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들이 바라보는 OTT...'시청자 감소'·'방송 생태계 교란' 부정적 인식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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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PD연합회 창립 35주년 맞아 미디어 환경·정체성 등 주제로 회원 인식조사
OTT 대중화 영향 묻는 질문에 '방송사 영향력 축소’ 답변 가장 많아...20%는 '더 많은 기회 제공’
응답자 86.5% 'PD 권한 과거보다 축소'...직업 정체성은 '크리에어터’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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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박수선 기자] 콘텐츠 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OTT에 대해 방송 콘텐츠를 만드는 PD들은 '시청자 감소' '방송 생태계 교란'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인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PD연합회가 창립 35주년을 맞아 회원 488명(응답률 16.7%)을 대상으로 미디어 환경 변화, 정체성 등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PD들은 OTT 대중화의 영향을 묻는 문항에 ‘시청자 감소로 방송사 영향력 축소’(58.4%)를 첫손에 꼽았다. ‘새로운 플랫폼으로 더 많은 기회 제공’(20.3%)이 기대된다는 답변은 20.3%였다. 이어 ‘이직을 고민하게 만듦’(9.0%), ‘경쟁 심화로 인한 제작비 상승’(8.2%)순으로 동의를 얻었다.  

경력이 25년을 넘긴 응답자는 ‘방송사 영향력 축소’를 우려하는 비율(71.0%)이 특히 높았고, ‘5년 이하’ PD들은 ‘이직을 고민하게 만든다’는 문항에 공감하는 비율(19.4%)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유튜버 등 1인 미디어의 확산에 대해서도 ‘시청자 감소로 방송사 영향력 축소’(55.1%), ‘더 많은 기회 제공’(23.2%)를 꼽은 비율이 높았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사업자들의 국내 콘텐츠 투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공익적 프로그램의 제작비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답변(44.9%)이 동의한다는 응답(30.1%)을 앞섰다.  

글로벌 OTT 사업자의 국내 투자가 ‘방송사의 자생력을 약화시켜 방송 생태계를 교란시킬 것’이라는 평가에는 응답자 55.3%가 동의했다. ‘5년 이하’ 경력의 PD들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40.3%)이 ‘동의한다’는 답변(32.3%)보다 높아 다른 경력대의 PD와는 차이를 보였다. 

경력이 적은 PD들은 OTT 이용도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웨이브·티빙 등 구독형 OTT 서비스는 1개만 구독하고 있다는 답변(27.7%)이 가장 많았고, ‘5년 이하’ 경력의 PD 가운데 29%는 ‘4개 이상’ 가입해 있다고 응답했다.  

장르별로 보면 4개 이상 OTT 가입한 비율은 드라마 PD(50.0%), 예능 PD(32.8%) 쪽에서 높은 경향을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대세가 된 OTT 서비스. 젊은층뿐만 아니라 중년층까지 사로잡고 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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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작 환경의 변화와 노동 조건에 대한 인식은 △1인 미디어 확산으로 콘텐츠 생산을 PD가 독점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 본인이나 주변 PD가 제작비 확보를 위해 협찬영업과 광고영업을 하거나 했다는 말을 들은 경험이 있다 △간접광고는 제작 자율성을 침해한다 등 3개 문항에 동의하는 정도로 파악했다. 

‘PD가 콘텐츠 생산을 독점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에는 ‘매우 동의’(55.7%)를 꼽은 답변이 가장 많았다. ‘다소 동의’까지 더하면 동의하는 비율은 89.5%에 달했다. 본인이나 주변 PD들의 협찬·광고 영업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84.0%가 동의했고, ‘간접광고의 제작 자율성 침해’에는 54.9%가 동의했다. 

‘협찬·광고 영업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TV 예능’(55.7%) ‘TV시사·교양’(54.0%) ‘디지털 콘텐츠’(62.5%)에서 '매우 동의'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간접광고는 제작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문항에는 ‘TV드라마’(65.4%) ‘TV스포츠’(60.0%) ‘TV보도’(62.5%) 장르에서 60% 이상의 동의율이 나왔다.

