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방심위 압수수색, 전형적인 보복 수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부심의' 의혹 진상규명 대신 공익신고자'색출'에 급급...언론계 규탄 목소리

방심위 사무실에 걸린 '류희림은 사퇴하라' 항의 피켓ⓒ언론노조 방심위 지부
방심위 사무실에 걸린 '류희림은 사퇴하라' 항의 피켓ⓒ언론노조 방심위 지부

[PD저널=엄재희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경찰이 제보자를 찾기 위한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진상규명 대신 제보자 색출을 벌인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15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방심위 사무실에 수사관 10여 명을 보내 민원상담팀과 운영지원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오전 9시 10분부터 오후 3시까지 민원상담팀 PC 등에서 민원처리시스템에 접속한 직원명단 등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이날 박스 1개 분량의 자료도 확보해 갔다.

'청부 민원' 의혹은 방심위 내부 직원이 '류 위원장 가족과 지인이 <뉴스타파> 인용 보도 관련 민원을 넣었다'는 내용을 국민권익위와 언론에 제보하면서 불거졌다. 류 위원장은 이를 '개인정보 유출'로 규정하고 지난달 27일 제보자 색출을 위한 내부감찰과 함께 수사를 의뢰했다.

방심위 내부에서는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성옥 야권 추천 심의위원은 이날 개인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은 2018년 허위민원 판결에서 소위 청부심의를 위해 수집한 개인정보는 위법한 증거수집이 아니라고 판결했다”며 “류 위원장은 이러한 내용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직원들을 탄압하기 위해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헌법 가치이고 정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청부민원’ 의혹제기에 대한 본격적인 탄압이 시작된 것”이라며 “우리는 공공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로서 독립적인 심의 업무를 방해하는 류 위원장의 부패행위를 용기 내어 신고했는데도 공권력을 앞세운 압수수색에 헤아릴 수 없는 절망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공익신고자를 색출한다 한들 아들, 동생, 동서, 조카, 전 직장 동료 등 류 위원장의 친인척과 지인이 유사한 내용으로 민원을 넣었고, 위원장이 유례없는 과징금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의혹은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수사가 '위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누구든지 신고자의 인적사항이나 특정할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해선 안된다(제 12조)고 규정하고 있다. 김지미 변호사(법무법인 정도)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공익신고자를 찾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고, 공익신고자를 알려주는 행위도 제재하고 있다"며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사람이 누구인지 특정되어있지 않는데, 수사기관이 나서서 그 사람을 찾는 과정 자체가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으며 수사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압수수색을 마치고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수사관들. 이들은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PD저널
압수수색을 마치고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수사관들. 이들은 '압수수색 목적이 무엇인가' '공익신고자 유출 위험이 있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PD저널

언론시민단체도 반발에 나섰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공익신고를 기밀유출로, 공익신고자를 범죄자로 몰아가려는 전형적인 보복 수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르면 신고자는 공익침해행위의 증거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고, 설령 직무상 비밀이 포함됐더라도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며 "공익신고에 대한 처리가 이뤄지기도 전에 공익신고자부터 압수수색에 나서는 건 공익신고 사건을 조사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같은날 성명을 통해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직권남용,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류 위원장의 범죄 혐의는 계속 늘고 있다"며 "본인 죄를 덮으려 무고한 직원을 고발하는 등 자격을 상실한 류 위원장은 당장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규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당은 '청부민원' 의혹의 신속한 조사를 촉구했다. 류 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으로 경찰에 고발한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는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고발 사건은 감감무소식인데, 공익신고자 색출해달라는 신고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이번 청부민원 사건의 본질은 민원 정보 유출이 아니라, 류 위원장의 청부민원, 셀프심의”라고 강조했다.

한편, 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가 모인 '언론장악 저지 공동행동(준)'은 오는 16 오후 1시 30분 서울경찰청 앞에서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경찰은 압수수색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방심위 직원인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장의 출입을 막았다. ⓒPD저널
경찰은 압수수색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방심위 직원인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장의 출입을 막았다. ⓒPD저널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