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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MBC '과거 청산'에 '불법사찰' 물타기

국정조사 요구... 배현진 등 '언론장악 피해자' 만들기 혈안 이미나 기자l승인2018.03.30 15: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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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 MBC

[PD저널=이미나 기자] 최승호 사장 취임 후 본격화된 MBC 내 '청산과 재건' 작업이 장애물을 만났다. 전 경영진 재임 시절 일어났던 불법행위를 조사 중인 MBC 감사국이 일부 직원의 이메일을 열람한 사실이 알려진 뒤 일부 구성원과 정치권에서 '불법 사찰' 논란을 부풀리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MBC의 내부 감사를 '불법 사찰'로 규정하고 MBC를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 등을 '언론장악의 피해자'로 만드는 데도 몰두하는 모습이다. 

논란은 MBC 내 제3노조인 MBC노동조합은 지난 21일 "파업 불참자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기자, 아나운서 등의 이메일을 무작위로 광범위하게 불법 사찰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관련 기사: MBC, '불법 사찰' 논란에 "음해 시도")

MBC노동조합은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아래 MBC본부) 파업 이후 입사한 경력기자와 MBC본부에서 탈퇴한 이들로 구성된 곳이다. 이들은 23일 최승호 사장과 박영춘 감사를 비롯해 실무자 등 총 9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청산과 재건' 작업을 둘러싼 내부 갈등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최승호 사장 또한 "(내부) 갈등이 짧은 시간 내에 봉합될 수가 없다"며 "모두를 어떻게 융합해 하나의 조직으로 끌고 나갈 것인가는 단기간에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관련 기사: 최승호 사장 "구성원 '갑질' 엄정하게 대처할 것")

그러나 MBC 내부 청산 작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자유한국당의 속내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사장 취임 이후 줄곧 '공영방송 MBC가 문재인 정권에 장악됐다'는 논리를 펴온 자유한국당은 27일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MBC 경영진과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에 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최근 자유한국당을 통해 정치계에 입문한 배현진 전 <뉴스데스크> 앵커를 비롯해 MBC노동조합 위원장인 김세의 MBC 기자, 박상후 전 MBC부국장 등이 참석해 자신들이 '언론장악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30일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공영방송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성실한 보도를 해온 파업 불참자, 성실한 직원과 기자들이 범법 혐의자가 되는 세상"이라고 말하는 등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배 전 앵커 등의 주장은 정작 과거 MBC에서 일어났던 공영방송 장악 사태는 외면하고, 현재 MBC에서 벌이는 진상조사의 본질을 흐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배현진 전 아나운서와 김세의 기자 등은 MBC의 신뢰도 하락과 무관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2011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배 전 앵커가 <뉴스데스크>를 진행했던 시기는 MBC 보도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던 때였다. 

김세의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인 2013년, 변호사를 겸직하며 급여를 받고 있다는 오보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로부터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당시 방심위는 이 리포트를 두고 "MBC는 이미 게이트키핑이 무너졌다" "거듭된 실수는 문제"라며 사안의 심각성에 우려를 표했다. 김세의 기자는 2016년에는 '인터뷰이 조작 의혹'으로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박상후 전 MBC부국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방송에서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것은 아닌지"라는 멘트를 통해 잠수부 사망 사건의 책임을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 돌렸다. 이 보도는 세월호 참사 관련 MBC 보도 중 대표적인 '보도 참사' 사례로 꼽힌다.

'불법 사찰'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적반하장식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등은 '공영방송 장악 문건'을 작성하고 이를 실행하려 했다. 2012년 MBC에서 경영진이 사내 보안 프로그램 '트로이컷'을 이용해 MBC본부 간부 등의 사적 정보를 불법 열람한 사건이 발생했으나 '통상적 경영행위'라며 당시 야당의 문제 제기에 응하지 않았던 전력도 있다.

MBC는 지난 22일과 27일 두 차례 입장문을 내고 이번 논란을 "적법한 절차를 거친 감사를 '불법 사찰'로 왜곡하고 사건의 본질을 흩트리며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또 "MBC의 공영적 가치를 훼손하고 MBC 뉴스신뢰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 당사자들의 자기반성 없는 발언에 유감을 표한다"며 "조사를 방해하는 사내외의 어떠한 움직임에도 흔들림 없이 조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본부 역시 27일 성명에서 "자유한국당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방송장악 공범이나 단 한 차례의 반성도, 사죄도 한 적이 없다"며 김세의 기자·배현진 전 앵커 등을 두고도 "자신들의 의혹과 과거 행적에 대해서는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서, 자신들이 왜 조사대상이 됐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만 계속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적폐 청산'을 겨냥한 불필요한 정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선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무시해선 안된다는 조언도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오랜 기간 MBC가 망가진 상황이었던 만큼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저항이 있다고 멈춘다면 공영방송의 정상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면서도 "(정치적 공세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요소는 본질이 흐려질 수 있는 만큼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오는 4월 5일 방문진 이사회에서도 이메일 열람과 관련한 보고가 예정되어 있다. MBC가 27일 "조사내용은 정리되는 대로 국민들 앞에 가감 없이 밝힐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힌 만큼, 이날 이사회에 감사국의 책임자인 박영춘 MBC 감사가 출석해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미나 기자  neptune@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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