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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 없이는 힙합프로그램 못 만드나요?

[한국여성민우회 연속특강] 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 ① 힙합 편/블럭(음악평론가) 이혜승 기자l승인2017.05.22 10: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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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세계여성의날기념 민우액션] #왜_때문이죠? ⓒ한국여성민우회

“내가 듣는 노래, 내가 하는 게임, 내가 보는 방송프로그램…끝도 없이 쏟아지는 미디어 속 '여성혐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반복되는 '여성혐오'에 질문을 던지고 싶다면, 페미니스트들의 액션으로 미디어를 바꾸는 것에 힘을 싣고 싶다면...”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한국여성민우회가 ‘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라는 주제로 총 4회에 걸쳐 연속특강을 마련했다. (*여성혐오란 영어 미소지니(misogyny)에 대응하는 말이다. ‘misogyny’는 한마디로 여성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증오하는 문화적 태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것은 혐오, 증오, 적대, 사소화, 폭력, 성적 대상화 등 수많은 방식으로 나타나고, 남성들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여성이 다른 여성에 대해서도,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행할 수 있다. [출처 ‘교육비평 제38호-여성혐오, 페미니즘의 새 시대를 가져오다])

첫 번째로 음악평론가 블럭이 힙합 속 여성혐오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음은 블럭의 강의를 옮겨온 글이다. 일부 내용은 생략됐다.

어렸을 때부터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점’과 랩이 좋아 힙합을 좋아했던 블럭은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을 가졌다. 이후 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하며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을 접하고, 군대를 가서 국가가 개인을 어떻게 망치는지 등을 온몸으로 접하면서 ‘내가 불편한 게 이거였구나’를 깨달았다. 그 불편함을 설명한 단어, 그게 페미니즘이었다. 여전히 힙합을 좋아하면서도 ‘불편한 건 불편한 것’이라는 고민을 하며 지금은 음악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을 전업으로 삼고 있다.

▲ 충북 제천시 청풍호반무대에서 열린 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원 썸머 나잇에서 한국 대표 힙합 그룹 '에픽하이'가 공연하고 있다. ⓒ뉴시스

# 힙합과 페미니즘 : 복잡한 힙합을 담백하게 보지 않는 ‘시선’

우선 힙합은 무엇일까. 최근에도 ‘힙합은 저항의 음악이다’, ‘아니다. 즐기기 위한 파티 음악이다’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논쟁을 벌였다. 그에 대한 대답은 ‘둘 다 아니다’. ‘힙합은 무엇이다’라고 정의내리고자 집착하는 경우에 해당할 뿐이다.

담백하게 바라보면 힙합은 놀기 위해 시작됐다. 이후 80년대 초반부터 약자인 자신이 얼마나 피해를 입는지 등을 담은 작품이 나왔다. 그 후 이런 힙합, 저런 힙합이 생겼다. 하지만 사람들은 하나의 갈래만을 진실이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컸다.

그럼 힙합은 여성혐오 문화일까, 혹은 그렇지 않을까. 역시 둘 다 맞다. 힙합을 하며 여성혐오를 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그것을 깨거나 혹은 지적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또는 과오에 대해 사과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 힙합 그룹 비스티보이즈(Beastie Boys)는 2000년대 중반에 들어와 그들이 일궈왔던 커리어에 대해, 그들이 해온 잘못된 표현에 대해 사과했다.

힙합을 듣는 이들 중 많은 이들이 ‘나의 힙합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과 동일시해오던 존재가 알고 보면 여성혐오였다는 현실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기도 한다. 특히 한국 힙합은 예전부터 무엇이 진짜 힙합인지를 논하고, 그만큼 진정성에 사로잡혀 그걸 좇아왔다.

블럭은 “지적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많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걸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도 위험하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 래퍼 MC LYTE 앨범 정규 3집 Act Like You Know(왼쪽)와 5집 Bad as I Wanna B(오른쪽)

# 섹시즘(Sexism) VS 페미니즘(Feminism)

힙합에서 여성래퍼는 둘 중 하나로 보여 진다. 페미니스트이거나, 성차별주의에 편승한 사람이거나. 그러나 둘 다 아닌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럼에도 둘 중 하나로만 여성래퍼를 정의하려고 한다.

