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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7 09:25
  • 수정 2023.12.01 09:43

30년차 PD의 도전…“해외입양 참혹한 역사, 다큐로 알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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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PD연합회 글로벌 피칭에서 가능성 인정받은 임남희 MBC PD

한국PD연합회가 처음으로 개설한 글로벌 다큐 프로듀서 양성 교육과정(11월 6일~8일)에서 <가장 많은 아이를 수출하고 가장 적게 아이를 낳는 나라>와 <우리의 몸>이 글로벌 멘토들에게 가장 가능성이 큰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 시장에서 통할 만한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은 임남희 MBC PD와 조소나 프로듀서를 차례로 만나 글로벌 피칭 과정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편집자 주 
지난 9일 열린 글로벌 콘텐츠 컨퍼런스에서 '가장 많은 아이를 수출하고 가장 적게 아이를 낳는 나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임남희 PD. ©김성헌
지난 9일 열린 글로벌 콘텐츠 컨퍼런스에서 '가장 많은 아이를 수출하고 가장 적게 아이를 낳는 나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임남희 PD. ©김성헌

[PD저널=박수선 기자] MBC에서 300여편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출한 임남희 PD에게 이번 글로벌 피칭은 가보지 않은 길로 나아가는 첫걸음이었다. 한국의 해외입양 문제를 다룬 <가장 많은 아이를 수출하고 가장 적게 아이를 낳는 나라>(Korean Adoption Scandal)는 해외입양의 진실을 전 세계에 알려야겠다는 각오로 출발한 프로젝트다. 

<가장 많은 아이를 수출하고 가장 적게 아이를 낳는 나라>는 이윤 추구에 골몰한 입양기관과 정부의 방조로 ‘서류조작’ 등 인권침해가 자행된 해외입양의 실태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임 PD는 십수 년 전부터 한국 해외입양인의 모국 방문, 친가족 찾기를 도우며 해외입양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 2014년 전파를 탄 MBC <1974년 겨울, 영등포의 두 아기>도 자원봉사 활동을 하다 접하게 된 해외입양인의 사연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것이다. 

지난 22일 서울 상임동 MBC에서 만난 임 PD는 “인연을 맺은 해외입양인들의 요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책임감이 컸다“고 말했다. 

다큐 예산이 갈수록 줄어드는 방송사의 현실도 임 PD의 등을 떠밀었다. 

“예산이 전액 삭감돼 신규 기획 개발이라는 담당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 살길을 직접 찾아 나선 셈이죠. 평소에 관심을 가졌던 해외입양 이슈로 글로벌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자고요. 지상파 PD들이 회사 안에서 주어진 예산으로 기획과 연출에만 신경을 쓰는 건 이제 어려워졌잖아요. 지상파의 독점적 지위가 없어진 시대에 중요한 건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능력이니까요.”

하지만 30년차 베테랑 PD로서 글로벌 피칭 무대에 오르기까지 망설임이 없었던 건 아니다.  
 
“처음에는 망설였어요. ‘내가 굳이’ 라는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좋아하는 일은 계속 배우면서 하고 싶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당하더라도 ‘해보자’ 싶었습니다. 경험을 해보니 동료·후배 PD들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때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임 PD에게 7분의 시간이 주어진 글로벌 피칭에는 넷플릭스 아시아 다큐멘터리 책임자를 지낸 알로크 데비찬드와 그레이스 리 국제다큐멘터리협회 공동대표,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다큐부문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감병석 프로듀서가 멘토로 참여했다. 임 PD는 멘토들에게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라는 평가와 함께 기획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 글로벌 제작 과정의 우선 순위 등에 대한 팁도 받았다고 한다.  

해외입양 과정에서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을 지적한 신문 기사들.
해외입양 과정에서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을 지적한 신문 기사들을 임 PD가 보여주고 있다. ©PD저널

해외입양 과정에 불법성이 있었다는 지적이 최근 쏟아져 나오면서 한국 입양아를 받은 해외 국가에서도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회는 한국의 진실화해위원회와 협력해 진상을 규명하기로 했고, 최근 프랑스 법원은 해외입양 ‘서류조작’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임 PD는 “해외입양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현재 드러난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관심을 보이는 국내 PD들과 유럽에서 활동하는 프로듀서와도 연대하려고 한다. 당사자가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최근의 경향을 반영해 해외입양인도 PD로 결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 PD는 우선 국내외 PD들과 접촉해 제작진을 꾸리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려볼 예정이다.   

“그동안 안 가본 길이라서 불안할 수 있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기도 합니다. 좋은 뜻에 공감하는 마음이 모인다면 PD연합회 글로벌 피칭의 결과로 받는 시드머니(창작지원금)가 백배 천배로 불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꼭 필요한 이야기이고, 만들어져야 하는 콘텐츠라면 뜻있는 사람들의 지원과 노력으로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겠죠.”  

지난 9일 열린 글로벌 콘텐츠 컨퍼런스에서 '가장 많은 아이를 수출하고 가장 적게 아이를 낳는 나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임남희 PD. ©김성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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