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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사제, 코미디 드라마의 반가운 부활

흥행 어려운 코미디 드라마의 심상찮은 상승세...강렬한 캐릭터로 극 몰입 높여 방연주 객원기자l승인2019.03.04 1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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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방송된 SBS <열혈사제> 화면 갈무리. ⓒSBS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의 상승세가 심상찮다. 최근에 지상파 드라마 가운데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은 경우가 드물었던 터라 더욱 눈에 띈다.

시청률 10%를 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열혈사제>는 지난달 15일 첫 방송부터 시청률 10%를 웃도는 성적을 냈다. 매주 방영될 때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지난 2일 방송된 11회와 12회는 각각 13.1%, 1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이날 방송의 엔딩인 김해일 신부(김남길 분)와 전직 조폭 황철범(고준 분)의 주먹 맞대결 장면이 최고 시청률 20.7%까지 치솟았다.

<열혈사제>는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가톨릭 사제 김해일 신부와 구담경찰서 구대영 형사(김성균 분)가 이영준 신부의 살인사건에 대한 공조수사를 맡아 구담구 악의 무리를 일망타진한다는 코믹 수사극이다. 사실 드라마 시장에서 코미디는 흥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장르다. 코믹코드를 ‘B급’, ‘병맛’ 위주로 살려내면 대중의 공감대를 넓히기 어렵고, 보편적인 입맛에 맞추면 특유의 코믹성이 옅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열혈사제>는 이러한 딜레마를 캐릭터로 메운다. 김해일 신부는 불의를 참지 못하고 “하느님이 너 때리래”라며 주먹을 날리는 사제다. 고해성사하러 온 신도에게는 “자신들이 잘못한 사람한테 용서부터 받고 오세요”라며 거침없이 쓴소리를 내뱉는다. 감정적 극성을 지닌 캐릭터 김해일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웃음’과 ‘분노’라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감정선이 코믹성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생동감 있는 주·조연 캐릭터도 극의 몰입을 높인다. 안타고니스트 캐릭터는 극적 갈등으로 증폭시키고, 조연급 캐릭터는 코믹극의 호흡을 조절하고 있다.

김해일 신부가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홀로 분투하는 가운데 가위바위보 챔피언, 숨 참기 기록보유자 등 하찮은 능력만 뛰어난 구대영 형사로 인해 수사는 난항을 거듭한다. 상명하복과 정치력으로 검찰청에서 출세라인을 타고 있는 특수팀 박경선 검사(이하늬 분)까지 비협조적으로 굴어 김해일 신부가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일이 만만찮다.

긴장감을 쌓아가는 스토리라인에서 조연 캐릭터는 시청자에게 숨 돌릴 틈을 선사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관피아’ 카르텔에 연루된 인물들을 비롯해 중국집 배달원인 태국 청년 쏭삭 테카라타나푸라서트와 천문학을 전공했지만 취직을 못한 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오요한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웃음을 안겨준다.

<열혈사제>의 상승세는 드라마의 작품성뿐 아니라 외부적 환경과 잘 맞물린 측면도 있다. 실적이 나쁜 형사 5인방과 개성 넘치는 악당의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의 경우 예상 밖으로 관객 수 1600만 명 이상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순위 2위에 올라섰다. <극한직업>의 성공은 문화계 전반에 걸쳐 코미디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열혈사제>를 쓴 박재범 작가는 이미 KBS <김 과장>을 통해 재기발랄한 대사와 사회상을 무겁지 않게 그려내 호평을 받은 데 이어 이번 <열혈사제>에서도 코믹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박 작가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의 향연과 가톨릭 교구를 배경으로 관피아, 복지기관 착취, 사이비 종교 등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토리로 풀어내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안겨주고 있다. <열혈사제>는 고발성 짙은 정극보다 웃음코드 가득한 드라마로 주제의식을 풀어내 SBS가 처음 편성한 금토드라마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박재범 작가는 미국 ABC에 동명원작 <굿 닥터>가 방영돼 호응을 얻은 것과 관련해 지난해 한 세미나에서 “상식과 보편타당한 감정을 가진 드라마, 자극적이지 않고 남녀노소가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이러한 기획의도가 미국에도 통용된 것 같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굿 닥터>, <김 과장>에 이어 <열혈사제> 속 캐릭터도 역할 크기에 차이가 있을 뿐 제각각의 사연이 존재하고, ‘무엇을 하고자’하는 욕망을 확고하게 가진 인물들로 그려지고 있다. 이제 막 살인사건의 공조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과연 이들의 ‘웃음’과 ‘분노’가 어떤 역학관계를 만들어내고, 우리 현실을 어떻게 비틀어 보여줄지 기대된다.


방연주 객원기자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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