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언론 '짬짜미'로 울산은 고립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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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언론 '짬짜미'로 울산은 고립 상태"
박근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 "사측 입장만 받아쓴 언론, 노조 폭력성만 부각"
"권력화된 언론 자본과 공생관계 형성...여력 없어 항의도 못해"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06.14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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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장 ⓒ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박근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장 ⓒ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PD저널=이미나 기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둘러싼 노사 갈등을 전한 다수 언론은 여전히 노조의 폭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인분할을 의결한 주총을 앞두고 노조가 '폭력 난동'을 벌였다거나 노측의 실력행사로 직원이 실명 위기에 빠졌다는 보도가 보수·경제지를 통해 전해졌다. 노조가 왜 강력하게 반발하는지 관심을 두는 보도는 찾기 어렵다.     

이번 노사 갈등은 현대중공업이 물적 분할을 통해 과거 거액의 회계사기 사태를 일으켰던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현대중공업 측은 '몸집을 불려 세계 1위 조선사가 되면 업계 불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에서는 '현대 총수 일가에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는 반면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은 악화될 것이며 울산 지역경제에 끼치는 타격도 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고질적인 '노조 혐오'을 또 다시 드러낸  보도를 보면서 길 위에 선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박근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장은 지난 12일 전화인터뷰에서 "언론이 현상을 왜곡하고 노조의 잘못만을 부각하면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화가 나지만, 정정요청을 할 여력이 없어 제대로 항의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지부장은 "노조의 편을 들어 달라는 것이 아니"라며 "객관적인 시각으로 현실을 보도해주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음은 박근태 지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을 보도한 '한국경제' 28일자 지면 ⓒ 한국경제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을 보도한 '한국경제' 28일자 지면 ⓒ 한국경제

지난달 27일 노조의 울산 한마음회관 점거농성 당시 '현대중공업 관계자 한 명이 실명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나흘 뒤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도 노조가 소화기를 뿌리고 의자를 던지는 등 난동을 피웠다는 보도들이 많았다. 당시 현장 상황은 어땠나.

"점거농성 당시 노조가 항의하고, 사측이 이를 막는 과정에서 마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확인해 보니 (그 관계자가) 크게 다친 것은 아니었다. '실명 위기'라는 사측의 주장을 언론이 일방적으로 받아 적은 것이다. 

임시 주주총회 보도도 마찬가지다. 당시 주주총회 장소가 변경됐다고 해 급하게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소화기를 준비했겠나. 도착한 뒤에도 앞에서 경찰이 막고 있어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 마찰이 있었지만 울산MBC가 공개한 당시 영상(▷바로가기)을 보면 소화기를 뿌리고 의자를 던지는 건 체육관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주주총회가 끝난 뒤 현장에 들어온 언론이 그런(체육관이 어질러져 있는) 사진을 찍어놓고 우리가 그랬다고 하는 거다."

'실명 위기' 보도나 '주주총회 난동' 등을 보도한 언론 가운데, 노조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거나 반론을 받은 곳이 있었나.

"노조 집행부를 통해 확인해 보니 두 곳 정도에서 반론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역시 형식적으로, 간단히 한 줄 정도로 처리됐더라. 대부분의 언론이 회사가 제공한 자료를 실제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받아 적고 있다. 우리의 입장을 들으려 하지 않고, 노조의 폭력성을 부각하고 있다. 화가 나지만, 정정요청을 할 여력이 없어 제대로 항의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반적으로 이번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에 대해 언론이 균형 있는 보도를 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인가.

"울산지역 언론은 왜 노조가 물적분할을 반대하는지 이야기하기도 하고, 주민이 반대하는 모습 등 지역 여론을 담아내고 있다. 지난 5월 울산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82%가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반대했고, 지역 정치권에서도 반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구성원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울산 바깥의 언론은 회사가 제공하는 것만 보려고 한다. '우리(노조)는 광고를 못 주고, 자본은 광고를 줄 수 있으니 (회사가) 주는 대로 받아 적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재벌 특혜라고 그렇게 외칠 땐 일언반구 없다가, 마찰이 생기니 '폭력은 안 된다'고만 얘기한다. 본질은 왜곡되고 거론조차 되지 않고, 부당하다고 싸우는 사람만 욕하고 처벌하겠다는 거다."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를 보도한 울산MB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울산MBC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를 보도한 울산MB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울산MBC

이번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의 본질은 무엇인가.

"지난 2017년은 조선업계가 불황일 때였는데,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됐다. 그 결과 최대주주는 자신의 몫을 챙겼지만 경영 여건은 악화됐다. 노동자들은 회사로부터 임금 20% 삭감과 복지 축소 등 여러 요구를 받았다. 물적 분할을 통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되면 '알짜'만 총수 일가에게 돌아가고, 노동자에게는 고통만 돌아가는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고 본다.

결국 울산 현대중공업은 빚만 떠안고 생산 공장으로 전락하는 셈인데, 이런 구조가 다시 한 번 되풀이된다면 어떤 사람이 좋아할 수 있겠나. 또 삼성도 마찬가지지만 현대도 3세 승계 과정에 있다. (물적 분할이) 총수 일가가 세금을 덜 내고 적은 돈으로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언론 보도의 폐해는 무엇이라고 보나. 

"언론이 우리의 잘못을 과장하고 마찰을 부각하지만, 우리가 피해를 받는 것은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현대중공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보도하지 않는다. 이렇게 언론이 사태를 호도하면서 자본 권력에만 힘이 실리고, 정부는 입을 다물고 있다. 결국은 현대중공업과 언론, 그리고 정부가 '짬짜미'를 하는 셈이다. 울산 지역과 노동자들은 고립된 상황이 됐다."

언론이 노조의 폭력을 부각하고 본질을 외면하는 보도를 내놓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언론도 권력화 됐기 때문이다. 권력화된 언론이 또 다른 권력인 자본권력을 감싸면서, 유착과 공생관계가 형성됐다. 지금 현대중공업 구성원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런데 왜 총수 일가는 자신의 배 불리는 데만 집중하고 있고, 언론은 이를 왜 보도하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다.

현대중공업의 현실을 언론이 제대로 알리고 난 뒤에야, 옳고 그름도 따질 수 있는 것이다. 노조의 주장을 실어달라는 게 아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현실을 보도해주기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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