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시한부"...MBC 차기 사장 선임 강행 규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C는 국민의 것, 다시 국민의 품으로”

▲ 사장 공모에 지원한 14명 중 권재홍 MBC 부사장, 김장겸 MBC 보도본부장, 문철호 부산 MBC 사장이 후보 면접을 치렀다. 언론 단체들은 후보 3명 모두 박근혜 정부에 동조하며 MBC의 공정성을 훼손해 방송 신뢰도를 추락시킨 장본인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 PD저널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가 차기 사장 선임을 강행한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단체들이 공영방송의 훼손된 자율성과 독립성을 회복하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과 한국PD연합회,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등 언론 단체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문진 앞에서 MBC 차기 사장 선임 반대 규탄 집회를 열었다.

 

방문진은 이날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안광한 사장의 후임을 선임하기 위해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장 공모에 지원한 14명 중 권재홍 MBC 부사장, 김장겸 MBC 보도본부장, 문철호 부산 MBC 사장이 후보 면접을 치렀다. 언론 단체들은 후보 3명 모두 박근혜 정부에 동조하며 MBC의 공정성을 훼손해 방송 신뢰도를 추락시킨 장본인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언론 단체들은 “방문진 자격 없다. 사장 선임 중단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방문진의 차기 사장 선임을 질타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김연국 위원장과 도건협 부위원장은 언론의 자유가 명시된 헌법과 공정한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는 다짐이 담긴 MBC 방송강령을 되새겼다. 이들은 MBC를 정권 종속 방송으로 몰아넣은 현재의 경영진, 그리고 그 경영진과 뜻을 같이 한 새 사장 후보들을 비판했다. 도 부위원장은 3명의 후보에 대해 “MBC를 망치고 피눈물이 나게 한 사람들”이라면서 “국민이 탄핵한 박근혜가 임명한 방문진이 또 다른 사장을 뽑겠다고 한다. MBC를 권력에 갖다바치고 극우 세력의 진지로 만들어서 국민과 싸우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보다 탄압이 거셀 것”이라면서 “우리는 더 이상 굴욕 속에 살 수 없다. 촛불 시민들이 우리에게 MBC를 살려내라고 명령했다. 그 명령에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투쟁을 예고했다. 마지막으로 “MBC는 권력의 것이 아니다”라면서 “MBC는 부역자들의 것이 아니다. MBC는 국민의 것이다. MBC를 국민의 품으로”라고 외쳤다.

▲ 그는 “오늘 칼바람 맞으면서 봄이 오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면서 “박근혜의 운명이 얼마 안 남은 것처럼 지금 선임될 MBC 사장 운명은 얼마 남지 않은 휴대폰 배터리다. 어차피 선임돼봐야 시한부다”라고 투쟁을 독려했다. ⓒ PD저널

언론노조 KBS본부 성재호 위원장은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일명 언론장악방지법이 자유한국당의 반발로 국회에 계류 중인 사태를 지탄했다. 성 위원장은 “MBC 사장이 부역자 왕 뽑는 대회냐”라면서 “국정 농단 세력에 의해서 언론장악방지법이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3년짜리 박근혜 꼭두각시를 MBC에 알박기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에 협력한 부역 언론인들을 과거처럼 단죄하지 않고 이대로 그냥 놔두실 거냐”라면서 “우리 반드시 부역자들을 단죄해야 하고, 언론장악방지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서 공영방송을 회복하자”라고 덧붙였다.

 

언론노조 SBS본부 윤창현 위원장은 “(탄핵 반대 친박 단체) 어르신들이 오늘 우리 언론노조를 보고 회개하라고 한다”라면서 “말씀대로 회개하겠다. 오늘 자리는 다시는 박근혜와 같은 권력을 감시하지 않고 내팽개치지 않으며 감시하겠다는 우리 언론인들의 회개의 자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오늘 칼바람 맞으면서 봄이 오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면서 “박근혜의 운명이 얼마 안 남은 것처럼 지금 선임될 MBC 사장 운명은 얼마 남지 않은 휴대폰 배터리다. 어차피 선임돼봐야 시한부다”라고 투쟁을 독려했다.

 

언론인들은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다수의 이사가 포진된 방문진이 새로운 사장을 선임하겠다는 절차 자체를 반대했다. 현재 방문진은 여당 추천 이사 6명, 야당 추천 이사 3명으로 정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MBC 경영진이 정권 친화적인 낙하선 인사가 반복되고, 지난 10년간 편파 왜곡 방송으로 얼룩진 배경이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는 지난 10년간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이용해 공영방송인 MBC를 통제했다. 현재 국회에는 방문진 이사 구성을 중립적으로 개선하는 등의 골자가 담긴 방송개정법, 일명 언론장악방지법이 통과되지 못한 채 막혀 있다.

▲ 상암 MBC 광장에 전시된 MBC본부 소속 조합원들의 이름표. 1600여명의 조합원들이 공영방송 MBC를 되살리자는 결의의 뜻을 밝히고 있다. ⓒ PD저널

MBC본부는 이날 오후 6시 30분 상암 MBC 광장에서 촛불 집회를 개최하며 왜곡, 편파 방송으로 얼룩진 MBC의 공정성 회복 촉구와 새 사장 반대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또한 오는 24일 오전에는 차기 사장 내정자 출근에 맞서 시위를 열 계획이다. 현재 상암 MBC 광장에는 1600여명의 MBC본부 소속 조합원들의 이름표가 전시돼 있다. 이들은 공영방송 MBC를 다시 국민을 위한 공정한 방송으로 만들자는 결의를 다졌다.

 

한편 이날 언론노조 규탄 집회 맞은 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단체 회원들의 맞불 집회가 있었다. 이들이 최근 집회에서 폭력과 폭언을 일삼으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날 역시 물리적 충돌을 일으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회원이 언론노조가 세운 현수막을 끊으려는 시도를 하면서 소란이 발생했다. 또한 언론노조를 향해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언론 단체들을 향해 “쓰레기”, "반란 선동자", “X라이”, “저X” 등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언론단체 관계자들은 “우리는 오롯이 우리 목소리를 전달하는 일에 집중하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라”, “행여나 물리적으로 위해를 가하지 말라”를 당부하며 평화적인 집회를 이어가 선동적이고 폭력이 난무해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극우 단체 회원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