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 ‘고대영‧이인호 퇴진’ 논의 공청회 안건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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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이사 “이사회 주최로 KBS 내부 토론하는 자리 만들어볼 것”

[PD저널=하수영 기자] KBS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에 대한 퇴진 요구가 KBS 구성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KBS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포함해 KBS 내부 갈등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공청회 개최가 논의됐으나 부결됐다.

KBS 이사회는 26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6층 대회의실에서 정기이사회를 열고 ‘공영방송 KBS의 공공성을 둘러싼 내부 갈등 해법 모색 공청회 개최의 건’을 논의했으나 찬성 4, 반대 6으로 부결됐다.

안건은 ‘언론노조 KBS 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KBS 본부) 등 KBS 구성원들이 KBS 보도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장‧이사장 사퇴와 이사회 해체를 요구하고 있어 공청회를 통해 해결 방안을 찾아보자’는 소수 이사(구 야권추천) 4인의 제안으로 상정됐다. 다수 이사 6인(이인호 이사장 포함, 이원일 이사 불참)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사장‧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방송 독립성을 침해당하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관 ⓒKBS

소수이사 중 한 명인 김서중 이사(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제안 취지 설명에서 “KBS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에 가까운 사람이 고대영 사장‧이인호 이사장 퇴진에 동의하고 노조가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하고 있는 등 중요한 갈등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며 “시시비비를 떠나서 KBS 내부 갈등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서 공영방송인 KBS의 공적 책임을 생각할 때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사회가 적극 나서서 공청회를 열고 여론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같은 소수이사들도 ‘KBS에 대해 외부 시청자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으며 (KBS 이사회는) 방송법에 의해 설치된 공적 기관으로서 공영방송의 주인인 시청자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장주영 이사)’, ‘KBS가 위기적인 국면에 있으니 위기 돌파를 위해 이사회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권태선 이사)’는 의견을 내며 외부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이사회 주도 하에 개최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인호 이사장을 포함해 김경민, 변석찬, 조우석, 차기환, 강규형 등 다수 이사들은 공청회 개최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차기환 이사는 “회사 내부 갈등이 있을 때 경영진, 이사회, 노조 대표들이 모여서 논의하고 토론하는 거면 모르겠는데 외부 공청회를 한다? 그런 제안은 굉장히 부적절하다”며 “공청회를 하고 싶으면 학회 분들이 하시는 게 적당하지 외부의 제3자를 끌어들여서 갈등을…(풀자는 건) 적절한 대응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차 이사는 공청회를 두고 ‘여론재판이다’,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거듭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공청회는) 국민들을 위해서 올바른 뉴스 정보를 제공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데 기여하는 방송사를 정치투쟁의 한복판으로 이끌어 들어가는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우석 이사는 “공청회 개최 안건을 상정한 (소수)이사 네 분이 얼마 전 KBS의 양대 노조를 이사회에 참석시키자고 해 적정한 토론을 했고 부결됐는데, 공청회 개최(제안)는 그 것의 확대 버전이다. 부결된 지 얼마 안 된 사안, 똑같은 사안을 가지고 공청회 제안하는 게 생산적인가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며 “이사회는 공영방송 독립성‧공정성 보장하기 위해 있는 거고 법이 부여한 책임 안에서 움직이는 거지, 사내 문제가 있다고 자의적으로 말하면서 밖에서 세력을 끌어들이거나 (그들과) 연동해서 움직인다는 게 과연 합당한 것인지 동의하기 힘든 측면이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 이사는 이 부분에서 공청회 제안이 지난 13일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를 비롯한 214개 언론·시민단체가 연합해 결성한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과 연동된 것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조 이사는 “좌익시민단체라고 하는 곳에서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이라는 단체까지 만들었다. 감히 ‘정상화’라는 말을 쓴 것에 동의를 못 하겠다”며 “‘KBS‧MBC 흔들기 시민행동’이라고밖에 설명이 안 된다. 혹시 나만의 우려인지 모르겠지만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는 게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이 연동된 움직임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여전히 있다. 그 사람들(시민행동) 문건을 봤더니 ‘우리 행동은 KBS‧MBC 노동자들 내부투쟁과 공유해서 움직인다’는 얘기가 있었다. 공청회 개최는 부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KBS ⓒPD저널

