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떠나는 김어준·신장식·주진우...'코드 물갈이' 본격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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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3주 더 '뉴스공장' 진행"...여권 '편파 진행자' 지목한 신장식·주진우도 하차 의사 표명
TBS 이사장 "예산 내년 7월까지만 연명 가능"...출연금 삭감·폐지 예정 상황 반영된 듯
TBS 차기 대표 선임 절차 돌입...내년 2월 임기 끝나는 이사 4명도 교체 예정

TBS 라디오에서 하차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김어준씨와 신장식 변호사, 주진우 전 기자.
TBS 라디오에서 하차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김어준씨와 신장식 변호사, 주진우 전 기자.

[PD저널=엄재희 기자] 여권으로부터 '편파 진행자'라는 공세를 받아온 김어준씨와 신장식 변호사, 주진우 전 기자가 TBS 라디오에서 하차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여당과 서울시의 집중적인 압박을 받은 김어준씨는 지난 12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이하 <뉴스공장>에서 연말까지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어준씨는 "저는 앞으로 3주 더 <뉴스공장>을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하차 이유에 대해선 "사정이 있다. 그 이야기는 추후에 하겠다"고만 했다. 

6년 넘게 <뉴스공장>을 이끌어온 김씨는 부동의 청취율 1위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정치 편향적이라는 비판도 줄곧 받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 거세진 '편파방송' 공세는 결국 TBS 출연금 폐지 조례 통과로 이어졌다.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퇴출되는 2024년부터 TBS는 예산의 70%를 차지하는 출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TBS 출연금을 올해보다 88억원 삭감한 서울시 예산안이 확정되면 TBS는 내년에 방송 제작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TBS는 재난방송, eFM 방송제작 운영, 시민참여 프로그램 등 필수 공익 프로그램만이라도 운영할 수 있게 50억원을 증액해달라고 서울시의회에 요청해놓은 상태다. 

김어준씨에 이어 TBS <신장식의 신장개업>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 진행자 두 명이 이날 하차 의사를 표명한 것도 TBS의 재정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TBS는 예산이 15%가량 삭감된 올해 이미 두 차례 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외부 진행자를 줄였다. 김어준씨와 신장식 변호사, 주진우 전 기자까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면 외부 진행자가 진행하는 TBS 라디오 프로그램은 <박성호 강지연의 9595쇼> <최일구의 허리케인 라디오> <TBS 아고라> 정도가 남는다. TBS가 제작비 절감 수준이 아니라 방송 제작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는 만큼 진행자들이 하차 의사를 표명한 프로그램들의 지속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12일 MBC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한 유선영 TBS 이사장은 "이미 10월부터 제작에 굉장한 차질이 빚어졌다"며 "내년 예산을 해보니까 7개월 정도는 연명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전혀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TBS의 한 관계자는 "인건비를 주고 나면 프로그램을 제작할 예산이 없다"며 "재난 방송같은 필수 공익방송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TBS 전경
TBS 사옥.

여권이 편파 진행자로 지목한 진행자들이 모두 하차 의사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출연금 삭감·폐지와 관련해 서울시·시의회와 협상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12일 신장식 변호사는 "TBS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볼모로 잡은 작금의 인질극에서 인질을 먼저 살리기 위한 선택"이라며 하차 의사를 알렸다. 주 전 기자도 이날 “특정 프로그램이 밉다고 조직의 돈줄을, 밥그릇을 끊는다”고 항의의 뜻을 밝히면서 ”언제까지 마이크를 잡을지 모르겠다. 내일이 될지 모레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일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TBS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뿐만이 아니다. <신장식의 신장개업>을 포함한 TBS 여러 프로그램들이 편파·왜곡·허위방송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KBS 라디오 <주진우의 라이브>에 대한 선거방송심의를 요청하면서 “주씨는 공영방송에서 같은 ‘나는 꼼수다’ 출신 김어준씨와 쌍벽을 이룰 정도의 친여 편파방송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진행자들의 하차 선언을 시작으로 '코드 물갈이'가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TBS의 한 PD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적으로 (진행자를 지목해) 나가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정상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외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강택 대표의 중도 사퇴로 TBS는 현재 직무대행 체제다. TBS 이사회는 지난 9일 오필훈 이사를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선임하고, 임원추천위원회 위원 추천도 마쳤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차기 대표이사와 함께 오는 2월 임기가 끝나는 이사 4명에 대한 추천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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