페미니즘을 외치는 이들은 늘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은 70년대에도, 또 지금도 타자화돼왔다. 엠씨 라이트(MC Lyte)는 미국 여성래퍼로서 처음으로 솔로 앨범을 냈다. 그는 페미니스트였고, 처음부터 그런 언어로 표현해왔다. 그럼에도 사회적 지위를 가진 건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였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도 타자화돼왔기 때문이다.

그는 흑인 사회 내 남성을 지적하긴 했지만 매도하거나 공격하지 않았다. 행동에 대한 반성을 가사로, 랩으로 촉구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또 최근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거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여성래퍼들은 80년대부터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지만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여성이라는 정체성 외에도 흑인이라는 정체성, 빈민가에 있다는 정체성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지하고자 하는 정체성과 비판할 정체성이 섞여있어 쉽지 않았다.

남성래퍼 중에서도 페미니즘 목소리를 낸 사람들은 계속해서 있었다. 그러나 역시 마찬가지로 그 점이 부각되지는 않았다. 드라소울(De La Soul) 등의 래퍼는 90년대 초부터 랩을 잘했을 뿐 아니라 팝, 전자음악을 섞은 음악을 선보이며 오래 커리어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 부분만 부각됐을 뿐 그가 페미니즘적 가사를 쓴 점은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부유해진 래퍼들은 성공서사를 랩으로 써내려갔다. ‘나는 집도 많고, 차도 많고’ 그리고 ‘여자도 많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타자화했다. 그러나 2000년대 당시에는 아무도 그에 대해 큰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목소리가 있어도, 상대적으로 너무 많이 묻혔다. 그런 랩을 하는 이들이 축적한 부와 사회적 목소리가 훨씬 컸기 때문이다.

이후 전자음악 등 여러 장르가 등장하고 힙합 유행이 시들어들면서 성공서사가 아닌 실패서사도 등장하게 됐다. 실패경험담, 내가 좌절하고 힘든 얘기를 멋있게 아무렇지 않게 써내려가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이런 목소리를 내는 래퍼들이 사회적으로도 조명 받고, 좋은 음악으로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조금은 바뀌고 있다.

▲ 방심위는 Mnet <쇼미더머니 시즌4>와 <쇼미더머니 코멘터리>에 대해 각각 3000만원, 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하는 등 Mnet에 최고제재인 과징금 총 5000만원을 의결했다. ⓒ화면캡처

# 한국힙합≠힙합≠엠넷 : 그거 다 핑계입니다

특히 한국 힙합은 꾸준히 남성 주도로 흘러왔다. 여성래퍼를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존재했어도 상대적으로 그들의 커리어는 빨리 단절됐다.

결국 랩은 자신의 이야기다. 말을 하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사고를 하느냐가 가사에 그대로 반영된다. 블럭은 “그래서 가사가 다 이지경이고, 이지경이 된 가사를 가장 좋아하는 게 엠넷”이라고 꼬집었다.

한국힙합과 Mnet은 떼어놓기 어려운 관계가 됐다. Mnet에서 방영하고 있는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고등래퍼> 등은 물론 래퍼들에게 좋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하지만 래퍼라면, 프로그램과 무관하게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이 있고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하는데 Mnet 안에서는 아쉽게도 구구절절한 사연과 가난, 그리고 효도만이 등장한다.

래퍼들이 최근 좋아하는 시나리오는 밑바닥에서 시작해 이만큼 일궈냈다는 영웅서사, 성공서사인데 그걸 증명하기 가장 좋은 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다만 아래서부터 올라왔다는 성공을 얘기하기 위해,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는 방법 중 하나가 ‘약자 때리기’다. Mnet 힙합프로그램에 등장했던 가사 중 논란이 되지 않은 가사가 별로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여성혐오 없이는 힙합프로그램을 못 만드는 걸까? 여성혐오 없이는 가사를 못 쓰는 걸까? 블럭은 “가장 큰 문제점은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솔직함과, 사회에서 통용하는 솔직함은 다르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건 솔직한 것’이라고 약자를 후려치고, 말도 안 되는 내용을 쓰는 게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그걸 모르면서 ‘사이다’라고 생각하면 그 자체가 문제”라고 밝혔다.

