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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PD들의 다큐멘터리 제작, 더 활발해지려면”

[PD VS PD]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는 독립PD, 문창용 PD·원호연 PD 구보라 기자l승인2016.12.13 18: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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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과 다큐멘터리 영화를 오가며 작품을 만드는 독립PD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다큐멘터리의 칸 영화제로 불리는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대상을 거머쥔 <아이언 크로우즈>(2009)의 박봉남 감독(중편 경쟁부문)과 <달팽이의 별>(2012)의 이승준 감독(장편 경쟁부문), 해외 유수의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초청되었던 <오래된 인력거>(2011)의 고 이성규 감독, 많은 사랑을 받았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의 진모영 감독 등의 다큐멘터리스트들에 이어, 이번 10월에 개막했던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독립PD들의 작품들이 여러 출품되기도 했다. <PD저널>은 그 중 <앙뚜><선두>를 연출한 두 명의 독립 PD를 지난달 9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위치한 카페에서 만나 독립PD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앙뚜>를 연출한 문창용 PD는 이제까지 18년간 방송 다큐멘터리를 연출해 왔다. 그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인 <앙뚜>(연출: 문창용, 전진)는 티베트 고승의 환생으로 태어난 어린 앙뚜 그리고 앙뚜와 스승과의 관계를 그려냈으며, 촬영기간만 8년이 걸렸다. 2016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2016 춘천다큐멘터리 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초청받았다. 10년 전, 문창용 PD와 함께 방송 프로그램을 연출하기도 했던 원호연 PD는 2002년 방송프로덕션 입사 후 10년 이상 KBS, SBS, EBS 등에서 다양한 방송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사찰에 살고 있는 두 소년, 선두와 선동을 묵묵히 오랜 시간 바라보며 담아낸 작품 <선두>는 그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다. 2012년에는 다큐멘터리 영화 <강선장>을 연출했으며, 이 작품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 네덜란드 시네마 아시아영화제, 남아프리카 더반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편집자>

▲ 〈PD저널〉은 <앙뚜>를 연출한 문창용 PD, <선두>를 연출한 원호연 PD를 지난달 9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위치한 카페에서 만나 독립PD의 다큐멘터리 영화 연출과 제작 과정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김성헌

- 두 PD 모두 오랜 시간 방송 프로그램을 연출해왔다. 어떤 계기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연출했는지, 다큐멘터리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어떤 점이 끌렸는지 궁금하다.

원호연 방송연출을 오랜 시간동안 하다보면 고민이 생긴다. 아무래도 방송 프로그램은 정해진 규격이 있다 보니 PD의 생각을 반영해서 연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 고민에 대한 답이 반드시 ‘다큐멘터리 영화’는 아니지만, 그 쪽에서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는 반대로 자신만의,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볼 수가 있었다. 물론 방송에서 오랫동안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기에, 영화 작업도 할 수 있었다. 방송과는 달리 한 주제에 대해서 오랜 시간 동안 촬영하고, 긴 호흡으로 만드는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 

문창용 나도 원 PD처럼 방송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어떤 사람에 대해서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담아내고 싶었다. 7년 전, 방송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다가 인도 라다크를 방문했다. 노승 우르갼과 다섯 살의 동자승 앙뚜를 그때 처음 봤다. 두 사람이 같이 웃고, 앙뚜가 스승에게 업혀 다니는 모습 자체가 너무 사랑스러웠고,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갈까 궁금한 마음에 오랫동안 찍기 시작했다.

원호연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김기덕, 2003) 속 스승과 제자 같은 관계가 우리 주변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다. 그래서 그 이미지를 떠올리며,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2014년 담양 용화사를 방문했다. 원래 찾던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찾지는 못 했지만, 그곳에서 부모가 있음에도 자발적으로 절을 찾은 선두를 만났다. 관객에게 꾸며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맙게도 아이들도 촬영을 하는 내게 스스럼없이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 <앙뚜>를 연출한 문창용 PD는 이제까지 18년간 방송 다큐멘터리를 연출해 왔다. 그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인 <앙뚜>(연출: 문창용, 전진)는 티베트 고승의 환생으로 태어난 어린 앙뚜 그리고 앙뚜와 스승과의 관계를 그려냈으며, 촬영기간만 8년이 걸렸다. ⓒ김성헌

- 제작에 대한 질문을 하기에 앞서, 방송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는 독립 PD들에게 인정되지 않는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문창용 프로그램을 만든 PD에게는 어떤 권한도 없다. ‘이러려고 피디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답답한 마음에 4년 전에 한 번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전화를 해서 물었다. 같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 중 작가는 원고에 대한 저작권을 지니는데, 촬영·연출·편집 등 제작 전반에 참여한 PD에게는 아무런 저작권이 없는지. 그러자 당시 담당자는 나에게 오히려 “다른 촬영 스태프는 저작권 주장하냐”고 물으면서 “일단 돈 받았지 않았나”라고 말을 하더라. 일단 돈 받았으니,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해외에서는 저작권이 너무나도 당연시 되다보니, 해외 제작자들에게 우리나라의 현실을 이야기하면 굉장히 놀라곤 한다.

원호연 그동안 15년 가까이 방송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내가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권리를 많이 생각했다. 연출에는 ‘원호연’이라는 내 이름이 올라가지만, 나에게 주어지는 권리는 그것뿐이었다. 저작권에 대한 경험을 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 작품을 만들면서 해외 사례들도 보다보니 저작권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 다큐멘터리 제작비를 지원받기 위해 국내외 영화제에서 피칭(pitching)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한다면?

