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 옆 경찰서' 프로듀서 추모 문구 OTT에서 볼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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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SBS 금토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PD저널=엄재희 기자] "스튜디오S와 제작진 일동은 이힘찬 프로듀서를 기억합니다." 지난 12일 SBS 금토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1회 시작 전에 '추모 메시지' 한 줄이 TV 화면에 떴다. 

스튜디오S 소속 고 이힘찬 프로듀서는 <소방서 옆 경찰서> 촬영 시작 20여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예산집행과 일정 조율을 담당한 고인은 카톡에 "모든 게 버겁다"는 한 줄의 유언을 남겼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유족들은 죽임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사측에 진상규명을 요구했고, 어렵사리 노사‧유족‧전문가단체로 구성된 ‘스튜디오S 故 이힘찬 프로듀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대책위)가 출범했다.

대책위는 7개월여 조사 끝에 고인의 사망 원인은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주먹구구식 예산편성과 일방적 일정 변경 등 드라마 제작 환경의 구조적 문제가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밝혔다. 이에 스튜디오S는 지난 7일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며 재발 방지책 마련과 함께 드라마 첫 화와 마지막 화에 추모 메시지 게시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합의대로 12일 본 방송 및 재방송에는 추모 문구가 담겼다. 그러나 SBS 드라마 다시보기 서비스와 웨이브와 디즈니플러스에선 이 문구를 찾아 볼 수 없었다. 뒤늦게 <소방서 옆 경찰서>를 보기 위해 다시보기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OTT로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에겐 '추모 메시지'가 전달되지 못한 것이다.

스튜디오S와 유족이 협의를 거쳐 작성한 합의문에는 "첫회 방송 시작 시 추모 문장을, 최종회 마지막 장면에 고인의 사진과 함께 추모의 문장을 게시한다"라고 되어 있다. 유족 측이 다시보기 서비스, OTT를 통해 공개되는 콘텐츠를 따로 언급하지 않아 스튜디오S는 '추모 문장 게시'의 범위 TV방송분으로 좁게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대책위는 이같은 사실을 17일 알게 된 뒤 스튜디오S에 다시보기 서비스에도 추모 문구를 게시해달라고 요구했고, 스튜디오S는 이를 수용했다.

다만 <소방서 옆 경찰서>를  서비스하고 있는 웨이브와 디즈니플러스에서는 여전히 추모 문구를 찾아 볼 수 없다. 스튜디오S 측은 "OTT사업자인 웨이브와 디즈니플러스에는 납품이 완료된 상태고, 스튜디오S가 별도의 메시지 삽입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유족이 '추모 문구'를 실어달라고 한 이유는 조금이나마 세상에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적어도 <소방서 옆 경찰서> 드라마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힘들어하다 세상을 등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길 바랐을 것이다. 

유족 측은 "다시보기 서비스를 통해서도 고인의 이름을 접할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이라고 했지만 OTT를 통해 드라마를 접하는 이용자들에게 추모 메시지가 닿지 못하게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SBS '소방서 옆 경찰서' 1회 방송 시작 전 게시된 추모 메시지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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