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을 '청와대 찬양 방송'으로 만든 KBS 고대영과 MBC 안광한 사장의 심각한 현실 인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두 사람이 이틀 사이 공개 질의에 내놓은 '별에서 온 그대'식 답변이 헛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고대영 사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한국방송공사 결산 승인안 질의 시간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위원의 질타를 받았다.
박 위원은 결산 관련 질문은 서면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히며 공영방송인 KBS가 공정한 언론으로서의 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촛불집회 현장에 나간 기자들이 시민들에게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들은 적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고 사장은 “일부 방해를 받았다고 들었다”라면서도 박 위원이 왜 그런 방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냐고 재차 묻자 “보도가 생각과 다르다고 취재진에게 그렇게 하는 게 올바른 행동인지 의문”이라고 공영방송의 편향 보도에 성난 민심을 탓하는 듯한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고 사장은 MBC 안광한 사장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리한 편향 보도만 내보내도록 통제했다. 두 사람은 언론단체들이 선정한 박 대통령의 ‘언론 부역자’로 불리고 있다. KBS 구성원들은 현재 고 사장의 퇴진과 공정 방송 회복의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고 사장은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KBS는 편향적인 적이 없다”라면서 “(퇴진 요구 역시)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JTBC가 왜곡 방송을 일삼는 KBS와 MBC 대신에 JTBC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다수의 시선에 대해 “상업 언론과 공영방송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에 동의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아울러 고 사장은 ‘국민의 일반적인 상식과 여론, 그리고 국민이 원하는 원칙과 동떨어진 시선으로 방송을 만들고 있다’는 박 위원의 지적에 대해 “원칙을 지키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KBS 뉴스 시청률 하락이 돌아선 민심을 대변한다는 취지의 질의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우려된다)”라고 KBS를 향한 시청자들의 실망과 비판의 시선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고 사장의 대다수 시청자들과의 다른 현실 인식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폭로한 KBS 노조의 성명서와 궤를 같이 한다.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KBS 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 KBS 노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KBS본부)는 지난 17일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설날 이후 총파업 찬반 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시청자들의 외면에도 정권 친화적인 왜곡 보도를 일삼는 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게 KBS 구성원들의 생각이다.
마치 ‘별에서 온 그대’의 방송판을 보는 듯한 모습은 고 사장뿐만 아니다. MBC 안광한 사장 역시 지난 16일 방송문화진흥회 2017년도 MBC 상반기 업무보고 자리에 참석해 MBC의 보도 부문 신뢰성 추락 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 야당 추천 인사들의 질문에 당당히 맞섰다. 방송문화진흥회는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다.
안 사장은 보도 부문에 대해 “중립성을 지키는 뉴스 기조가 시청률 측면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했다"면서도 개선 방안에 대해 “감정적 보도경쟁 지양, 중립성 원칙 고수”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정치적 환경 속에서 시대에 편승해 흠집 내려는 시도가 5년 전 상황과 똑같이 펼쳐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안 사장은 야당 추천 이사들과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였는데, 공감하기 어려운 논리로 현장에 있던 취재진 사이에서 헛웃음이 터졌다는 후문이다.
MBC는 간판 뉴스 프로그램 <뉴스데스크>가 시청률 2%대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당했다. 특히 촛불집회 현장에 간 MBC 기자가 자사 로고를 떼고 보도를 할 정도로 공정성을 잃고 정부에 유리한 부분만 왜곡하는 MBC에 대한 대중의 실망과 분노가 극에 달한 상태다.
안 사장은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정윤회와 독대해 정권에 유리한 보도를 계획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를 상대로 사실이 아니라면서 고소 절차를 밟았다. 특히 “향후에도 허위보도를 하거나 악의적으로 이를 전파하는 매체에 대해 모든 법적 조치를 통해 책임을 묻겠다”라고 경고하며 자신과 MBC를 향한 대중의 날선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는 공영방송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방식으로 비판 기사에 대한 소송전을 펼쳤다. 또한 정권 친화적인 인사를 ‘낙하선 경영진’으로 만든 후 이에 반발하는 구성원을 해고하거나 징계 조처를 내리게 했다. 결국 두 정부가 집권한 10여년의 시간은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공영방송의 신뢰성과 영향력이 크게 추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KBS와 MBC 구성원들은 성명서와 시위를 통해 공영방송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암울한 현실에 반발하고 있다. 공영방송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다시 국민을 위한 방송을 만들기 위한 구성원들의 용기 있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경영진의 경위서 제출 요구에도 굴하지 않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정작 공영방송 몰락의 책임이 있는 경영진은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으로 빈축을 사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