‘과거에 비해 PD의 권한이 축소됐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86.5%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3.9%에 불과했다. 장르별로 보면 ’TV드라마‘ ’TV예능‘ ’TV스포츠‘ PD들의 ’권한 축소‘에 동의한다는 답변은 90%를 넘겼고, ’매우 동의‘ 답변도 절반 이상이었다.  

권한 축소의 원인으로는 ‘경쟁 심화’(40.3%)를 첫 번째로 꼽았고, ‘수평적 리더십 강조’(23.2%), ‘업무 세분화’(14.0%)가 뒤를 이었다. 

직업적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PD들은 자신을 ‘크리에이터’로 인식한다는 답변이 25.3%로 가장 많았고, 뒤를 ‘샐러리맨’(24.2%), ‘정보 전달자’(22.3%)가 이었다. ‘샐러리맨’으로 인식한다는 답변 비율은 ‘5년 이하’(25.8%)가 가장 높았다. 소속 매체별로는 ‘디지털 플랫폼’ 업무를 담당하는 PD들의 절반(50.0%)는 ‘크리에이터’를 꼽았다. 드라마 PD의 42.3%는 ‘대중 예술가’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상파 3사 사옥 ⓒPD저널
지상파 3사 사옥 ⓒPD저널

조직문화와 관련한 답변에서는 ‘세대차이’와 ‘연공서열’ 등이 문제로 지목됐다.  

‘PD들 사이의 세대 차이가 크다’는 의견에는 대다수(94.3%)가 동의를 보냈다. 특히 ‘매우 동의’ 답변 비율은 ‘5년 이하’(56.5%)와 ‘25년 초과’(55.9%) 응답자들이 높았다.  ‘연공서열과 상하 명령체계를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PD들의 창의력에 걸림돌이 된다’는 의견에는 74.2%이 동의했고, ‘매우 동의’ 비율은 경력이 많을수록 낮아졌다. 

비정규직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과제로는 ‘급여 인상’(39.5%)를 첫 번째로 꼽은 응답자가 많았고, ‘제작 프로세스 개선’, ‘방송사 간부들의 인식 개선’을 택한 비율은 각각 28.7%, 13.3%였다. 

변화가 필요한 방송사 관행·문화를 묻는 질문에는 ‘성과보상 시스템’(29.9%),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25.8%), ‘연공서열 인사’(18.2%)순으로 비율이 높았다. 제작 장르별로는 TV드라마 PD 69.2%가 ‘성과 보상 시스템’을 택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직업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72.7%로 ‘불만족’(8.8%) 비율보다 높게 나왔다. ‘매우 만족’은 ‘5년 이하’(9.7%), ‘15년~25년’(19.4%) ‘25년 초과’(26.9%) 등으로 경력이 많을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만족하는 이유는 ‘창의적인 활동’(27.3%) ‘자율성 보장’(14.9%), ‘재미있다/즐겁다’(9.0%) 순으로 조사됐다. 

드라마 PD들의 경우 ‘덕업일치’(19%) ‘자율성 보장’(19%)을 이유로 꼽았고, 스포츠 PD들은 ‘재미있다/즐겁다’(40.0%)는 답변 비율이 가장 높았다. 

‘불만족한다’는 응답자들은 ‘임금이 낮다’(20.9%), ‘노동 강도가 높다’(18.6%), ‘미래에 발전이 없다’(16.3%)를 이유로 들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68.2%가 ’있다‘고 답했고, 14.3%는 ’없다‘고 했다. 

PD 인식조사는 한국PD연합회가 이번에 처음으로 실시한 것으로, 마켓링크에 의뢰해 지난 7월 11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됐다. 신뢰구간 95%에 표본오차 ±4.05다.

PD연합회는 5일 개최하는 '미디어 플랫폼 다양화와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인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방송제작 현실을 진단하고 심층토론을 벌인다. 인식조사 결과에 장르별 포커스 그룹 심층인터뷰를 추가해 연내 <2022 PD의 자화상> 단행본이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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