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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9 15:31
  • 수정 2023.05.11 12:20

넷플릭스 한국 투자의 양면성..."지난 4년과 영향 다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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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들 ‘넷플릭스 한국투자 어떻게 봐야 하나’ 토론회 개최
"레거시 미디어 등 포괄적 관점 논의 필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6인이 공동주최한 ‘넷플릭스 한국투자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PD저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6인이 공동주최한 ‘넷플릭스 한국투자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PD저널

[PD저널=임경호 기자] 넷플릭스가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향후 4년간 국내 미디어 생태계는 어떻게 바뀔까.

9일 오전 열린 ‘넷플릭스 한국투자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투자의 양면성을 짚어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 콘텐츠가 글로벌 콘텐츠로 도약해서 미국과 영국을 잇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IP를 넘기는 대가로 보상금을 받는 식의 위계구조를 인정해 제작단계에 머물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토론회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이상헌, 임종성, 유정주, 임오경, 이병훈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가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향후 4년간 한국 콘텐츠에 3조3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국내 미디어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기 위해서다.

이성민 교수는 넷플릭스의 투자 계획과 관련해 “지난 4년은 국내 방송, 영화 시장이 견고한 상태에서 그것을 뚫고 들어오면서 들였던 비용이었다면 지금은 K콘텐츠의 경쟁력을 세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은 상황”이라며 “이번 투자(로 인한 영향)가 지난 4년과 같을지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시장 환경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투자의 영향이 지난 4년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는 영화계를 예로 들며 “창고에 영화가 쌓여있다는 것은 투자금이 묶여있다는 의미이고, 이는 신규 투자가 어렵다는 얘기로 이어진다”며 “방송과 국내 OTT도 구조조정과 적자 누적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에 향후에도 현재와 같은 창작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디어는 로컬시장이니 규제하고 콘텐츠는 글로벌시장이 무대라서 따로 진흥하는 게 아니라 미디어 생태계 밸류체인 차원에서 논의가 돼야 한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전략적 포지션을 점유하기 위한 정책들을 지원해준다는 시혜적 관점의 정책적 관성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과 같은 언어권에서 영상산업을 형성하고 있던 호주나 캐나다 등의 사례와 같이 우리나라도 한류 열풍을 겪으면서 미디어 산업 전체가 글로벌 시장과 적극적으로 연계된 상태라는 점을 인지하고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며 “넷플릭스의 유입과 투자를 막을 게 아니라면 IP 전략, 창작자 보상, 콘텐츠 경쟁력 유지 등의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제도화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환기 스트리밍 환경 변화와 넷플릭스의 영향’을 발표한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투자처로서 넷플릭스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넷플릭스가 미치는 영향이 미디어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지 않은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관심과 이를 포괄한 미디어 생태계 차원이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부연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진 접견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와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24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진 접견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와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넷플릭스의 투자 발표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정상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 발표는 이미 계획을 잡아놓은 것을 대통령 앞에서 미리 공개했다는 정도로 볼 수 있지 파격적인 투자라고 보긴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투자는 조세 회피, IP 독점, 공정 배분 문제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국내 OTT 사업자들은 건전한 경쟁관계 형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팀 리더는 “넷플릭스로 인한 국내 시장 구조의 변화, 예컨대 IP 확보, 매절계약, 하청기지화와 같은 이슈에 대한 시장 영향력을 객관적인 지표로 나타낼 수 있는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며 “글로벌 사업자들이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건전하고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제도를 설정하고, 국내 사업자는 국내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해 건전한 경쟁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승 왓챠 이사는 “K콘텐츠의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자가 전 세계에 넷플릭스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라며 “이 상황을 해소하는 게 한국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핵심 아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산업에서 한국이 가진 자생적 역량에 집중 투자하면서 지속적 투자와 향후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비전을 정책적으로 제시해주는 게 필요하다”며 “각종 규제를 통한 보호보다 창작자들의 생태계 안에서 구조적 협상력을 올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함께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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