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선 넘는 '메이드 인 방송사' 유튜브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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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선 넘는 '메이드 인 방송사' 유튜브 콘텐츠
방송사 유튜브 시장 '큰손' 떠올랐지만, ‘자극적인 콘텐츠' '통제 불능 라이브 방송' 논란에 휘말리기도
"방송사 디지털 콘텐츠 정체성 확립 필요"..."방송사 공적 책무 의식해야" 지적
  • 이미나‧박예람 기자
  • 승인 2020.01.15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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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디지털 콘텐츠 브랜드 '모비딕'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 '상준아 모하니'의 한 장면 ⓒ SBS
SBS의 디지털 콘텐츠 브랜드 '모비딕'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 '상준아 모하니'의 한 장면 ⓒ SBS

[PD저널=이미나‧박예람 기자] 지상파를 비롯한 방송사들의 유튜브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단순히 TV에서 방송된 프로그램 영상을 쪼개 선보이는 수준에서 벗어나, '유튜브 전용' 콘텐츠의 제작도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TV라는 플랫폼에서 벗어나 활동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이지만, 방송사까지 자극적인 콘텐츠 생산에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때 유튜브와 거리를 뒀던 방송사들은 이제는 유튜브 진출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지상파를 비롯한 방송사들 대부분이 유튜브에 공식 채널을 만들고, TV 프로그램의 예고편이나 비하인드 영상부터 '뉴트로' 트렌드에 맞춰 과거 프로그램을 재가공한 콘텐츠를 게재하고 있다. 2014년 유튜브에 클립영상 공급을 중단했던 지상파는 지난달 다시 유튜브에 이를 내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최근 들어 활발해진 것이 '유튜브 전용' 콘텐츠의 제작이다. 2016년 출범한 SBS의 모비딕을 시작으로 지난해 JTBC의 스튜디오 룰루랄라, CJ ENM의 tvN D 등 디지털 콘텐츠 기획‧제작을 전담하는 방송사 내 조직도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유튜브를 통해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음은 물론, 보다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해 내놓을 수 있다는 건 방송사에겐 매력적인 지점들이다. 통신의 영역에 속한 유튜브는 방송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만큼 소재나 표현 방법이 폭넓게 보장된다. 

그러나 자극적인 콘텐츠가 쉽게 주목을 받는 유튜브 환경에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이와 비슷한 콘텐츠를 만드는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EBS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이하 <보니하니>) 유튜브 라이브 도중 일어난 성인 출연자의 청소년 출연자 폭행 의혹이 대표적이다. 당시 성인 출연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상황극 도중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고, 또 다른 <보니하니> 유튜브 라이브 영상에서는 또 다른 성인 출연자가 상황극 도중 청소년 출연자를 힘으로 제압하는 장면이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제압 장면을 제작진이 '학교폭력 국번 없이 117'이라는 자막과 함께 실었던 것 또한 제작진의 낮은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방송이라면 쉽게 방영하지 못했을 이 같은 '상황극'은 유튜브라서 가능했다. 

개그맨 이상준이 출연하는 '모비딕'의 유튜브 콘텐츠인 <상준아 모하니>는 지난달 비연예인 여성 출연자를 향한 성희롱성 콘텐츠로 문제를 일으켰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필라테스 강습을 받으러 간 이상준이 강사들을 향해 "오늘 끝나고 뭐 하느냐" "혹시 혼자 사느냐" "내가 진짜 이거(필라테스) 배우러 온 줄 아느냐"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고, '모비딕' 채널 관리자는 한 여성 강사의 몸매가 부각되는 장면을 "형들이 찾던 곳"이라는 설명을 달아 댓글창 상단에 고정했다.

이후 이 영상은 일부 누리꾼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삭제됐으나, <상준아 모하니>에는 여전히 비연예인 여성 출연자의 외모를 앞세운 내용의 콘텐츠들이 제작‧게재되고 있다. 실제 영상의 내용과는 관계없이 '발딱 섰다' '축축해졌다' 등 성적인 뉘앙스가 담긴 낚시성 표현을 제목에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달 EBS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 유튜브 라이브 도중 성인 출연자의 청소년 출연자 폭행 의혹이 일었다. ⓒ EBS
지난달 EBS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 유튜브 라이브 도중 성인 출연자의 청소년 출연자 폭행 의혹이 일었다. ⓒ EBS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방송사도 빠르게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겠다고 나섰지만, 그에 걸맞는 제작‧운영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생긴 문제들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방송사의 경영이 어려워지며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공익성에 대한 논의가 생략된 채 상업적 경쟁의 영역으로 (방송사가) 진출했다"며 "방송사로서의 정체성과 온라인에서의 정체성 간 격차가 발생한 것인데, 수익적인 면으로만 유튜브에 접근하고 있어 이와 같은 문제가 생겨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상민 문화평론가 역시 "과거 한 방송사에서 유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으면 다른 방송사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따라 만드는 전략이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며 "특히 방송사의 경영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보니, 마땅한 기획 없이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흐름을 쫓아간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용자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전달되는 유튜브 콘텐츠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한 경험이 있다는 A씨는 "디지털 콘텐츠는 시청지속시간‧도달률 대비 참여율‧댓글‧커뮤니티 반응 등 TV 시청률에 비하면 평가 기준이 훨씬 다양하다"며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고, 성과도 내야 한다는 압박이 컸는데 낚시성 제목을 붙였더니 구독자가 늘어 허탈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선 이제라도 방송사들이 디지털 콘텐츠 제작‧운영을 위한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메이드 인 방송사' 콘텐츠가 2019년 유튜브 동영상 최고 조회수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 방송사들이 온라인 영역에서도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다는 지적이다.

MBC가 최근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보인 웹예능 '돈플릭스'을 담당하고 있는 조진영 PD는 "기존 TV의 틀을 넘어 온라인 이용자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선 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제작문법에 신경을 써야겠지만, 기본적으로 'MBC' 이름을 걸고 나가는 만큼 방송사로서의 정체성도 어느 정도는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온라인에서 히트한 콘텐츠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단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해 보며 우리만의 길을 찾아가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용석 교수는 "온라인 서비스라 하더라도 방송사의 허가 취지나 이용자 보호를 고려해야 한다"며 "이런 공적 책무 논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방송사에서 독립된 조직이 콘텐츠를 제작하는 형태를 고민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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