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전 경영진, 정연주 강제 해임 뒤 노조 선거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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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사측 간부들 지역 돌며 특정 후보 '선거 운동'...진미위 "부당노동행위 지속"

[PD저널=이은주 기자] 2008년 정연주 사장이 강제 해임된 뒤 KBS 경영진이 정연주 사장 퇴진운동을 벌였던 인물을 노조 위원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노골적인 선거운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KBS 과거 청산 기구인 '진실과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는 21일 '경영진의 부당 노동 행위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2008년 이병순 사장 시절 경영진이 KBS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 특정 후보의 선출을 독려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미위에 따르면 2008년 11월 치러진 KBS노동조합 제 12대 위원장 선거 결선 투표를 앞두고, 유 모 부사장과 편성·보도·TV·기술·경영·라디오 본부장 6명이 직원들에게 강 모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강요하고 종용했다. 

강 모 후보는 당시 정연주 사장 퇴진운동을 벌였던 노조 집행부의 부위원장으로, 1차 선거에서 2위를 기록했다.

진미위는 이병순 사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선명하게 내세웠던 기호 4번 김 모 후보가 1차 투표에서 1위를 하게 되자 위기감을 느낀 경영진이 통상적으로 12월에 시행하던 연말 지역 위문을 결선 투표 하루 전으로 급히 앞당겼다고 밝혔다. 경영진은 지역 송중계소를 방문한 현장에서 조합원들에게 강 모 후보에 대한 지지를 요구하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진미위는 "당시 노동조합 분포에서 다수를 차지하던 방송기술직의 최고위직이었던 김 모 기술본부장은 강릉, 원주방송국의 기술 선임 직원을 춘천총국으로 출장을 오게 해 구내식당에 모아 놓고 '방송 기술 직종 후보가 위원장이 되지 않으면 기술직 직원들은 분사나 아웃소싱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등 갈등을 조장하고, 고용 안정에 대한 불안감을 유발했다"고 전했다.

실제 결선투표에서 강 모 후보가 50.2%, 김 모 후보가 48.5%의 지지를 얻어 강 후보가 근소한 차로 당선됐다.

진미위는 "KBS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측의 노골적인 노조 선거 개입"이라며 "노동조합의 분열과 극심한 노노·노사 갈등으로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진미위는 또 2014년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양대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간부들에게 파업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도록 종용한 것도 부당노동행위라고 봤다.  

당시 KBS 사측 임원과 국부장급 간부 77명은 파업을 비난하거나 업무복귀를 종용하는 성명서를 사내게시판에 올렸는데, 성명서에 연명을 거부한 간부를 ‘보직 해임’하는 경우도 있었다.

진미위는 "노동조합의 운영에 개입하려는 의도로 파업을 무조건 불법으로 규정, 간부들을 독려해 파업을 비난하거나 업무 복귀를 요구하는 글을 올리는 행위는 노조법의 노동조합 운영 지배, 개입으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진미위는 2004년경부터 2010년까지 KBS의 방호를 담당하는 안전관리실의 일부 간부들이 소속 청원 경찰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관리하면서 '사이버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진미위는 “안전관리실의 일부 간부들이 청원 경찰들의 아이디로, 2010년 7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임단협 파업 때에도 파업을 비난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게시하도록 하는 행위는 노조법의 부당노동행위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진미위는 사장에게 이러한 부당노동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당 조사 결과를 내외에 발표하고 연수원이 향후 직원 교육에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또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2014년 보직 간부 집단 성명 게시 사건은 감사실의 추가 감사를 통한 처분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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