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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8 12:39
  • 수정 2023.05.10 08:59

파업 나선 美 작가노조, OTT가 촉발한 갈등 겹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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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26]

미국작가조합(WGA) 회원들이 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의 아마존 스튜디오 부지 밖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할리우드와 TV 작가 1만여 명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WGA 지도부는 "공정한 거래를 위해 협상을 벌였으나 우리의 제안에 대한 스튜디오의 반응은 불충분했다"라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AP/뉴시스
미국작가조합(WGA) 회원들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의 아마존 스튜디오 부지 밖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할리우드와 TV 작가 1만여 명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WGA 지도부는 "공정한 거래를 위해 협상을 벌였으나 우리의 제안에 대한 스튜디오의 반응은 불충분했다"라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AP/뉴시스

[PD저널=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제작기획2부)] 미국 작가협회(WGA, Writers Guild of America West)가 5월 2일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1만1500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WGA는 영화 및 TV 프로듀서 연합(AMPTP)의 산하 기업들과 2020년 맺은 계약 내용을 갱신하려고 6주간의 협상을 했으나, 계약 만료일인 5월 1일까지 타협을 보지 못하자 16년 만에 98%의 찬성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AMPTP에는 디즈니, NBC 유니버설, 파라마운트, 소니 등 기존 할리우드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OTT 오리지널 제작사인 넷플릭스나 아마존, 애플 등 350개 기업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작가들의 파업으로 ABC의 <지미 키멜 라이브!>와 같은 심야 TV쇼가 결방되었을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 제작도 멈췄다. 이렇게 되면 훌루, 피콕, HBO 맥스 등은 모기업인 ABC, NBC, HBO 등의 방송사에서 신규 콘텐츠를 수급할 수 없으므로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파업의 쟁점과 영향에 대해 정리했다.

WGA는 스튜디오들이 전통적인 영화나 TV쇼 제작에서 스트리밍으로 전환하면서 작가들의 임금을 삭감했고, 모든 단계의 시리즈 작가들의 근무 조건이 악화되었다고 밝혔다. TV에서 더 많은 작가들이 경력에 관계없이 최소한의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시리즈 예산은 급증했지만 작가·프로듀서 평균 임금은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파업의 핵심은 올드 미디어보다는 OTT 플랫폼으로 인한 변화된 환경이 주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OTT 스트리밍 시리즈의 작가 계약 기간을 장기로 묶어 두면서도 기존 시즌당 22~23개의 에피소드가 6~12개로 짧아지고, OTT가 성장하면서 미국 내외의 재상영분배금(Residuals)이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OTT에 대한 재상영분배금은 2007~2008년 파업 이후 처음 도입됐다. 디지털 다운로드와 광고 기반 인터넷 서비스 등의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재사용될 경우가 대상이었다. 2017년에는 SVOD를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과 첫해 AVOD 스트리밍에 대한 재상영분배금이 인상되었고, 해외 뉴미디어 유통에 따른 재상영분배금이 도입됐다.

이번 파업의 첫 번째 쟁점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WGA는 3년간 6%-5%-5% 인상을 주장하지만, AMPTP는 4%-3%-2%를 주장한다. 둘째, 스트리밍 영화의 보상 강화로 WGA는 기준을 1200만 달러 이상과 최소 13주의 고용 보장을 요구하지만, AMPTP는 4000만 달러와 고용 보장을 거부한다.

셋째, 작가룸의 최소 기준도 이슈다. 기획 단계의 경우 최소 10주간 4명의 작가·프로듀서를 포함하여 6명의 작가를 고용하고, 제작 단계의 경우 에피소드당 3주(52주 한도)를 고용해야 하며 6부작의 경우에는 에피소드당 1명, 6부작 이상의 경우 2회마다 1명 추가하여 12명까지 두도록 요구하지만, AMPTP는 거부하고 있다. 넷째, 해외 재상영분배금 확대로 WGA는 가입자가 2천만 명 이하의 경우 재상영분배금 기준의 50%부터 시작하지만, AMPTP는 가입자가 1백만 명 이하의 경우 8%부터 시작한다.

