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이런 영화 없었으면”..'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 꿈꾸는 것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직 목적이 아닌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발걸음

▲ "너무나 당연한 언론의 공정성을 두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게, 현장에서 치열하게 기사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노종면 YTN 전 기자) ⓒ 영화 스틸

“다시는 이런 영화가 없었으면 좋겠다.”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정 방송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해직 언론인들의 투쟁기를 다룬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감독 김진혁 | 제작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언론 시사회가 3일 오후 서울 CGV 왕십리에서 개최됐다. 시사회는 연출을 맡은 EBS 전 PD인 김진혁 감독, 프로듀서 고영재 PD, 제작사이자 대안언론사인 뉴스타파 대표인 김용진, 해직 언론인 노종면 조승호 최승호 현덕수 등이 참석했다.

 

진행을 맡은 배우 권해효는 영화 상영 직후 “영화 보는 내내 갑갑한 시간이었다”라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마지막에 (다시) 달리는 모습을 보며 해가 뜰 때의 모습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나 역시 무심했던 것 같다”라면서 “그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손놓고 있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YTN과 MBC에서 부당하게 해직된 언론인들이 어떻게 정권의 언론 통제에 싸워왔는지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 캠프의 특보 출신이었던 구본홍의 사장 선임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시작된 YTN의 해직 사태와 2012년 공정언론 회복을 기치로 진행된 파업으로 시작된 MBC의 해직 사태를 담았다.

 

김진혁 감독은 “스토리 펀딩 중인데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면서 “제목이 <그들이 없는 언론>인데 그들이 없는 언론은 결국 언론인이 아닌 사람들의 세상을 의미한다. 지난 7년간의 시간을 꼭 언론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반추할 수 있는 영화다. 해직 언론인이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라고 당부했다.

 

노종면 YTN 전 기자는 “불의와 정의라는 촌스러운 주제, 5공화국 때나 들었음 직한 단어들을 되새기는 이런 상황이 솔직히 창피하다”라면서 “너무나 당연한 언론의 공정성을 두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게, 현장에서 치열하게 기사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나타냈다.

 

조승호 YTN 전 기자도 “촛불이 대통령의 탄핵이 목적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바로잡자는 게 목적이듯이 우리 역시 복직이 목적이 아니다”라면서 “복직이 목적이었으면 처음부터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지 않았다. 언론 해직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 방송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MBC 전 PD이자 현재 뉴스타파 앵커이기도 한 최승호는 “YTN과 MBC 언론인들이 해직된 이후 언론인들이 언제나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게 됐다”라면서 “세월호 침몰 사고 때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낸 것 역시 이 같은 불안감 때문에 발생했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이고, 공영 방송은 국민의 재산이다. 제대로 된 방송을 해야 한다. 자신들의 마음대로 세상을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세력들의 욕심을 포기하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그때는 그게 적절했는데, 이번에는 공정한 언론을 위해 싸운 분들의 오랜 역사와 기록을 담으려고 했다. 모두가 똑같이 ‘기레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구분해서 봐달라는 의미다. 그리고 지금의 시국과 변화가 반영돼 있다”(김진혁 감독) ⓒ 전국언론노동조합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언론이 오랜만에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널리즘의 승리라는 이야기도 듣고 있다”라면서 “반가운 현상인데 마음 한 편으로는 불편하다. 진짜 저널리즘의 승리가 되려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현장에 복귀하고 이 사람들을 거리로 내쫓은 배후들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이런 일들이 되풀이 되지 않는 시스템을 정비해야 저널리즘이 회복됐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가 그런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대형 영화관 개봉이 불투명하다. 프로듀서인 고영재는 “최승호 PD가 만든 <자백>도 영화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라면서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핑계거리는 많다. 다행히 이번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극장이 압력을 덜 받는 것 같지만 그래도 암담한 상황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하지말고 영화에 대해서만 평가를 하고 좋게 보지 않았다면 쿨하게 이야기를 해주고 틀지 않으면 된다. 좋게 봤다면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라고 부당하게 영화관 확보를 하지 못할 수 있는 현실에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그는 배급사 관계자들을 향해 “죄송한 말씀이지만 지속적으로 귀찮게 할 것”이라면서 “가끔은 소주 한 잔도 하고 가끔은 멱살잡이도 하겠다”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영화의 뒷이야기도 공개됐다. 이 영화는 지난 해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당시의 마지막 장면과 정식 상영판의 마지막 장면이 다르다.

 

김진혁 감독은 “영화제 때는 최승호 선배의 ‘언론인 스스로 저항하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의 말로 마무리가 됐다”라면서 “그때는 그게 적절했는데, 이번에는 공정한 언론을 위해 싸운 분들의 오랜 역사와 기록을 담으려고 했다. 모두가 똑같이 ‘기레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구분해서 봐달라는 의미다. 그리고 지금의 시국과 변화가 반영돼 있다”라고 알렸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2014년부터 기획됐다. 8년 전 YTN 해직 사태가 벌어졌을 때부터의 기록이 담겼는데, 처음부터 영화 제작용으로 촬영한 게 아니라 고른 화질의 영상은 아니다. 김 감독은 “이들의 오랜 싸움이 호소력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노종면 기자는 “우리의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라면서 “우리가 생방송 투쟁을 한 적이 있다. 언론의 주목은 받지 못하고 사장 저지를 위한 싸움은 격렬해질 때였다. 내부 구성원들은 분열되고 사측의 징계와 고소, 고발이 밀어닥칠 때였다. YTN 생방송 뉴스 중에 공정 방송 사수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또 해고 사태 이후 모든 앵커들이 상복을 입고 블랙 투쟁을 벌였다”라고 회상했다.

 

노 기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KBS, MBC 등 타사 기자들도 함께 검은 옷을 입고 진행을 했다”라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투쟁이었다. 취재 현장에서 낙하산 사장 반대 배지를 달고 있었고, 타사 기자들도 함께 달았다. 우리의 싸움을 외부에 알리고 싶던 시기였다. 함께 기억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영화에 담기지 않았지만 대중이 꼭 기억해줬으면 하는 이야기를 전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