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해진 여성 서사 드라마, 콘텐츠 시장 활력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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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킬러 내세운 넷플릭스 '길복순'...'센 언니들'의 정치 세계 그린 '퀸메이커'
JTBC '닥터 차정숙'는 경력단절 40대 레지던트의 성장기 담아
주체적·입체적 여성이 끌어가는 드라마에 대중 반색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퀸메이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퀸메이커'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여성 서사 드라마가 하나의 장르처럼 확장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휩쓸고 있는 국내 드라마나 영화만 보면,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복수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모조리 희생한 문동은(넷플릭스 <더 글로리>)은 학교 폭력 피해자로, 길복순(넷플릭스 <길복순>)은 딸을 키우는 엄마이자 청부살인업체에서 일인자를 유지해온 전설적인 킬러로 나와 화제를 모았다. 최근엔 넷플릭스 <퀸메이커>, 지니TV <종이달> 등이 연달아 공개됐다. 더욱 다양해진 여성 캐릭터와 스토리의 등장은 여성 서사 드라마에 관한 기대감을 한껏 키우고 있다. 

지난 14일 공개된 <퀸메이커>는 기존 정치드라마의 문법을 깬 드라마다. 지금까지 정치인과 재벌 모두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퀸메이커>의 열쇠는 모두 여성이 쥐고 있다. 은성그룹의 해결사이자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 황도희(김희애), 노동인권 변호사 오경숙(문소리), 은성그룹 회장 손영심(서이숙), 오경숙과 선거전으로 맞붙는 3선 국회의원 서민정(진경) 등이다. 

드라마에서 승승장구하던 황도희는 사건에 휘말려 해고당한다. 복수심을 품고서 오경숙을 서울시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대척점에 선 두 여성 캐릭터는 남성 중심의 정치드라마에서 탈피해 정치의 민낯을 비롯해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드러낸다. 

지난 10일 방송을 시작한 <종이달>의 주인공은 겉으론 풍족해 보여도 숨 막히는 일상을 살아가는 유이화(김서형)다. 유이화는 남편의 무시와 속박에 시달리다가 은행 VIP 고객들의 돈에 손을 대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며 파국으로 치닫는 인물이다. 일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가쿠다 미쓰요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마인>, <아무도 모른다>를 통해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펼쳐온 배우 김서형은 <종이달>에서 평범하고 수동적인 주부였다가 거액을 횡령하는 은행원이 되는 인물을 맡았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유이화의 내밀한 내면의 변화를 긴장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JTBC 토일 드라마 '닥터 차정숙'
JTBC 토일 드라마 '닥터 차정숙'

JTBC 새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배우 엄정화가 주연을 맡았다. 주부 차정숙(엄정화)이 1년차 레지던트가 되며 겪는 좌충우돌을 담은 휴먼 코미디물이다. 시청률이 1회 4.9%에서 2회 7.8%로 상승하며 초반 기세가 좋다.  

그동안 여성 서사 드라마의 화제성은 꾸준히 입증됐다. 전 세계를 뒤흔든 <더 글로리>와 <길복순> 외에 JTBC <대행사>도 여성 원톱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주인공은 흙수저 지방대 출신으로 대기업 광고대행사의 최초 여성 임원으로 승진한 고아인. 그는 자신의 능력과 관계없이 ‘바지사장’임을 알게 되면서 사내 정치 싸움에서 생존하기 위해 분투했다. <대행사>는 여성 원톱 드라마로는 높은 시청률을 거두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최고 시청률 16%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방영된 tvN <작은 아씨들>도 시청률 10%대를 기록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이었다. ‘돈과 가난’을 다루되 어두운 권력과 맞서 싸우는 세 자매의 자매애와 여성 연대를 보여줬다. 

이처럼 여성 캐릭터를 주체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낼 때 대중의 주목도는 커진다. 주인공의 성장뿐 아니라 여성 캐릭터 간 충돌과 갈등, 우정과 연대까지 다양한 면면을 그려내는 소재와 장르의 다양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예컨대 여자 주인공 두 명이 남자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여성 버디물(넷플릭스 <글리치>), 여성들의 현실적인 우정을 다룬 청춘물(티빙 <술꾼도시여자들>) 등처럼 여성 캐릭터를 주축으로 B급 장르를 시도하거나 특정 세대에 현미경을 들이대 이야기를 풀어냈다. 여성 서사 드라마는 딱 잘라서 재단하기 어렵지만, 로맨스 외에 발굴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많다는 점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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