블럭은 이어 혹자는 표현의 자유를 말하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비난은 별로 멋없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반박하는 입장에서 논리적으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그들이 ‘이게 멋있는 거고, 이거 빼고는 다 별로’라고 말하면, ‘그게 아니다. 이건 무례하고, 잘못된 것이고, 옳지 못한 표현’이라고 했을 때 ‘왜 그렇게까지 해석하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특히 힙합커뮤니티 등 인터넷에서는 ‘미국도 그런데’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블럭은 “그들이 말하는 미국은 어디인지 모르겠다. 미국은 랩 내용의 방향을 바꾸는 데에 있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힙합만 그런 걸까? 그건 아니다. 인디밴드 안에서도 음악이나 메시지뿐 아니라 그들이 공연장에서 하는 행동과 태도, 발언이 많은 문제가 되고 있다.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남성 아이돌의 가사도 굉장히 오래전부터 문제였다.

블럭은 “그런 불편함에 대해, 가사를 쓸 때 고민하지 않는 것도 문제고, 그런 고민 없는 가사를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그냥 내는 회사도 문제”라며 “특히 여성 아이돌에게 그런 프레임을 씌우고, 여성혐오 가사를 부르라고 할 때 그건 큰 문제인데 아직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 MBC 〈MBC스페셜-랩스타의 탄생〉 ⓒMBC

다음은 강의 후 이어진 일문일답이다. 일부 내용은 생략됐다.

Q. 흑인들이 시작한 ‘블랙뮤직’이 어떻게 약자를 혐오하는 문화로 변해왔는지 궁금하다.

흑인 중에서도 다양한 경제적 계층이 있다. 그리고 랩을 하는 대부분이 남성이다. 그들은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약자를 대변하고 항변하기도 했지만, 방식에 있어 여성혐오적 방식을 많이 택하기도 했다.

흑인이라는 정체성 외에 성별에 관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건 80년대에 있었고, 툭 끊겼다가 최근에 와서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은 커밍아웃한 래퍼도 많은 편이고 그들이 자신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래퍼가 무대에 올라가면 꼭 백업 댄서를 여성으로 두는 등 일종의 스테레오 타입이 여전히 있긴 하지만 조금씩 지워지는 중이다.

Q. 힙합을 잘 알지 못하지만 투팍이 지금까지도 성역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느낀다. 그런데 가사 중 ‘걔들은 나의 아이를 가져야 해’ 등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힙합대부가 그럴 정도면 나머지는 말할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자성의 계기를 가지기 시작한 게 어떤 식이었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랩을 하기 시작하면서,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태어난 아이들이 랩을 하면서 내용이 조금씩 바뀌었다. 2000년대 초중반 성공서사의 래퍼들과는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지고, 어둡고 실패한 경험을 늘어놓는 등.

투팍을 포함한 여러 래퍼들이 여성혐오를 했지만, 90년대 초반에는 네이티브 텅(Native Tongue)이라는 운동을 하며 나름대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이런 랩을 쓰면 안 된다는, 흑인사회 내 문제를 지적했다. 완전히 묻히지 않고 나름대로 반향을 가져왔다.

Q. 어떤 칼럼에서 미국과 한국 힙합의 차이점이 미국 본토에서는 여성혐오 발언을 해도 그걸 나중에 다른 매체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사과에서 끝내는 게 맞는 건가 싶다. 한 래퍼가 트위터에서 ‘Bitch’라는 단어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해놓고, 다음 앨범에서는 또 그 단어를 쓰더라.

문제는 반성 이후의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사과하는 순간이 굉장히 잦아졌다. 그럼에도 그 이후에 반성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 반성을 했으면 그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작품을 계속 발표하는 사람의 몫이고,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래퍼들은 사과조차 안한다는 게 문제다. 누가 잘못을 덜했네의 문제가 아니라, 둘 다 잘못한 거고 둘 다 문제가 있으니까.

Q. 일부에서는 노래만 좋으면 되지 가사를 가지고 그런 얘기를 하냐, ‘예민종자’다 라고 말한다.

근본적으로 가사도 작품의 일부다.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를 비판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노래는 좋은데,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즐기게 되는데, 가사가 불편해서 차마 좋아한다고 어디 가서 얘기를 못하겠다고 하는 분들은 많이 봤다. 이런 분들도 지적을 해나가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Q. ‘빻은 미디어’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언어를 가지고 싶다.
('빻다'는 표현은 기존의 사전적 의미와 달리 사람의 외모, 수준 등을 비하하는 뜻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은어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혐오 표현을 지적할 때도 쓰이고 있다 -편집자주)

‘이건 이래서 별로다’라고 말하면 돌아오는 대답이 ‘아니 난 재밌던데’더라. 내 언어를 말할 시간을 안주더라. 그래서 그냥 욕을 한다.(웃음)

가장 이상적이고 좋은 건 대화다. 너는 이게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이게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게 이상적이다. 하지만 소위 빻은 미디어가 다수고, 그들이 권력을 가진 게 현실이다.

