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자탑 세운 '오징어 게임', 건강한 창작 생태계 발판 될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의환향한 '오징어 게임' 주역들...황동혁 감독 "시즌2 제작비 조건 더 좋아질 것"
불공정한 수익 배분 문제도 부상...'저작권법' 개정안 논의 탄력

'에미상'을 수상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팀이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에미상 수상 기념 기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넷플릭스
'에미상'을 수상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팀이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에미상 수상 기념 기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넷플릭스

[PD저널=임경호 기자] 에미상 '6관왕'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오징어 게임>이 창작 생태계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에미상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 <오징어 게임> 주역들은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넷플릭스에 거듭 공을 돌렸다.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거머쥔 황동혁 감독은 “극장 영화를 생각했다가 한계에 부딪혀 포기했던 작품인데, 넷플릭스가 탄생하고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영원히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경선 미술감독은 “감독님이 믿음과 넷플릭스의 지원 등으로 인한 자율성에 무한한 창작 기회를 받은 것 같았다”며 “그런 과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제작 여건이 새로운 시도로 이어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정재훈 VFX 슈퍼바이저는 “오징어 게임이 K콘텐츠의 발전을 위한 게임체인저가 됐다면, 스탭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지자체나 국가에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기술집약적이며 동시에 노동집약적인 VFX 분야에 고급 인력이 많이 유입돼 헐리우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제작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황동혁 감독(좌)과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가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넷플릭스
황동혁 감독(좌)과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가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넷플릭스

창작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한다는 점이 넷플릭스의 장점으로 꼽히지만, 제작비 지원의 대가로 가져가는 지식재산권(IP)에 대한 문제의식도 불거졌다.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불공정한 수익 배분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황동혁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시즌2와 관련해 넷플릭스에 어떤 요청을 했지는 묻는 질문에 “시즌1의 성공 덕분에 시즌2의 제작비나 조건은 더 좋아질 것”이라며 “좋은 조건과 좋은 얘기로 넷플릭스와 얘기했으니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오징어 게임> 제작자인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는 시즌2 계약 조건이 '굿딜'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오징어 게임 신드롬이 확산된 지 불과 1년밖에 안 된 시점에 각자의 권리들을 서로가 피해보지 않으면서 어떻게 잘 할(챙길)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들이 시작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K콘텐츠 육성에 대한 제도적 담론도 중요하지만 작가나 창작자들에게 좋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들과 유무형의 자원들을 투자해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관건은 <오징어 게임> 성공 이후 공정한 수익 배분과 정당한 보상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느냐다.  

현장에서는 중소 제작사가 직접 투자와 제작에 나설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OTT 플랫폼과 일했던 한 관계자는 “플랫폼이 수익을 독점하지만 리스크도 함께 지는 구조에서 창작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얼마나 (자유롭게) 요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쉽지 않더라도 제작사가 직접 투자해 플랫폼에 방영권만 넘겨주는 방식으로 IP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오징어 게임>의 성공을 계기로 수익의 일부를 창작자에게 돌려주는 법안 마련이 한창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31일 ‘천만영화 감독들 마침내 국회로: 정당한 보상을 논하다’ 정책토론회를 열고, 영상저작물을 제공한 결과 발생된 수익에 대해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저작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토론회에는 민주당 원내대표와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홍익표 문체위원장, 문체위 여야 간사 등이 참석해 개정안 발의 필요성에 뜻을 함께했다. 성일종 의원도 창작자의 권리 보장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유정주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통과 시점을 이르면 올해, 늦으면 내년 중반기까지 보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여야에서 힘을 합쳐 내는 법안이니 통과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