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비서실, MBC에 공문 보내 ‘비속어 발언’ 보도 답변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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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비서실, '윤 대통령 발언 특정 근거' '사실 확인 절차' 등 답변 요구
공문 공개한 MBC "언론자유 위협 압박으로 비칠 수 있어 매우 유감"

9월 22일 MBC 뉴스데스크 뉴스 리포트 갈무리.
9월 22일 MBC 뉴스데스크 뉴스 리포트 갈무리.

[PD저널=박수선 기자] 대통령비서실이 MBC에 공문을 보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의 보도 경위에 대한 상세한 답변을 요구했다. 

대통령실이 '비속어 발언' 보도와 관련해 법적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보도 경위에 대한 답변을 직접 요구하는 방식으로 언론사 압박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MBC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지난 26일 ‘MBC 순방기간 중 보도에 대한 질의’ 제목으로 공문을 보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진상이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당일에 공문 발송이 이뤄진 것이다.  

대통령비서실은 “보도를 위해 사실을 특정하기에 앞서 다양한 확인 노력과 함께 반론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저널리즘의 기본”이라며 “지난 순방 기간 공영방송을 표방한 MBC가 이런 원칙에 부합해 보도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질의한다”고 공문을 보낸 이유를 설명했다. 

대통령비서실은 김영태 대외협력비서관 명의로 보낸 공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음성 분석 전문가도 해석이 어려운 발언을 어떠한 근거로 특정했는지 △(소속 기자들이 임의로 특정한 것이라면) 대통령실 등에 발언 취지 및 사실 확인을 위해 거친 절차는 무엇이었는지 △‘날리면’을 병기하지 않은 이유 △ 외교분쟁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미 국무부와 백악관에 즉시 입장을 요청한 이유 등에 답변을 요청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 없이 이뤄진 보도로 인해 대한민국과 미국의 동맹관계가 훼손되고 국익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며 “위의 질문과 관련해 조속한 시일 내에 MBC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청 드린다”고 했다. 
  
MBC는 27일 대통령실이 공문을 보낸 사실을 공개하며 “보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실에서 보도 경위를 해명하라는 식의 공문을 공영방송사 사장에게 보낸 것은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압박으로 비칠 수 있어 매우 유감스럽고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MBC는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가 똑같은 보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MBC만을 상대로 이 같은 공문을 보내온 것은 MBC를 희생양 삼아 논란을 수습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에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도 “MBC 사장, 부사장, 보도본부장 중 한 명이 국회에 와서 국민의힘 과방위 위원과 ICT미디어진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대상으로 이른바 허위 방송에 대해 해명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박성중 의원실은 지난 9월 26일 오후~27일 오전 12시로 일시를 특정해 참석 여부와 가능 일시를 알려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MBC에 사과방송과 사장 사퇴를 요구하면서 명예훼손 고발 등의 방침을 밝힌 바 있다.  

MBC는 박성중 의원실의 해명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대통령실의 공문에도 답변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는 “언론사 임원을 임의로 소환하려는 시도 역시 언론 자유를 심대하게 제약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최근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MBC에 대한 공격이 언론의 공적 감시와 비판 기능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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