가진 힘의 범위 안에서 최대한 많이 말하려고 하는 편이다. 빻은 미디어를 빻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그 언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빻았다고 말하는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언어와 내가 더 설명할 수 있는 여지를 위한 학습과 대화가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우선 일단은 ‘말하고 보자’고 하고 싶다.

Q. 남성 청소년이 여성을 멸시하는 가사를 들으면 자신의 우월감을 형성하는지, 타자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잘못됐단 걸 인식하지 못하다보니 그걸 굉장히 멋있고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비판적 수용이 아니라 일방적 수용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청소년이 판단력이 없다는 건 절대 아니다. 일방적으로 수용하게끔 만드는 미디어도 똑같이 문제다.

래퍼들은 굉장히 잘사는 것처럼 보이는 게 하나의 미덕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가치나 실력을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 특성상 그 사람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빠른 속도로 무언가를 해내기를 쫓고 있고, 그런 문화가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별 고민 없이 여성혐오 가사를 내뱉는다. ‘난 여자도 많아’. 아무렇지 않게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다. 그게 왜 문제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다수라서, 그걸 문제라고 얘기하고 불편함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래퍼 '키디비' 인스타그램

Q. 힙합의 ‘디스’ 문화 중 여성래퍼에 대한 성희롱이 많다. 그런데 ‘디스’에 대해 ‘디스’로 대응하지 않고 성희롱으로 고소하면 욕을 먹더라. 최근에도 키디비가 자신을 랩으로 성희롱한 블랙넛을 고소했더니 일부에서 비판하더라.

누가 ‘디스’를 했다고 ‘맞디스’ 할 의무는 없다. 사람들은 랩으로 욕하면 랩으로 답하는 게 미덕인줄 아는데 ‘디스’는 ‘디스리스펙(Disrespect)’일 뿐이다.

‘디스’의 시작은 불운하게도 여성래퍼 대 여성래퍼였다. 록산느라는 같은 이름을 쓰던 두 래퍼가 80년대 후반에 이름을 가지고 싸운 게 힙합역사상 디스전의 시작이었다. 후에는 동부래퍼와 서부래퍼가 지역의 목숨을 걸고 랩을 하고 그랬다. 그것도 많이 바뀌어서 SNS로, 트위터로, 인스타로 싸운다.

디스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그냥 성희롱이다. 해선 안 될 말이고 써선 안 될 가사다. 그에 대해 모욕감과 명예훼손을 느끼면 고소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힙합사이트, 커뮤니티에서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은 랩으로 대응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한다. 그건 맞지 않다. 대화는 대화가 가능한 컨디션에 할 수 있는 거다.

Q. 주로 미디어에서 힙합을 접한다. 요즘 자주 노출되는 한국힙합의 희망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슬릭이라는 래퍼가 페미니스트 선언을 하고 <여성신문> 등에서 인터뷰도 했다. 굉장히 많은 발언을 하고 행동을 하고 그런 곡도 냈다. 슬릭이 속한 데이즈얼라이브뮤직 레이블은 제리케이라는 래퍼가 대표다. 무수히 많은 실수를 반복하고, 실수에 대해 하나씩 사과하고, 고치고 나아가려고 노력한다고 알고 있다.

유명하지 않은 래퍼들 중에서는 케이온. 많이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페미니스트 선언을 했다. 외국에서는 당사자로서 그런 걸 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한 명만 예를 들면, 정글푸시(Junglepussy)는 오픈리 퀴어로서의 정체성과 사회의 문제점을 꾸준히 얘기하고 있다.

Q. 힙합을 하는 사람들이 고민하지 않는 이유가 ‘돈’ 때문이라고 하더라. 페미니즘은 얼마나 돈이 될 수 있을까

그거야말로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앞으로 더 많은 빻은 작품이 깨질 거라고 믿는다.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은 더 많이 늘어날 거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 제 눈으로 그 과정을 봐왔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와 지금의 상황, 그리고 나오는 작품들의 결이 다르듯이 소위 빻은 작품들이 갈수록 질타를 받고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더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인식할 거라고 생각한다.

