 최소 12~13번째 리포트로 배치하라‘는 지시를 했었는데, 해당 리포트는 세월호 참사와 연관성이 없어 길 전 사장을 설득한 것”이라고 말했다. 길 전 사장이 박근혜 대통령 관련 뉴스를 뉴스 시작 20분 내에 방송하라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관철하려 한 사실은 이날 김 전 국장에 의해 처음으로 알려졌다.

김 전 국장은 “평소 길 전 사장은 박 대통령과 관련해 지시를 했다가도 내가 ‘대통령께 누가 될 것’이라고 하면 수긍하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길 전 사장은 편성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전 국장은 “길 전 사장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팩스로, 근무를 하지 않는 날은 문자메시지로 편성 큐시트를 보내도록 해서 일일이 뉴스 편집에 관여했다”고 반박했다. 김 전 국장은 “길 전 사장은 내가 자발적으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길 전 사장의 측근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길 전 사장 집무실의 팩시밀리 전송기록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이어 “길 전 사장은 지난 2014년 5월, 나(보도국장)를 포함해서 보도본부장, 편집주간, 취재주간 등 간부 4명을 불러서 ‘해경을 비판하는 리포트를 뉴스에서 빼라’고 지시한 적이 있는데, 이정현 당시 수석이 요구하던 내용과 너무 똑같아 이 수석이 길 전 사장을 통해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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