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사장 일방 행보에...KBS 내부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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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하루만에 공개 사과...일방적 진행자 교체·프로그램 편성 제외 논란
제작진과 협의 없어..."존재 의미 부정당해"

박민 KBS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본부장들과 함께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KBS
박민 KBS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본부장들과 함께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KBS

[PD저널=엄재희 기자] 취임 2일차에 들어선 박민 KBS 사장의 일방적인 진행자 교체와 협의 없는 프로그램 편성 변경 등 독단 행보에 내부 반발이 거세다.  

박 사장은 취임식 다음 날인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몇 년간 불공정 편파 보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며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발표 내용에 대한 내부 구성원 간의 의견 수렴 과정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KBS 내부애서는 박민 사장이 사과를 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 20여 명은 기자회견장 앞에서 '대국민 사과 말고 사퇴를 선언하라' '일방적 앵커 교체 방송법 위반 규탄한다'고 항의했다.

KBS본부는 14일 성명을 내고 "출근 이틀째인 박민이 그동안 ‘KBS의 불공정 방송’을 사과한다며 본부장들을 대동하고 머리를 조아렸다"며 "낙하산 박민은 공영방송 KBS의 밥을 먹은 지 불과 하루 만에 ‘사과’를 운운할 자격이 있나"라고 비판했다.

KBS 내부에서는 13일 <더 라이브>가 한 주간 편성에서 제외되고, <뉴스9> 이소정 앵커와 <주진우 라이브>의 주진우 진행자 등이 시청자와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하루 만에 하차하자 "기본적인 존재 의미조차 부정하는 행위"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KBS PD협회는 13일 성명을 내고 "해당 프로그램의 담당 PD들은 자신이 연출하던 프로그램에 대한 가장 중요한 결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며 "공영방송 프로그램이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해야 하듯, 편성과 제작 프로세스 내에서 의견 교환 또한 서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합당한 과정 끝에 의견이 다른 경우와 합당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하달된 것은 전혀 다르다"며 "우리 PD들은 신임 편성본부장, 제작본부장, 라디오센터장의 소통 부재, 존중 부재에 심각한 회의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듯 박민 KBS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앵커와 진행자 교체 배경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사장으로서 특정 프로그램의 개편이나 방향에 대해선 언급할 수도 없다”며 “보도본부나 제작본부, 편성본부에 ‘프로그램들을 재점검해서 적당한 대책을 만들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14일 박민 KBS 사장 기자회견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PD저널

그러나 KBS 내부에선 편성규약과 단체협약 위반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KBS본부는 "편성규약에서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방송의 적합성 판단 및 수정과 관련하여 실무자와 성실하게 협의하고 설명하도록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나아가 방송법 ‘제4조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에서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또한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하여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번 조치들은 방송법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타파 인용보도 과징금' 결정 관련 MBC와 JTBC가 불복 의사를 밝힌 가운데, 박민 사장이 이를 수용한 것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박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도 경위나 내용을 보니 명백한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그래서 방통심의위 결정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본부는 "KBS보도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공격이 있을 때  온몸으로 막아내야 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사장"이라며 "그럼에도 박 사장 보도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PD연합회는 14일 성명을 통해 "남은 임기 동안 KBS 파괴를 계속할 것으로 보여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며 "이번 파행편성은 시작일 뿐, 코드가 맞는 사람들로 대폭 물갈이를 하는 한편 전폭적인 구조조정까지 예고하고 있어서 KBS를 지키기 위한 국민 행동이 절박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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