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패싱한 대통령...기자단의 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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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기자실을 둘러본 후 오픈라운지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기자실을 둘러본 후 오픈라운지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PD저널=김창룡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내세우며 대통령실 이전까지 강행한 윤석열 대통령이 정작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은 갖지 않았다.

대신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과 함께 10일 기자실을 깜짝 방문했다. <미디어 오늘>은 윤대통령이 기자실에서 15분만에 자리를 떴다며 “정작 신년에 이어 1주년 기자회견도 없이, 기자실에 얼굴만 비추는 이벤트성 자리를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1년 동안 국내 언론 무시, 언론 편가르기, 맘에 안드는 방송사 기자 대통령 전용기 안 태우기, 대통령의 모두 발언만 일방 방송하기, 비판언론 소송으로 재갈물리기 등 기자와 언론의 수난시대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사가 당연히 해야 할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취임1주년 기자회견, 국민과의 대화, 정례 브리핑 등 자리를 갖지 못하면 그 자체가 스스로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이다. 국내 기자가 질문을 못하고 외신 보도를 보고 국내 사정을 전달해야 할 상황이라면 언론의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 주요부처에서 논란이 많은 기자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부작용이 많음에도 기자단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되물어야 할 때다.  

첫째, 기자단의 존재 이유는 권력 견제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정치 권력이든 경제권력이든 권력은 속성상 언론의 감시와 견제를 싫어한다. 한 두 언론사가 아닌 통신사, 방송사, 신문사 등 주요매체들로 구성된 기자단의 힘은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을 마이크 앞에 세울 수 있다. 기자단의 뭉친 목소리는 국민을 대변하고 국민주권의 대표자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을 제4부로 부르는 것은 입법, 사법, 행정부를 견제·감시하여 3권 분립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거부할 때 '해야 한다'고 요청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서다. 이를 할 수 없다면 기자단이 고장났다는 소리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은 지난 21일 전격적으로 출근길 약식회견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은 지난 11월 출근길 약식회견을 중단했다. ⓒ뉴시스

 

둘째, 기자단은 스스로의 배타적 특권집단을 경계해야 한다. 한국의 기자단은 일본의 기자구락부에서 유래한다. 일본은 전후 세 차례에 걸쳐 총리를 지낸 가쓰라 타로 정치인이 기자들을 '술, 돈, 여자'로 내편을 만들기 위해 기자구락부(기자단)를 만들었다.

기자들의 타락은 권력자, 정치인들과의 결탁으로 이어졌고 그 전통은 해방 이후 한국에도 전달됐다. 일본의 기자구락부는 시대의 변화속에 유물이 됐지만 한국의 기자단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갖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다. 

정작 권력자들을 불러내야 할 상황에서 기자들이 아무 말도 못한다면 기자단은 존재 이유가 없다. 권력 감시·견제라는 본분을 잃어버린 기자들이 권력자들과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파이팅을 연발하는 것은 권력의 한 부분으로 스스로 착각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기자직은 치어리더가 아니라 시대가 변해도 워치독(Watch dog)이다.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기자단이 만들어졌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셋째, 언론의 자유와 진실 추구는 모든 언론사의 존립 가치이며 이를 수행할 힘은 기자단의 한목소리에서 나온다.

권력자가 거짓말을 할 때,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전 국민을 향해 납득하기 어려운 소리를 할 때, 특정 방송사만 콕 찝어 탄압할 때, 기자단은 한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특정 언론사의 성향이나 이념 문제가 아니라 바로 진실에 대한 권력의 도전은 부당하기 때문이다.

한 명의 기자는 힘이 약하지만 기자단은 힘이 세다. 한 명의 기자는 대통령을 부를 수 없지만 기자단은 대통령을 기자회견장에 부를 수 있다. 이를 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실 기자단 모두의 문제다. 국민은 일방적 연설, 홍보가 아닌 진실에 목마르다. 논란이 많은 외교안보 문제는 물론 이태원 참사에 따른 책임자 처벌문제 등 궁금한 것은 많은데 일방적 주장만 외신 보도만 봐야 하는 곤궁한 국민의 처지를 기자단은 헤아리고 있는가.

대통령의 기자회견 생략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기자단에서 이를 지적할 수 없고 질문할 수 없다면 대통령도 기자단도 직무유기를 하는 셈이다. 권력자의 일방독주를 바라만 보는 출입기자단이라면 해체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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