*참고로 피칭(pitching)은 영화제나 마켓 등에서 제작자가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 콘셉트 및 제작 계획을 잠재적 투자자에게 소개하고 설득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이끌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배기형 KBS PD ‘다큐멘터리 피칭의 모든 것’ 연재 기사)

문창용 역시 다큐멘터리 영화를 작업하면서, 가장 힘든 건 제작비다. 특히나 촬영을 하는 동안에는 수입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그 문제가 가장 크다.

원호연 만약에 작품에 대해서 단 한 군데에서도 관심을 주지 않고, 제작을 지원해주지 않았더라면 시작할 용기조차 안 났을 거다. 

문창용 나도 피칭을 통해서 제작비를 받아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처음부터 피칭에 뛰어들진 않았고, 촬영을 어느정도 한 뒤, 심사위원들에게 이야기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트레일러를 만들고 나서 여러 곳에 지원했다. KOCCA(한국콘텐츠진흥원)에도 지원했고, BCPF(방송콘텐츠진흥재단)에도 지원해서 지원금을 받았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아쉽지만 못 받았고, 다행히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큰 금액을 지원받았다.

원호연 우선 영화제나 마켓에서 제작비를 받기 위해서, 영화를 설명하는 ‘피칭’은 가장 기본적인 관문이다. 그 과정에서 힘을 얻기도 한다. 처음 해외로 가서 피칭을 할 때, 주눅이 든 상태였다. 그런데 피칭하고 나자 ‘좋은 아이템’이라는 칭찬들이 쏟아졌다. 칭찬이 직접적인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희망과 용기는 얻었다.(웃음) 다행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제일 먼저 제작비를 받아서 작품을 시작할 수 있었다.

문창용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게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외로운 작업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람들의 응원과 경제적 지원이 있을 때에 시작할 수 있는 큰 힘을 받는다. 피칭을 하는 것도, 그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다른 동료들의 작품을 같이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분을 만들 수도 있다.

▲ 원호연 PD는 2002년 방송프로덕션 입사 후 10년 이상 KBS, SBS, EBS 등에서 다양한 방송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사찰에 살고 있는 두 소년, 선두와 선동을 묵묵히 오랜 시간 바라보며 담아낸 작품 <선두>는 그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다.ⓒ김성헌

- 그러나 피칭을 하면서 힘들었거나 아쉬운 점도 있었을 것 같다.

원호연 아무래도 피칭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새롭거나 명확한 작품들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감독 입장에서는 아직 만들지도 않은 작품에 대해 명확하게, 이 영화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설명하기가 아무래도 쉽지 않다. 

문창용 최종 결정자들이 내가 출품한 작품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한 채로, 작품에 대해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면 설득이 되지 않는 얘기도 듣곤 한다. 물론 제작자 입장에서는 결론적으로 많은 관객과 만나야 하다보니,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숙제로 다가올 만한 키워드를 발견할 수도 있다. 심사위원들의 의견도 잘 선별해서 들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피칭을 준비할 때는 다양한 심사위원들의 각각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준비해야하다보니 시간도 많이 들어간다. 만약 이같은 피칭의 방식에 공감하지 않는 PD라면, 차라리 작품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고 피칭에 지원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원호연 피칭을 통해서 예전보다는 제작 부문에서 길이 열렸다. 그런데 아직도 배급 문제에 있어선 큰 벽이 있다. 해외에서는 제작 지원 과정에서 배급도 동시에 정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전 단계에서부터 방송사에 판매할 버전과 영화로 제작할 버전을 구분해서 진행할 수도 한다. 우리나라도 그런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피칭에서부터 배급까지도 길이 더 열릴 수 있을 것 같다.

▲ <선두>는 사찰에 살고 있는 두 소년, 선두와 선동을 묵묵히 오랜 시간 바라보며 담아낸 작품으로, 원호연 PD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영화다.(위의 두 사진) 문창용 PD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인 <앙뚜>(연출: 문창용, 전진)는 티베트 고승의 환생으로 태어난 어린 앙뚜 그리고 앙뚜와 스승과의 관계를 그려냈으며, 촬영기간만 8년이 걸렸다.(아래의 두 사진) ⓒ빅피쉬필름, 프로섬

- 마지막으로, 앞으로 다큐멘터리 제작환경에서 이것만은 꼭 바뀌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원호연 방송 쪽이나 영화제 쪽 모두 작품 제작에 대한 지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 지금은 제작비를 한 군데에서 많이 받지 못하니, 연출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여러군데에 지원하고, 제작비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저작권도 쪼개진다.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연출자 입장에서는 제작에만 올인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거다.

문창용 아까도 말했지만, 독립PD들에게 저작권이 인정되어야 한다. 인정된다면, 지금처럼 한 번 방송되고 끝나버리기보단, 그 콘텐츠를 활용해서 좋은 다큐멘터리로 발전시킬 수 있다. 해외에 나가서 선보일 수도 있다. 세상을 뒤집어놓을 수 있는 보석같은 감독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많은 감독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해외로 진출하는 추세다. 우리들도 제약들이 줄어든다면, 독립PD들이 찍었던 것 자료들 안에서 좋은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터져나올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까지의 경험들이 잘 공유되면 좋겠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 간에 경험들이 잘 공유되고, 체계가 점점 잡혀 나갔으면 한다. 많은 독립PD들이 같은 꿈을 꾸면서 함께 체계를 잡아가다보면, 그 꿈이 곧 현실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럼 지금보다 더 나은, 배부르진 않더라도 배고프지도 않은 환경에서, 많은 독립PD들이 다큐멘터리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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