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식 ‘성과주의’ 부작용 곳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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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연인’ 조기종영 후폭풍…사장 한마디에 프로그램 명운이?

김재철 MBC 사장의 ‘시청률 만능주의’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시청률부터 올리고 난 뒤에 공영성을 생각해야 한다”며 〈김혜수의 W〉와 〈후 플러스〉를 폐지한 MBC가 최근 일일 연속극 〈폭풍의 연인〉 조기종영 결정으로 또 다시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공영방송 MBC가 시청률이라는 잣대 하나로 ‘고무줄 편성’을 일삼는데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MBC는 최근 일일 연속극 〈폭풍의 연인〉 조기종영을 확정지었다. 당초 120부작 편성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첫 방송된 〈폭풍의 연인〉은 다음 달 말 70부작으로 막을 내린다. “경쟁력이 없다”는 게 이유다. 〈폭풍의 연인〉은 ‘탈 막장 드라마’를 표방하며 김민자, 최명길, 정보석 등 초호화급 중견 연기자들을 내세워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경쟁작인 KBS 1TV 〈웃어라 동해야〉에 밀려 한 자리 수 시청률에 허덕였다.

▲ 낮은 시청률로 조기종영이 결정된 MBC 일일연속극 '폭풍의 연인' ⓒMBC
하지만 일일 연속극의 시청률은 상승세를 타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이번 조기종영 결정이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이 MBC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특히 120부작 연속극을 거의 ‘반 토막’ 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작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조기종영 결정이 MBC 경영진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돼 논란을 키우고 있다. 나연숙 작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장의 지시사항에 의한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MBC 한 관계자는 “임원회의에서 조기종영 지시가 나온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경영진의 ‘한 마디’로 프로그램의 명운이 갈리는 것은 비단 이번 사례만이 아니다. 지난해 “우리는 왜 〈슈퍼스타 K〉 같은 프로그램을 못 만드냐”는 김재철 사장의 말 한 마디에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이 신설됐다. 반면 〈김혜수의 W〉, 〈후 플러스〉는 폐지됐다. 주말 〈뉴스데스크〉는 40년 만에 방송 시간대를 옮겼다. 역시 시청률이 이유였다.

김재철 사장의 이 같은 ‘시청률 우선주의’ ‘성과주의’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김 사장은 이달 초 신년사를 통해 “성과를 내는 프로그램, 성과를 내는 사람은 확실하게 우대를 받고 보상받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난해 창사 49주년 기념사에서도 “프로그램별 공헌 이익에 대한 평가를 하고, 이에 따라 인력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재철 사장의 이 같은 방침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저녁 8시로 옮긴 주말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반짝’ 반등했을 뿐 ‘아시안게임 특수’가 끝나자마자 ‘꼴찌’로 내려앉았고, 〈후 플러스〉 대신 신설된 〈여우의 집사〉는 3~4%대 시청률에 허덕이다 방송 6회 만에 막을 내렸다. 저조한 경쟁력에 대한 처방이 다시 낮은 시청률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이처럼 눈앞의 성과에만 연연한 처방이 자칫 도미노 사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MBC 한 PD는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장 〈폭풍의 연인〉 조기종영에 따른 부작용도 크다. 〈폭풍의 연인〉이 2개월 앞당겨 조기종영하면서 후속작이 준비되지 않은 까닭이다. 이에 따라 아침 연속극으로 예정됐던 〈남자를 믿었네〉가 대체 편성되면서 아침 연속극 〈주홍글씨〉는 연장 방송 체제에 돌입했고, 동시에 후속작을 급하게 물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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