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도 유튜브 따라가야 하나” 고민 끝에 나온 ’딩동댕 친구들‘
상태바
“EBS도 유튜브 따라가야 하나” 고민 끝에 나온 ’딩동댕 친구들‘
‘딩동댕 유치원’ 후속작으로 65부작 스토리텔링 콘텐츠 편성한 EBS  
박유림 PD “사회‧부모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어린이상 배제...아이들 눈높이에서 감정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 내세워”  
“유튜브 편승보다는 교육적 가치 지키되 시대에 맞는 콘텐츠 제작하는 게 목표”  
  
  • 이해휘 기자
  • 승인 2019.11.14 18:30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BS '딩동댕 친구들' 촬영현장
지난 13일 EBS에서 진행된 '딩동댕 친구들' 촬영 현장ⓒ김성헌

[PD저널=이해휘 기자] 유치원생만 되어도 유튜브 콘텐츠를 즐겨보는 시대에 EBS 프로그램은 유튜브의 문법을 따라가야 할까. 
 
EBS가 38년 동안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딩동댕 유치원> 후속작으로 내놓은 <딩동댕 친구들-장난감나라의 비밀>은 ‘유튜브 시대’에 EBS 유아 프로그램의 방향을 모색한 결과물이다.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EBS 연습생 ‘펭수’가 기존 EBS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딩동댕 친구들>도 지금까지 유아 프로그램과는 확연히 다르다. 

발달단계에 따른 놀이학습이 주를 이뤘던 내용을 과감하게 빼고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한 게 특징이다. <딩동댕 친구들>은 장난감나라 ‘딩동시’에 초대된 7살짜리 아이 하루가 장난감친구들과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EBS가 ‘역대급’ 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PD 5명‧작가 4명이 투입됐고, 편당 제작비도 <딩동댕 유치원>보다 세 배 정도 많다.

<방귀대장 뿡뿡이> 등을 거쳐 <딩동댕 친구들> 연출을 맡은 박유림 PD는 “<딩동댕 유치원>은 선생님과 부모가 바라는 이상적인 어린이상을 만드는 데 주력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이걸 원하지 않는다고 봤다”며 “EBS가 유튜브 콘텐츠를 따라 가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개인 유튜버가 못하는 기획력과 대규모 인력 투입 등으로 승부를 겨뤄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첫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 반응은 참신하다는 평가와 예전 <딩동댕 유치원>이 그립다는 의견으로 엇갈린다. 

박유림 PD는 “<자이언트 펭TV>도 유튜브에서 반응이 터진 것인데, 옳고 그름을 판단 못하는 4~7세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유튜브에 마냥 편승하기보다는 교육적 가치를 놓치지 않고, 시대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딩동댕 친구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유아 시청자들의 참여도 유도할 계획이다.

박 PD는 “<딩동댕 친구들>을 씨앗 삼아 장난감 친구들 캐릭터의 성향을 반영한 개별 콘텐츠를 만드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며 “‘장난감 친구들’ 피규어도 제작할 예정인데, 아이들이 피규어를 통해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유튜브를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13일 경기도 일산 EBS에서 만난 박유림 PD와 나눈 일문일답. 

EBS '딩동댕 친구들' 연출을 맡은 박유림 PDⓒ김성헌
EBS '딩동댕 친구들' 연출을 맡은 박유림 PDⓒ김성헌

-<딩동댕 친구들>을 기획하면서 유튜브로 미디어를 처음 접하는 유아‧어린이들이 원하는 콘텐츠, 아이들에게 필요한 콘텐츠는 무엇이라고 봤나.

“유튜브 콘텐츠는 ‘같이 논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유아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생활습관을 잡아주고, 어른들이 생각하는 바른 아이의 모습으로 교육시키는 게 주된 포맷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그걸 원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렇다면 EBS가 유튜브 콘텐츠를 따라가야 하나. 고민 끝에 개인 유튜버가 못하는 기획력을 내세워 승부를 겨뤄보면 어떨까 싶었다. <딩동댕 유치원> 포맷을 버리고 아이들이 겪을 법한 고민을 에피소드로 풀어낸 좋은 스토리텔링이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딩동댕 친구들> 기획단계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 있다면.

“지금은 ‘펭수’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지난해 기획할 당시에는 EBS에 새로운 캐릭터가 없었다. ‘뿡뿡이’ 뽀로로‘도 십년 전에 나온 캐릭터고, 뜰만한 캐릭터를 개발하는 데 중점을 뒀다.” 
 
-장난감 친구인 유튜버 ‘킹수수’ 캐릭터 등을 보면 요즘 어린이들의 관심사를 반영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EBS 프로그램에서도 유튜버를 봐야 하냐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 반응도 있다. 

"유튜브가 대세라서 ‘킹수수’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시청자 반응을 보고 놀랐다. ‘킹수수’를 통해 유튜브에 대한 유아 부모들의 반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한 달 동안 캐릭터 투표를 진행하면서 시청자 반응을 볼 계획이다." 