다섯째, 인공지능의 활용이다. WGA는 AI를 활용해 신규 대본을 작성하거나 작가들이 작업한 대본을 AI를 통해 수정하거나 각색해선 안 되고, AI를 훈련해서도 안된다고 주장하지만, AMPTP는 이를 거부하고 더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미국작가조합(WGA) 회원들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의 아마존 스튜디오 부지 밖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할리우드와 TV 작가 1만여 명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WGA 지도부는 "공정한 거래를 위해 협상을 벌였으나 우리의 제안에 대한 스튜디오의 반응은 불충분했다"라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AP/뉴시스
미국작가조합(WGA) 회원들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의 아마존 스튜디오 부지 밖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할리우드와 TV 작가 1만여 명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WGA 지도부는 "공정한 거래를 위해 협상을 벌였으나 우리의 제안에 대한 스튜디오의 반응은 불충분했다"라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AP/뉴시스

 

WGA의 파업은 지금까지 일곱 차례 있었다. 1953년(14주), 1960년(153일), 1973년(112일), 1981년(96일), 1985년(2주), 1988년(22주), 2007년(100일)으로 1985년을 제외하고는 3개월 이상 진행됐다. WGA의 첫 번째 파업이 있었던 1953년에 TV 프로그램 재사용에 대한 재상영분배금이 처음 도입됐고, 1960년에는 영화를 TV에서 상영할 경우에도 재상영분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981년에는 작가도 제작자의 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게 됐고, 1988년에는 해외 유통으로 인한 재상영분배금이 추가됐다. 2007~2008년 파업은 인터넷 유통 수익을 배분받는 효과를 얻었다. 

올해의 파업은 헐리우드가 매우 어려운 시기에 발생했다. 전통적인 방송 및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산업이 중심 축이 변화하면서 영업 실적이 악화된 미디어 회사들은 해고를 포함한 대폭적인 비용 절감을 단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작가들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일부 수입원을 잃게 되었다.

파업에 대한 동조의 물결은 과거에 비해 더 크다. 배우노조(SAG/AFTRA)와 감독노조(DGA)도 지원 성명을 냈다. 5월 10일 협상을 들어가는 DGA는 "임금, 스트리밍 재상영분배금, 건강 및 연금 플랜을 위한 자금, 건강 및 안전 등의 문제에 이해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아일랜드 등의 작가노조도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집필 요청을 거부하고 조합원에게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파업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넷플릭스의 공동 CEO인 테드 서랜도스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에서 예정된 프로그램과 영화가 많이 있어 다른 OTT 서비스보다 콘텐츠를 잘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말 때문에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소문과 함께 작가들의 넷플릭스 구독 취소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글로컬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이번 WGA 파업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넷플릭스는 현재 한국, 일본, 스페인, 브라질, 프랑스 등 40개 지역에서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다. 파업이 지속되면 한국 시장에서 콘텐츠 제작에 더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이 점은 다른 할리우드 미디어 기업들이 부러워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디스커버리 CEO 데이비드 자슬라브도 맥스에서 준비중인 콘텐츠를 활용할 뜻을 밝혔다. 이를 보면, 헐리우드 미디어 기업들은 이번 파업을 접하면서 글로벌 콘텐츠나 자사 OTT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WGA 파업을 대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 파업은 미디어 산업에 큰 상처를 남긴다. 그동안 경과(2007년 3만 7700개 일자리와 21억 달러의 경제 생산 손실)를 보면 파업이 상당 기간 지속되면 수십억 달러의 영업 손실이 발생하고, 대량 해고로도 이어진다. 가입자 이탈도 생겨 OTT의 가입자 증가 목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다. 제작사도 작가도 어려운 상황이다. 조속히 타결이 되어 좋은 콘텐츠를 극장이나 TV, 모바일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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