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임경호 기자] 스튜디오S가 ‘최소 9개월 사전제작 기간 보장’ 등을 골자로 한 드라마 제작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지난해 SBS <소방서 옆 경찰서> 프로듀서로 일했던 故 이힘찬 프로듀서가 사망한 지 1년 2개월 만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3일 노보를 통해 공개한 이번 가이드라인은 "다시는 제2의 힘찬이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는 유족의 뜻에 따라 지난 1일 제정됐다.
故 이힘찬 프로듀서는 2020년 SBS 드라마본부 분사 당시 스튜디오S로 적을 옮겨 <소방서 옆 경찰서> 제작에 참여했다. 격무를 호소하던 이힘찬 프로듀서는 지난해 1월 30일 유명을 달리했다.
유족들의 요청으로 구성된 노사공동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인은 부족한 예산으로 작품을 제작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촉박한 편성 일정과 본 촬영 이후의 돌발 변수들을 마주하며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내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노사는 이번 가이드라인에 조사위가 확인한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개선 방안을 프리프로덕션과 프로덕션, 포스트프로덕션 등 제작 전후 과정에 대한 지침으로 나눠 담았다.
특히 첫 방영일로부터 최소 6개월에서 12개월 간의 사전촬영기간을 보장해 편성 시기를 확정하도록 했다. 촬영 준비 기간도 최소 3개월을 보장해야 한다. 이에 따라 최소 9개월 이상의 사전 제작 기간을 보장해 제작진이 일정에 쫓기지 않도록 했다.
또 직무와 관련된 스트레스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방송 노동자의 쉴 권리를 보장하고, 위반 사항 발생 시 경영진이 개입해 규칙을 준수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체계적인 예산안 확정 시스템도 마련했다. PD가 촬영 개시 45일 전까지 1차 예산안을 회사에 제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촬영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 타당성 검토 회의'를 열어 예산을 심의 조정하기로 했다. 이후 촬영 개시 20일 전까지 '예산 확정 회의'를 열어 예산을 확정하고, 제작비 초과 시 추가 예산을 배정받을 수 있게 했다.
연출과 조연출, 기획 PD 등 제작인력에게는 방송 종료 시점부터 최소 1개월의 휴식시간을 줘야 한다. 또한 직원의 신규 배정이나 교체 건 등에 대해 사전에 본인과 면담을 거치도록 하며, 건강이나 심리적 이유로 제작인력이 '긴급휴가'를 요청할 경우 경영전이 이를 수용하도록 했다.
SBS 노조는 "드라마 제작 가이드라인은 스튜디오S 소속 구성원들에게 메일로 발송됐다"며 "향후 스튜디오S 구성원, 나아가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연기자와 방송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울타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