-어린이 교육 예능으로 출발한 <자이언트 펭TV>는 2030세대까지 전폭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딩동댕 친구들>의 시청층 확대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오전 8시대는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 4~7세 유아를 대상으로 하되 유튜브를 통해 시청 연령층이 더 넓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스토리텔링 콘텐츠이다 보니 <딩동댕 유치원>보다는 시청 연령이 조금 높아질 수는 있다."

-2009년~2013년 <방귀대장 뿡뿡이>를 연출했을 때와 비교해 유아 시청자들이 달라졌다고 느끼나. 

“많이 달라졌다고 본다. 유아 프로그램은 시청층이 댓글을 달 수 없는 연령대이기도 하고, TV 매체 속성상 즉각적인 반응을 느끼는 것도 어렵다. 최근 미디어 이용자의 매체 소비 행태와 태도는 예전과 다르다. 지금 아이들은 자기가 보는 콘텐츠를 직접 선택한다. 아이들도 재미가 없으면 안 보는 시대가 된 것이다."      

-유튜브만 해도 키즈 콘텐츠가 셀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키즈 콘텐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EBS만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킹수수' 캐릭터에 대한 반감을 보고 EBS는 유튜브 콘텐츠와는 다른 교육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키즈 콘텐츠의 경우 돈이 되는가를 먼저 따진다면 EBS 콘텐츠는 교육적인 가치가 우선이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으면서 교육적인 가치를 놓치지 않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EBS의 역할이라고 본다.”

EBS '딩동댕 유치원' 후속작인 '딩동댕 친구들' 촬영 현장의 모습. ⓒ김성헌
EBS '딩동댕 유치원' 후속작인 '딩동댕 친구들' 촬영 현장의 모습. ⓒ김성헌

-<딩동댕 친구들>은 ‘놀이’나 ‘배우기’가 없는 대신 아이들이 직접 겪을 법한 고민을 에피소드로 풀어낸다. <딩동댕 친구들>을 통해 지키고자 하는 교육적 가치는 무엇인지.

 "기본적으로 아이가 어떻게 자라길 바라는 어른의 기대를 담지 않는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의 고민을 프로그램에 담았다. 보육시설에 다니는 연령층이 낮아지면서 아이들도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는 셈이다.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받을텐데, 형제자매가 적다보니 감정을 공유할 사람도 적다. <딩동댕 친구들>이 사회가 바라는 아이상은 배제하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을 내세운 이유다."   

-<딩동댕 친구들>에서 영화 <토이스토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세계관도 엿보인다. 하루는 장난감나라에서 앞으로 어떤 일을 겪으면서 성장하게 되나.

"전체적으로는 ‘단추마녀’와 하루 사이에 얽혀있는 스토리가 중심 축이다. 하루도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 것인데, 때로는 조정자가 되고 때로는 문제를 일으키면서 배우고 느끼면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단추마녀'도 악역이지만 하루와 함께 지내면서 점점 변한다. 하루와 '단추마녀'의 화해가 이루어질 것인가는 스포일러라서 말해줄 수 없다." 

-드라마 형식을 따르기 때문에 <딩동댕 친구들> 이전회를 안 보면 캐릭터에 대한 이해나 스토리를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성인이 보는 드라마는 1회라도 안 보면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힘들다. <딩동댕 친구들>은 직관적으로 캐릭터 성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해놨다. '단추마녀'가 하루를 미워하는 이유를 알지 못해도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고, 시트콤처럼 개별적인 이야기로 채워 시청에 큰 어려움을 없을 것이다."

 -<딩동댕 친구들>이 아직 생소하거나 아직 시청하지 않은 아이들과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반응을 보면서 <딩동댕 유치원>이 오랜 역사만큼 팬층이 두텁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오랜 시간 동안 자부심을 가지고 EBS 유아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이번 <딩동댕 친구들>도 최고의 작가와 스태프가 뭉쳐 제작한 콘텐츠다. 스토리 퀄리티만큼은 역대급이라고 자부한다. <딩동댕 유치원>과 포맷이 달라져서 당황스럽다는 시청자 반응은 충분히 공감한다. 음악이 뮤지컬 같다는 반응도 있지만, 어린이 수준을 어른이 낮추어 본 것은 아닐까. 좋은 음악은 유아도 알아 볼 것이라고 생각해서 음악에도 신경을 썼다. 관심을 가지고 <딩동댕 친구들>을 계속 시청한다면 시청자들도 알아봐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EBS '딩동댕 친구들' 촬영현
EBS '딩동댕 친구들' 출연자들과 박유림 PD.ⓒ김성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지나 2019-11-26 15:28:03
뚜앙 누리도 좋았었는데 애들이 딩동시 좋아해요 트렌드 반영한거 좋습니다. 뚜앙 캐릭터는 묻히는게 서운하지만요

애청자 2019-11-17 11:16:49
아기때문에 오래봐왔는데 누리랑 뚜앙 왜끝난건지 뚜앙 누리보고싶습니다

오지원 2019-11-15 08:05:02
저희애가 진짜 좋아해요 ㅎㅎ!!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