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기회 한번 얻기도 어려운데...'우영우' 성공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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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제작사 대표 "원천 IP는 생존기반" 강조
콘텐츠 기업 10곳 중 9곳은 매출액 10억 미만…투융자·세액공제 등 지원제도 요구 커져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2022' 특별세션 ’K-콘텐츠의 영향과 가능성‘에 참석해 IP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2022' 특별세션 ’K-콘텐츠의 영향과 가능성‘에 참석해 IP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PD저널=임경호 기자] 지식재산권(IP)를 확보하기 위해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제안을 거절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제작사의 선택은 신의 한수였다. 업계에선 제2의 <우영우>가 나오기 위해서는 제작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제작사들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제도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영우>를 제작한 에이스토리의 이상백 대표는 지난달 31일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에서 IP가 콘텐츠 제작사의 생존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에이스토리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안을 거절하고 <우영우>를 자체 제작했다. 넷플릭스와 ENA에서 방영권을 구입하고 IP는 제작사가 소유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제작비를 지원받고 넷플릭스에 IP를 통째로 넘겨주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난 시도다.

에이스토리는 처음부터 IP를 확보할 계획이었다. 신생채널을 선택한 배경도 이런 계획과 닿아있다. 이상백 대표는 “방영권만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을 고려했다”며 “신생채널이지만 너무 규모가 작지 않은, KT라는 거대 회사가 받쳐주는 ENA를 선택했다”고 했다.

IP 확보는 요즘 수익 다각화를 외치는 업계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과제다. 

<시맨틱 에러>를 제작한 래몽래인은 IP 확보를 통한 수익성 차별화를 목표로 2차 판권 사업 확장 등을 계획 중이다. 에이스토리는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매출(594억 원)과 영업이익(88억 원)을 기록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콘텐츠 IP에 대한 리포트를 통해 “자체 IP를 확보한 드라마 라인업 등이 본격화 되면서 실적개선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이스토리' 주요 실적 지표 ⓒ에이스토리
'에이스토리' 주요 실적 지표 ⓒ에이스토리

전문가들은 ‘공급망 확장’을 변화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OTT 시장의 성장과 다양한 창구의 등장으로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전보다 증가하며 단일 콘텐츠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의 규모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런 변화가 콘텐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된다는 설명이다.

김도경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미디어광고연구소 연구위원은 “IP만 확보되면 다양한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원소스 멀티유즈’가 가능해졌다”며 “엔터 업계에서도 소속 스타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IP를 넘길 수밖에 없는 대다수의 제작사들에게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미디어환경 변화에 따라 제작비 규모가 점차 증가하며 제작사가 제작비를 온전히 조달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15년 이상 영화계에 종사한 한 제작사 관계자는 “IP를 지키기로 한 계약방식이 상당히 나이스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잘 만드는 것보다 다작을 계약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야 했던 기존 환경에서 에이스토리의 사례는 특이 케이스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제작사의 한 PD는 “제작 기회조차 흔치 않은 환경에서 제작비를 지원하겠다는 플랫폼 사업자의 제안을 거절하긴 힘들다”며 “대부분의 제작자에게는 IP 확보를 통한 잠재적 수익보다 한번의 제작 기회가 더 간절한 상황”이라고 했다.

백승혁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금융지원단장은 “매출액 10억 원 미만, 종업원 수 10인 미만의 영세 업체들이 국내 콘텐츠 기업의 90%에 이른다”며 “영세한 환경으로 인해 제작비 조달이나 유통배급사와의 협상에 한계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콘텐츠 산업 저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세제·금융지원 등 다양한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이상백 대표도 “드라마 제작을 위해 우리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출제도를 이용했었다”며 “충분한 규모는 아니더라도 중소 제작사의 IP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세액공제 범위와 공제율을 높인 보다 실효성 높은 제작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영상 콘텐츠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 수준이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열린 ‘영상콘텐츠 세제지원 제도 개선 방향 세미나’에서 “국내 콘텐츠 기업 62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희망 세액공제율이 대기업 10%, 중견기업 22.5%, 중소기업 23.8%로 나왔다”고 밝혔다. 

정부도 정책금융 제도 등을 통해 콘텐츠 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내년도 ‘OTT 등 방송영상산업 육성’ 예산을 올해보다 1.5배 증액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세계적인 IP 보유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위풍당당 콘텐츠코리아펀드’(2200억 원)를 6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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