“외부 단체와 연동? 말도 안 돼…KBS 이사회, 공적 책임 다 하려면 외부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소수 이사인 권태선 이사는 공청회 개최 제안이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과 연계된 것’이라는 조 이사의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권 이사는 “조 이사께서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이나 다양한 시민운동 단체들을 가지고 마치 우리가 (제안)하고 있는 공청회마저 이것과 연계된 활동이 아니냐는 식의 의혹을 제기하는데 말도 안 된다. 그럴 거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서 회의해보자고 하지 뭐 하러 이사회 이름으로 해 보자고 하겠느냐”며 “KBS 이사회는 (KBS 경영현안 관련) 최고의결기구지만 (KBS 문제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도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고 우리도 좀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으니 (공청회를 통해) 다양한 섹터(분야)의 의견을 들어보는 방식을 취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이사는 “공청회를 열어서 진보 쪽 사람들(의견)만 들어보자는 게 아니라 ‘KBS 이사회가 법적 책임이나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극우‧보수단체들도 와서 같이 토론하라는 것이다. 이게 방송법이 정한 KBS 이사회의 공적책임을 다 하는 현실적인 길”이라며 “내‧외부에서 (KBS에) 문제있다고 하는데 (이사회만) ‘난 문제 없다. 너흰 가만히 있어’라고 하면 무책임한 거다. 그런 이사회가 왜 존재하는 것인가? 다수 이사는 경영진이 제기한 안건 통과시키는 ‘거수기’ 역할을 한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다. 무조건 ‘당신들이 틀렸다. 내가 옳다’는 이야기만 하지,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으려고, 소통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하며 다수 이사들을 비판했다.

소수 이사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다수 이사들은 ‘정권이 바뀌자 노조 등을 중심으로 방송 독립성을 침해하려는 시도가 일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권력은 누가 감시하지 않으면 부패할 소지가 있어서 방송 독립성이 그만큼 중요하다. 정권이 어떻게 돌아가든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목소리를 내야하는 게 방송 독립성”이라며 “그걸 훼손하고 정권이 바뀌었다고 ‘모든 옛날 사람 물러가라’는 추세가 일고 있고, 나를 포함해 네 분의 (다수)이사들, 그리고 현 사장과 전임 사장(길환영 전 사장) 등이 모두 ‘부역자’라 지칭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적 정치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서 공청회를 열자고 하는 건 불쏘시개를 들고 불타는 데 뛰어드는 거라고 밖에는 생각이 안 된다. (공청회가) KBS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시간가량 다수‧소수 이사들이 격론을 주고받았지만 결론이 나기는커녕 이사들 간에 고성이 오가거나 서로 말을 끊는 등 갈등 상황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이 이사장의 제안으로 10분가량 정회한 뒤 회의를 속개해 표결이 이뤄졌다. 표결 결과 찬성 4, 반대 6으로 공청회 개최 안건은 부결됐다.

김서중 이사는 27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공청회가) 무산 돼서 정말 아쉽다. 다수 이사들이 ‘(사장‧이사장) 나가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다 하는데 그럴 수 있지만, 그런 말을 포함해서 유의미한 목소리들 들어가며 필요하면 그 속에서 해법 찾고 설득하는 게 진짜 민주주의적 토론 문화가 아니냐”며 “어떤 이유든간에 (공청회 안건을) 부결시켜서 토론을 통해 해법 모색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은 (공청회를) 반대한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여전히 공개된 자리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26일 이사회에서 다수 이사들이) 외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이야기를 한 것을 감안해서 이사회 주최로 KBS 내부에서만이라도 토론회를 열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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