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국민, 기록하지 않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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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세월호 ③] KBS 세월호 100일 특집 ‘고개 숙인 언론’ 이윤정 PD
  • 이윤정 KBS 기획제작국 PD
  • 승인 2016.04.14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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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KBS <뉴스 9>가 오랜만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뉴스가 방송되는 시간 동안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 상위에 KBS 뉴스가 오르내리기도 했다. KBS <뉴스9> 최초로 <태양의 후예> 남자 주인공인 배우 송중기가 스튜디오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방송 뉴스에 인기 있는 자사 드라마의 주연 배우가 출연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예인의 출연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언론, 보도로써 주목받지 못하는 언론이라는 생각이 들자 2년 전 진도에서 만났던 언론인들의 눈빛이 떠올랐다. 정부 발표와 오보를 받아쓰다가 스스로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어버려 좌절감에 빠졌던 그 언론인들의 눈빛이 떠올랐다.

송중기의 출연이 있었던 바로 이틀 전 3월 28일과 29일 양일간에 걸쳐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2차 청문회가 진행되었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가족들을 마음에 묻어야 하는 유가족들은 현장에서 눈물을 쏟아 냈다. 그리고 청문회 증인들의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해 다시 좌절하고 마음 깊은 곳에 한탄을 더했다. 청문회 현장에는 몇몇 온라인 언론에서 중계했지만 기성의 언론은 제대로 된 중계나 보도를 하지 않았다. KBS <뉴스9>에서는 양일간 단 한 꼭지의 세월호 청문회 관련 보도도 나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중구 명동 서울 YMCA에서 이틀째 열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의 답변을 듣고 있다. ⓒ뉴스1

오는 16일이면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된다. 진도 팽목항에서, 안산의 분향소에서 유가족의 슬픔과 좌절, 분노를 직면하면서 언론인으로서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력감을 느꼈을 언론인들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그리고 그 무력감은 우리 안의 무엇을 바꾸었을까? 계속 기자를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인터뷰를 시작했던 그, 그리고 똑같은 무게의 부끄러움으로 그 앞에 앉아있던 나는 얼마나 변했을까?

세월호 사건 이후로 언론계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리고 언론 환경 변화에 대한 여러 번의 토론회와 대안들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언론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기록하고 보도하고 있지 않다. 한 발짝 더 들어가지도, 끝까지 기록하지도 않고 있다. 그때의 자성과 고민은 생활인이라는 일상에 흩뿌려졌다. 그리고 가끔 어느 술자리에서 숨겨진 부채감과 상처들로 드러나곤 한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고등학생 가방에 달린 작은 노란 리본을 보면 그때의 기억으로 슬픔이 밀려오다가도, 또 우리를 둘러싼 강력한 현실 앞에서는 그때의 자성도 무의미해져 버린 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국민은 여전히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닌다. 광화문의 세월호 추모관에는 유가족과 가족대책협의회뿐만 아니라 함께 추모하는 국민들이 가던 발길을 멈추고, 눈물을 떨구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약 한 달 뒤인 2014년 5월 14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2층 로비에서 열린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 총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세월호 피해자 가족과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고 있다. ⓒPD저널

그리고 사실을 밝히고 현장을 기록하는 몫 또한 여전히 국민들의 몫으로 넘겨져 있다. 지난 9월부터 세월호 침몰해역에서 1.7km 떨어진 진도군 동거차도 언덕에서 4.16 세월호 가족대책협의회와 유가족들이 인양작업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접근을 막은 침몰 해역의 인양작업을 기록하기 위해서 언덕에 텐트를 치고, 24시간 망원렌즈로 기록하고 있다. 언론은 일부만이 유가족들이 기록하는 모습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언론은 여전히 2년 전의 그 날처럼 유가족들의 슬픔과 간절함만을 기록할 뿐이다.

진도에서 만났던 한 새내기 기자가 떠오른다. 취재한 기사가 나가지 못했다며 실종자 가족들을 볼 면목이 없어 체육관 앞을 안절부절 헤매고 있었다. 다음날 다시 찾았을 때, 그는 실종자 가족들 곁에 앉아 울고 있었다. 취재해도 소용없는 거, 밥이나 먹고 가라고 손을 붙들어준 한 아버지 옆에서 그저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언론인이 아닌 인간의 도리를 할 수 있을 뿐이었다. 팽목항에서 풀린 눈으로 함께 추모하는 것 말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수많은 언론인들이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한 ‘시민’으로 추모만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렇게 재난은 여전히 시스템으로 승화되지 못하고 언론인 개개인에게 풀지 못하는 숙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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