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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30 13:26
  • 수정 2023.12.02 10:40

"OTT로 다큐 제작비도 상승...브랜딩 중요성 더 커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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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성 재생산권 다룬 다큐 '우리의 몸' 프로듀서 조소나 PD

한국PD연합회가 처음으로 개설한 글로벌 다큐 프로듀서 양성 교육과정(11월 6일~8일)에서 <가장 많은 아이를 수출하고 가장 적게 아이를 낳는 나라>와 <우리의 몸>이 글로벌 멘토들에게 가장 가능성이 큰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 시장에서 통할 만한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은 임남희 MBC PD와 조소나 프로듀서를 차례로 만나 글로벌 피칭 과정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편집자 주
지난 10일 2023 글로벌 콘텐츠 컨퍼런스에서 '우리의 몸'을 소개하고 있는 조소나 PD.©김성헌
지난 10일 2023 글로벌 콘텐츠 컨퍼런스에서 '우리의 몸'을 소개하고 있는 조소나 PD.©김성헌

[PD저널=박수선 기자] 다큐 영화 <우리의 몸> 프로듀서를 맡은 조소나 PD는 요즘 주목받는 다큐 영화 제작자로 꼽힌다. 2017년 제작사 필름소나를 세우고 다수 작품에 참여한 그는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다룬 <기억의 전쟁>에 이어서 이길보라 감독과 다시 의기투합했다. 
 
<우리의 몸>은 이길보라 감독이 임신중지를 겪은 이후 같은 경험을 한 엄마와 할머니의 침묵을 목도하면서 여성의 몸과 재생산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조소나 PD는 임신중지, 여성의 재생산권과 관련해 사회적 관심이 높은 북미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우리의 몸>은 올해 넷플릭스가 기금을 조성한 ‘치킨 앤 에그 픽처스’의 여성·논바이너리 다큐멘터리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25일 만난 조소나 PD는 PD연합회의 글로벌 피칭에 멘토로 참여한 그레이스 리 국제다큐멘터리협회 공동대표의 조언이 특히 도움이 됐다고 했다. 

조 PD는 “멘토는 거울의 기능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의 몸>이 어떻게 보이는지 테스트해보고 싶어 ‘글로벌 피칭’ 교육에 참여했다”며 “미국에서 활동하는 그레이스 리 대표에게 미국 펀딩 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프로덕션을 운영할 때 펀딩 시스템을 어떻게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 들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이 넉넉지 않은 국내와 비교하면 미국은 세제 혜택 등으로 다큐 기금 조성이 원활하고, 창작자의 입장을 반영한 지원제도가 잘 마련된 편이다. 2020년부터 기획에 들어간 <우리의 몸>은 코로나19 여파로 촬영을 못해 아직 제작 초반 단계다. 이길보라 감독과 ‘제작비가 없으면 멈추자’는 합의를 하고 무리하게 제작을 강행하지 않았다.  

“대다수 다큐 영화 제작비는 촬영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작품을 보여줄 수 있을 때 들어옵니다. 정작 가장 필요한 시기는 제작 초기 단계인데, 이때 선뜻 내주기가 어려운 거죠. 치킨 앤 에그 픽처스에서 받은 지원금은 반년 가량 집중해서 작업을 할 수 있는 금액이예요. 미국, 유럽은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의 지원이 잘 되어 있는 거죠.”

다큐멘터리 투자 유치와 해외 진출을 위해 지난 10여년 동안 글로벌 피칭 무대를 찾아다닌 그는 이젠 멘토링을 할 정도로 노하우가 쌓였다.  

“피칭은 사실 이벤트성이 강하고, 행사 전과 후에 해야하는 과정이 훨씬 많아요. 처음 해외에 나가면 ‘내가 피칭만 잘하면 다 잘 될거야’ 하는 묘한 환상이 있어요. 실상은 그렇지 않은데, 피칭을 듣고 있는 사람들, 바이어가 누군지가 가장 중요하고요. 이들이 어떤 작업을 했고, 무슨 작품을 찾고 있는지, 어떤 펀딩 스스템을 갖고 있는지 등을 먼저 파악하는 게 필요합니다.” 

'2023 글로벌 콘텐츠 컨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이 '우리의 몸' 트레일러 영상을 보고 있다. ©김성헌
'2023 글로벌 콘텐츠 컨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이 '우리의 몸' 트레일러 영상을 보고 있다. ©김성헌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을 받으면서 한국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도 체감할 정도로 높아졌다. 조 PD는 글로벌 OTT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콘텐츠 시장의 흐름에 대해 “기회이자 독”이라고 표현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큐멘터리를 보여줄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는 점에선 기회예요. 그런데 플랫폼사들의 요구로 전반적인 제작비가 어마어마하게 상승했어요. 다큐를 보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져서 예전처럼 소소한 다큐를 만들기 어려워졌고요. 제작비를 수급할 수 있을 만큼의 환경이 조성되고, 다큐 시청층이 고정적으로 존재하는지 따져보면 그 정도로 성장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플랫폼사가 포화 상태가 되거나 쪼그라들 경우 답이 없는 상태가 되는 거죠.“   

글로벌 OTT를 바라보는 이중적인 시선은 방송사에 속한 다큐 PD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방송사 PD들도 영향력이 큰 OTT를 통해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는 요즘, 조 PD는 브랜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송사 이름만으로 통하던 시대는 지났잖아요. 예능 PD들이 스튜디오를 차리는 것처럼 다큐 PD들도 자기 브랜드가 필요해요. 기존에 해왔던 작업으로 색깔을 만들고, 전문성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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