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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사건' 실명 폭로, 부끄러운 언론 반복 안돼"

김정민 'PD수첩' PD "2부에서 수사 '외압'의 실체 밝힐 것" 이미나 기자l승인2018.07.25 14: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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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9년 문건을 남기고 목숨을 끊은 故 장자연 ⓒ MBC

[PD저널=이미나 기자] 지난 24일 MBC <PD수첩>이 '故 장자연' 1부를 통해 2009년 신인배우 장자연을 죽음으로 몰고간 접대의 실체와 관련자들을 고발했다.

지난 4월부터 취재에 착수한 <PD수첩> 제작진은 장자연이 소속사 대표의 손에 이끌려 언론계, 재계 인사들을 접대했다는 사실을 당시의 사건 조사 자료와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밝혀냈다.

고인의 지인들은 <PD수첩>의 카메라 앞에서 다시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술 접대나 골프 접대가 이루어진 과정과 접대 의혹을 받는 당사자들의 실명이 공개됐고, 관련 조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정황도 최초로 드러났다.

25일 만난 김정민 <PD수첩> PD는 "'장자연 사건'은 단지 한 연예인의 자살 사건이나 선정적 스캔들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많은 메시지를 던진 사건"이라며 "과거 언론이 외면했던 사건의 진실을 늦게나마 알리고 어떤 이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지 정리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김정민 PD는 의혹의 당사자들을 실명으로 보도한 이유에 대해선 "2009년 당시 언론의 행태는 비겁했다"며 "과거를 조명하는 입장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장자연 사건'을 다루기로 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5천 장 정도의 당시의 소송 관련 자료들을 확보하고 들여다보니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많았다. 취재를 통해 어느 정도까지 확인할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었지만, 자료의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것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거라고 봤다.

2011년 한 제보자가 <PD수첩>에 '유력 인사들이 故 장자연에게 거액의 수표를 건넸는데, 수사 과정에서 다 덮였다'고 전한 사실도 다시 빛을 보게 됐는데.

당시 <PD수첩> 제작진이 잘 정리해 가지고 있다가 전달해 줘서 봤더니 내가 제보를 받았다고 해도 쉽게 파 볼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 같은 내용이었다. '한 번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확인해 봤는데, 결과가 충격적이었다. 이 결과를 보고 부랴부랴 당시의 제보를 추가 취재해 방송하게 됐다.

▲ 24일 방송된 MBC < PD수첩 > '故 장자연' 1부의 주요 장면들 ⓒ MBC

'김밥값으로 수표를 줬다'는 해명 등 '장자연 사건' 조사와 관련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았다. 

(제보자들이) 어떤 일이 있었다, 외압이 있었다 말씀하시는데 쉽게 믿을 수가 없어 반문을 많이 했다. 그 분들의 이야기는 우리 같은 일반인이 들으면 그냥 '음모론' 같은 거다. 그런데 석 달정도 취재를 하다 보니까 그게 다 현실이더라.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현실'이 있다는 게 느껴졌다.

당시 사건으로 상처받은 이들을 다시 만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을 것 같다.

지금도 (제보자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그 분들은 사건 초반엔 조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진술하신 분들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는 데 크게 좌절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처음 연락했을 때) '세상이 그렇게 뜨거웠을 때도 안 됐던 일을 이제 와서 말한다 해서 뭐가 달라지겠느냐, 나만 괴롭고 유가족만 더 아프게 하는 일이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고, 만나 뵌 뒤에도 '최대한 당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겠다'고 말씀드리면서 방송이 나가게 됐다.

▲ 24일 방송된 MBC < PD수첩 > '故 장자연' 1부의 한 장면 ⓒ MBC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나 방정오 TV조선 전무 등 의혹의 당사자들을 모두 실명으로 거론했다. 

실명 보도를 처음부터 염두에 뒀다. 2009년 당시 언론은 누구나 <조선일보>가 (문건에) 언급된 걸 알고 있었지만 거론하지 못했다. 소송에 대한 압박이 컸기 때문이다. 취재를 해보니 경찰도 그런 공포를 받았던 것 같다. 공권력조차 '입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면 수십억 원 대의 소송에 걸릴 수 있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었으니 언론도 뒷걸음 친 게 아니가 싶다.

당시 언론의 행태는 비겁했고, 우스꽝스러웠다. 그 비겁함 때문에 9년간이나 처벌받아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지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조차 못했다. 그런 면에선 MBC도, 나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시 과거를 조명하는 입장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제작진이 실명 보도를 원해도, 끝까지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방송을 준비하는 와중에 내용증명도 오고, 언론사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벼르고 있다' '주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실명 보도는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윗선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위축됐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두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조선일보> 측에서 직간접적으로 연락을 했다는 의미인가.

<조선일보>쪽에서 직접 연락을 받지는 않았는데, 간접적으로는 많이 왔다고 하더라. 나와 접점이 없는 MBC 내 다른 구성원에게도 '확인을 빙자한 압력'이 있었다고 들었다. 비단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방송에서 거론한 많은 집단에서, 혹은 거론하지도 않았는데 '제 발 저린' 쪽도 연락을 취한 것 같다. 

31일 방영되는 2부에서는 어떤 내용이 등장하나.

1부의 중심이 '故 장자연에게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느냐'였다면, 2부는 '왜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했는가'가 주요 내용이다. <조선일보>의 경우 당시 '더 많은 내용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던 다른 언론사들과는 달리 '관련 기사가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던 정황이 있더라.

또 한 부분은 경찰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막연하게 '압박을 받았다' 정도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누가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을 놓쳤는지 등이 담길 거다. 

단지 '<조선일보>가 나빴다'는 게 아니다. 외압을 행사했다고 해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인데, 어쨌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거다. 그 과정에서 경찰에 있던 분들이 실질적으로 압박을 느꼈다고 증언하고, 다른 수사에선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들이 일어나면서 결과적으로 사건의 진실은 은폐됐다는 내용이 방송될 예정이다.


이미나 기자  neptune@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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