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엔딩 '환혼'의 신박한 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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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 종영한 tvN '환혼', '얼음돌' 서사가 흥미로운 이유

지난 28일 시즌1이 끝난 tvN '환혼'
지난 28일 시즌1이 끝난 tvN '환혼'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시즌1의 파국 엔딩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지만, tvN 토일드라마 <환혼>은 가만히 들여다보면 신박한 구석이 있는 무협 판타지 멜로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검기로 사람을 날려버리는 무협과 애틋하고 달달한 멜로에 ‘혼을 바꾸는’ 환혼술이라는 판타지까지 더해진 이 드라마가 다양한 은유로도 읽히는 구석이 있어서다. 특히 현재 전 지구적 위기로 마주하고 있는 환경 문제를 환기시키는 이 작품 속 ‘얼음돌’ 서사는 흥미롭기 이를 데 없다. 

<환혼>은 사실상 ‘얼음돌’이라는 가상의 설정을 근거로 세계관이 세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이 되기도 하고 불이 되기도 하며 언제든 형태를 바꿀 수 있는 ‘하늘의 기운’을 상징하는 얼음돌이 있어 혼을 바꿀 수 있는 ‘환혼술’이 가능해지고 그래서 벌어지는 혼돈을 그리고 있는 게 바로 <환혼>이기 때문이다. 얼음돌이 가진 엄청난 힘은 그래서 죽음 앞에 무력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한다. 

천부관의 부관주 진무(조재윤)는 바로 그 얼음돌을 차지해 권력을 갖고 싶어 한다. 죽은 선왕은 얼음돌의 힘을 빌어 환혼술을 통해 잠시나마 병들고 노쇠한 몸을 장강(주상욱)과 바꾼 후 그의 아내를 탐한다. 이로 인해 장욱(이재욱)이 탄생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장강은 절망감에 장욱의 기문을 모두 막아 술력을 갖지 못하게 만들고는 떠나 버린다.

한편 진무에 의해 살수로 키워진 낙수(고윤정)는 죽기 직전 복수의 일념으로 무덕이(정소민)의 몸에 환혼한다. 송림 술사들에 의해 살해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꿈꿨던 낙수는 무덕이의 몸에 깃들어 그 사건이 진무의 계략에 의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진무에 의해 아버지가 환혼인이 됐고 폭주하자 송림 술사들이 이를 막으면서 벌어진 사건이었던 것. 무덕이 역시 진호경(박은혜)이 잃어버린 첫째 딸로 타고난 신력으로 얼음돌을 찾아내고는 진무에 의해 강물에 던져져 기억을 잃은 채 살아온 인물이다. 결국 이 모든 사건에 진무가 관여되어 있고, 그 중심에는 얼음돌이라는 하늘의 기운을 가진 힘을 차지하려는 욕망이 자리하고 있는 것. 

얼음돌이 ‘하늘의 기운’이라는 자연의 힘을 상징하고 은유한다는 점은 <환혼>의 서사를 환경문제에 대한 경고의 이야기로 읽어낼 수 있는 단초가 된다. 활용할 수는 있어도 소유할 수 없는 얼음돌을 사유하고 이를 사적 욕망에 쓰려는 일이 만들어내는 재앙이 그것이다. 후반부에 이르러 얼음돌이 거대한 결계라는 환경적 재앙을 만들어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욱이 자신의 모든 기력을 소진하는 희생을 감수하면서 재앙을 막아내는 광경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8일 시즌1이 종영된 tvN '환혼'
지난 28일 시즌1이 종영된 tvN '환혼'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에너지란 화석 연료 같은 자연물의 소진을 통해 얻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에너지를 갖기 위해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그것이 야기하는 환경 파괴로 자연 재해들이 재앙을 불러 오기도 한다. 이런 관점을 투영해 <환혼>을 들여다보면, 얼음돌이 가진 힘에 대해 남다른 신력을 가진 어린 무덕이 하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넘치는 힘이란 건 네가 기쁜 만큼만 쓰고 말 수는 없어. 비를 바라면 홍수를 피할 수 없고 바람을 원하면 태풍을 맞아야 하듯이 감당해봐.” 얼음돌에 이토록 엄청난 힘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맘대로 쓸 수 없다는 이야기에 더해 어린 무덕은 이런 이야기 또한 남긴다. “당신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있긴 합니다. 쓰지 않는 겁니다. 그 힘을 쓰지 않는 선택은 당신 뜻대로 할 수 있어요.”

사실 무협에 등장하는 검술이나 경공술 같은 판타지들을 접하면서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건 그것이 그걸 쓰는 자가 온전히 가진 소유물이라는 것이 아닐까. 무협지가 인기 있는 건 그런 힘과 돈 같은 것들에 대한 소유욕을 대리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환혼>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그런 힘은 잠시 빌린 것일 뿐 결코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지점은 무협이라는 장르를 가져온 <환혼>이 장르적 서사를 훌쩍 뛰어넘는 부분이면서, 이 드라마를 여타의 작품들과 달리 특별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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