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방송 장르결산] ②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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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드라마부터 사회극까지…혼돈과 과도

[2015 방송장르 결산]

① 예능
② 드라마
③ 시사·교양

2015년 드라마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혼돈의 시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상파 드라마들이 전반적으로 힘이 빠졌고 변방으로 여겨졌던 케이블 드라마들이 선전하는 양상을 보여줬으며, 드라마와 예능의 경계가 무색해진 새로운 변종 드라마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지상파 드라마는 장르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전통적인 드라마로 갈 것인가의 기로에서 두 갈래의 양상을 보였다. 그 하나는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을 거의 잠식한 막장드라마이고 다른 하나는 장르물과의 퓨전을 통해 어떤 합의에 이른 복합장르였다.

고개 숙인 지상파, 케이블 드라마의 선전

물론 시청률 추산방식이 현재의 시청 패턴을 반영하지 못한 탓이 크겠지만 지상파 드라마들은 전반적으로 시청률이 꺾였다. 과거에는 그저 그런 시청률로 치부되던 10%대가 이제는 지상파 드라마의 성패를 가름하는 시청률 기준이 되어버렸다. 작년 tvN <미생>이 케이블 드라마로서 최고 8%(닐슨 코리아)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데 힘입어 올해 공격적으로 배치된 tvN표 드라마들은 분명한 성과를 드러냈다. 박보영이 맹활약한 <오 나의 귀신님>이 최고 7.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고, 최지우가 출연한 <두 번째 스무 살> 역시 최고 7.2%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것은 <미생>처럼 확고한 원작의 힘을 빈 것이 아닌 tvN의 드라마 제작 능력을 통해 얻은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런 성과는 <응답하라1997>과 <응답하라1994> 시리즈가 예능과 드라마를 접목시킴으로서 보여준 성취에 힘입어 집중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류의 예능 드라마들을 편성해온 tvN의 집념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지속적인 투자가 올해 케이블 드라마의 한 트렌드를 만들어냈고 시청률로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 올해 말 <응답하라1988>이 시청률 16%를 훌쩍 넘긴 것은 그런 점에서 보면 케이블 드라마의 성취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상파 드라마들이 변화된 미디어 환경과 기존 지상파 헤게모니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사이 케이블은 재빠르게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는 드라마로 승부했고, 그 결과는 고무적이다.

▲ tvN <응답하라 1988> ⓒCJ E&M

예능이야 드라마야, 예능 드라마의 탄생

<응답하라> 시리즈가 보였던 예능과 드라마의 접목이 가진 가능성은 올해 초 KBS <프로듀사>의 실험을 통해서도 성공적으로 나타났다. 예능국 PD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가 쓰고 <그들이 사는 세상>을 연출했던 표민수 PD와 <개그콘서트>를 연출했던 서수민 PD가 함께 연출을 맡았다. 물론 본격적인 드라마 연출은 표민수 PD가 전담한 것이지만 이 드라마를 위한 예능국의 리소스들은 서수민 PD의 전폭적인 지지를 통해 이뤄졌다. 여기에 김수현과 아이유, 차태현, 공효진이라는 캐스팅은 드라마 시작 전부터 어벤져스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흥미로운 건 이 드라마가 보여준 예능과 드라마 사이의 경계 해체다. 드라마적인 극적 상황들이 존재하지만 매 시퀀스에 마치 <개그콘서트>의 한 상황을 보는 듯한 코미디적 요소들이 배치됨으로써 드라마는 웃음의 포인트와 감동을 동시에 겨냥했다.

이러한 이른바 예능 드라마가 가진 장점은 물론 그 웃음과 감동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연속성’을 헐겁게 가져감으로써 새로운 시청자들의 유입을 언제든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예능 드라마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신원호 PD는 예능적인 작법으로 드라마를 만들었다. 캐릭터를 먼저 세우고 매회 하나의 에피소드를 메시지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응답하라1988>이 시청률 대박을 칠 수 있었던 건 먼저 젊은 세대와 중장년층을 모두 끌어안는 캐릭터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그들이 매회 특정한 주제를 갖고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캐릭터만 이해하고 있으면 한두 회쯤 못 본다고 해도 또 새로운 회를 보는 게 전혀 부담이 없는 드라마다. 그러니 드라마가 입소문을 타고 화제가 되면서 새로운 시청자들의 유입은 지속적으로 가능했다. 시청률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구성 방식은 현재 모바일이나 IPTV 시청자들이 점점 늘고 있는 환경에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 KBS '프로듀사' ⓒKBS

지상파의 고민, 막장드라마인가 장르드라마인가

한편 지상파는 고민이 더 깊어졌다. 현재의 시청률 추산방식을 따른다면 당연히 전통적으로 시청률을 가져갈 수 있는 공식들을 따르는 게 당연한 일이다. 직업적인 이야기에 출생의 비밀을 넣고 불륜과 불치를 버무려 복수극과 성장드라마로 풀어내는 방식은 과거 <제빵왕 김탁구>의 성공 이후 지상파 드라마의 성공 강령처럼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방식은 이른바 ‘막장드라마’라고까지 일컬어질 정도로 현재의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구태의연한 방식이 되었다. 미드와 일드에 익숙한 젊은 시청자들은 그보다는 장르물을 원했다. 하지만 장르물은 TV 본방의 주 시청층인 장년층에게는 너무 낯선 것이었다.

이 선택의 기로에서 MBC는 주말드라마에 이 공식적인 드라마들을 공격적으로 배치함으로써 톡톡한 재미를 봤다. 작년 <왔다 장보리>가 그토록 논란이 되면서도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냈고 <전설의 마녀>, <장밋빛 연인들>, <내 딸 금사월> 같은 드라마들이 모두 30%대의 시청률에 육박했다. 반면 수목드라마는 <킬미 힐미>나 <그녀는 예뻤다> 같은 드라마를 배치해 장르물에 대한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다.

▲ MBC '그녀는 예뻤다’ ⓒMBC

장르의 혼재, 복합장르 드라마

반면 SBS는 전통적인 드라마 코드들과 장르드라마를 엮은 복합장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나 <별에서 온 그대>, <피노키오>, <냄새를 보는 소녀> 그리고 <리멤버-아들의 전쟁> 같은 드라마들은 멜로는 기본이고, 스릴러에 사회극 심지어 슈퍼히어로물의 장르까지 퓨전시켜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장르들을 혼재시켰다. 엄청난 시청률을 가져오진 않았지만 이 복합장르 드라마들은 괜찮은 시청률에 화제성까지 겸비한 지상파 드라마의 대안을 만들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이미 시청자들이 다양한 장르들을 이해하게 됨으로써 그 퓨전을 어색하게 여기기보다는 즐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살인자가 등장해 강렬한 스릴러의 긴박감을 보여주다가 다음 장면에 남녀 주인공이 벌이는 로맨틱 코미디가 배치되어도 시청자들은 두 장르를 모두 즐기게 되었다. 이것은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이제는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 하나의 허구로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물론 그 허구는 현실의 결핍을 판타지로 다루는 것이지만.

2015년은 드라마의 혼돈기이자 과도기였다. 지상파의 헤게모니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케이블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장르물과 전통적인 드라마 문법 사이에서 지상파가 고민하는 동안 케이블은 예능 드라마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냈다. 물론 이 과도기는 이 미디어 변화가 만들어내는 하나의 과정으로 더 복잡한 혼종과 퓨전을 예고한다. 대부분의 진화의 양상이 그러하듯이.

▲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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