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넷플릭스 보상금 받아도 되나...방송계로 넘어온 '공정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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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500여편에 6500만원 보상금 보내
보상금 위탁 수령한 한국영화감독조합, 창작자 개인 지급 원칙 명시
방송사 "전례 없다" 난색…"권리 관계, 수령 주체 등 세부기준 정리 필요"

한국영화감독조합 등이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저작물 의견 수렴 간담회'가 열린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독립PD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등이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저작물 의견 수렴 간담회'가 열린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독립PD협회

[PD저널=임경호 기자] 영화계에서 불을 지핀 '공정한 보상' 이슈가 방송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최근 아르헨티나 넷플릭스에서 지급받은 보상금 6500여만 원의 수령자를 찾아나선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DGK에 따르면 보상금은 2011년부터 아르헨티나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된 한국 영상 저작물 500여 편의 2021~2022년 수집(방송)분에 대한 것으로 영화, OTT 콘텐츠와 함께 방송사에서 제작한 영상 저작물이 포함됐다.

영상저작물로 거둔 수익을 제작사가 독점하지 않고 창작자에게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는 '공정한 보상' 요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나왔다.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부담하고 저작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해왔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이 '잭팟'을 터뜨린 이후 DGK 등 단체가 앞장서서 창작자에게 흥행에 걸맞은 보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DGK는 아르헨티나 저작권관리단체 DAC(아르헨티나감독협회)와 맺은 상호대표계약에 따라 아르헨티나에서 이용된 한국 작품의 연출자‧감독들에게 돌아갈 보상금 6500만원을 위탁 수령했다. 아르헨티나 넷플릭스가 현지법에 근거해 한국 감독들의 보상금을 DAC에 지급했고, DGK를 거쳐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DGK 측은 “유럽과 남미 등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자국법을 통해 보호하고 있는 창작자의 ‘정당한 보상권(Fair remuneration)’은 베른협약의 내국인 보호 원칙에 따라 국외 창작자의 경우에도 동일한 권리를 보장한다”며 보상금 수령 배경을 밝혔다.

DGK는 올해 초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스페인 저작권 관리단체 DAMA(Derechos de Autor de Medios Audiovisuales)에게 송금 받은 영상 저작물 보상금 2억426만 원을 조합 회원들에게 분배한 바 있다. 이 중에는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도 포함됐다.

아르헨티나 넷플릭스가 보내온 저작물 리스트에는 영화뿐만 아니라 <동백꽃 필 무렵> <스카이캐슬> <런닝맨> <아는 형님> 등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 예능이 다수 포함됐다. 방송사에 소속된 PD들이 연출한 작품도 적지 않아 이들이 보상권 주체가 될 수 있느냐가 쟁점으로 떠오른다.   

급여를 받으며 일하는 PD‧감독은 근로계약상 ‘업무상저작물’에 대한 권한(저작재산권)을 회사에 귀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방송 콘텐츠에 대한 '저작자'는 대게 방송사나 제작사 등 법인을 지칭한다.

방송사 측에선 연출자 개인에게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DGK의 방침에 “전례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수령 주체에 대한 질문에 "정말로 연출자 개인이 받을 수 있느냐는 부분에 대한 확신이 없다"며 "수령 주체가 개인이든 법인이든 실효성이 있는 보상금인지부터 확인돼야 검토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무상저작물이고 법인의 구성원이 만든 구성물이라면 창작에 대한 권리는 법인이 가지는 게 일반적”이라면서도 “우리나라 법과 해외법이 달라서 현지에서 인식하는 저작자와 우리나라에서 인식하는 저작자의 구성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보상금 수령·배분 권한을 가진 위탁단체에서 지급 근거와 기준을 투명하게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방송콘텐츠 저작권 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현지법상 ‘업무상저작물’ 개념이 없는 나라도 있고,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개인이나 법인 한 쪽에 전부 다 양도하지 못하도록 한 곳도 있어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다”며 “권리관계를 명시한 계약서나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 등을 확인하지 못한 단계에서 개인이나 법인이 수령 가능 여부를 판단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아르헨티나 넷플릭스에서 보낸 한국 영상 창작자들의 보상금을 위탁 수령한 뒤 주인 찾기에 나선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아르헨티나 넷플릭스에서 보낸 한국 영상 창작자들의 보상금을 위탁 수령한 뒤 주인 찾기에 나선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보상금 지급 리스트에 오른 PD들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DGK는 회원(특별회원 포함)에게 보상금 수령 자격이 있다고 제시했는데, 신청자 중에 방송 프로그램 연출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상급 지급 리스트에 오른 작품을 연출한 한 예능 PD는 “방송사 PD들은 플랫폼에 속해 콘텐츠를 만들고 시기마다 연출자가 바뀌기도 하는데 권리 관계나 수령 기준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드라마 PD는 “<오징어게임>으로 이슈가 됐을 때도 먼 미래의 일이거나 남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보상금 수령대상에 해당한다고 하니 놀란 마음이 컸다”며 “방송사에서도 등급제에 따라 출연료를 지급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계산법이 거의 사라진 것처럼 시대 상황에 맞게 제작환경이나 처우 등이 변해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OTT 붐을 통해 옛날엔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과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다”며 “지금은 보상금 수령 주체나 방식 등의 기준이 불분명한 면이 있지만 어느 순간 ‘게임의 법칙’이 확립되면 PD들도 수령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창작자의 '공정 보상권'을 보장하는 법안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유정주·성일종 의원이 각각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영상저작물 저작자(연출자, 각본가 등)의 보상권을 명시한 게 골자다. 법안은 영상저작물의 저작자 중 타인에게 그 영상물의 저작재산권을 양도한 자도 영상저작물을 제공한 결과 발생된 수익에 대하여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방송 사업자와 OTT 사업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해당 법안에 대해 계약자유 원칙 제한, 비용 부담에 따른 투자 위축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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