고민없는 작품이 고민을 많이 한 작품보다는 매력이 없지 않나. 빻은 표현을 쓰는 것도 고민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작품의 도덕성과 작품성이 별개라고 생각하는데 그 작품이 불편하다면 좋은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Q. 90년대부터 힙합을 들었는데 여성래퍼가 거의 전무했다. 한국 힙합은 너무 레이블끼리 연대가 굳어, 아무리 말해도 씨알도 안 먹히는 상황에서 개인이 아니라 함께 운동할 주체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외국 사례는 없었는지, 한국에는 사례가 없었는지,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한국 힙합은 한국 사회를 그대로 반영해왔다. 군대식 조직문화와 남성중심의 문화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고 힙합레이블 안에서도 서열이 있다. (앞서 예를 든) 래퍼 슬릭같은 경우도 장르를 벗어나 연대할 분들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인디음악 등 분야를 넓히면 그런 음악을 하는 분들이 있으니까.

분명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으로서 행동할 부분이 있다고는 생각한다. 연대 단체를 만들어 행동한다든지, 다 같이 목소리를 낸다든지, 공격을 받을 때 조금이라도 액션을 취한다든지. 거기에 대해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외국 사례라고 하면, 래퍼는 아니지만 미국의 여성음악평론가들이 2010년대 초반부터 본인들끼리 구글 스프레스 시트를 만들어 인적사항을 적어서 모아놓은 게 있다. 정말 느슨한 단계의 연대이긴 하지만 그 사람들이 어쨌든 서로 이름을 모으고 그렇게 한다는 자체가 의미 있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관련해서 한국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지극히 개인적으로 경험한 바로는 한국 남성음악평론가들도 다 반성해야 한다. 남성 중심의 문화를 소비하면서 본인들은 여성혐오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고민을 많이 했고 얘기를 하려는 편인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 Mnet <언프리티 랩스타> ⓒMnet

Q. 힙합이 이런 식으로 여성혐오를 소비하는 것이 Mnet 등 매체를 통해 증폭되어 나타나는 것 같다. Mnet에 어떤 문제제기를 해야 할까.

Mnet은 거들뿐. 거들었다고 표현하는 게 뭐냐면, Mnet은 잘 빠져나간다. 래퍼가 빻은 표현을 하면 래퍼의 몫이다. 그렇게 만드는 게 Mnet의 방식이다. 그걸 거르지 않고 내보낸 것도 잘못이 있고, 그런 식으로 분위기를 몰아가고 표현을 꾸준히 만들게 해준 것도 잘못인데 사과하는 사람은 래퍼지 Mnet이 아니더라.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언프리티 랩스타>가 아니더라도 이런 표현은 나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래퍼는 스스로 가사를 쓰기 때문에 그 사람의 상태나 그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 남성이 많은 문제, 조직문화든 남성중심문화든 가부장적 문화든 꾸준히 소비하고 지켜내려고 하는 문제점이 있다. 래퍼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도 별반 차이는 없다.

Q. JTBC <힙합의 민족>은 평론가로서 어떻게 보셨나.

1편은 다 봤다. 정치적인 그런 걸 떠나서 할머니들이 너무 멋있더라. 진심으로. 프로그램을 대하는 애티튜드나 무대를 대하는 마음가짐 자체가 정말 다르더라. 방송이니까 가공되고 인터뷰도 가공됐겠지만 대하는 태도나 결과가 인상 깊었다. 2편은 사실 엄청 재밌게 보진 않았다. 그런 프로그램이 있구나 생각한 정도.

<힙합의 민족> PD와 인터뷰한 적도 있었는데 편집방향에 차이가 있더라. 최대한 착하게, 최대한 논란이 되는 건 거르고 굉장히 유하게 가는 게 그분들 나름의 기조였다. Mnet은 정반대. 없던 것도 만들고 논란을 만들려고 하는, 그게 가장 근본적인 차이인 것 같다.

Q. <언프리티 랩스타>를 보다 보면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프레임이 떠올라서 불편하다.

오디션 배틀 프로그램이다 보니 약육강식의 프레임을 만든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밟고 올라간다는 인상을 준다. 그렇지만 좋은 래퍼의 좋은 무대를 보여주는 건 경쟁이 아니어도 충분히 멋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언프리티 랩스타>는 도저히 못 보겠다. 배틀식으로 서로 대결하는데 내용 중 80%는 외모비하다. 서로의 외모, 키를 지적한다. 불편한 것도 불편한 거지만 할 얘기가 저렇게 없나 싶어서 안 봤다. 이런 걸 벗어나 힙합과 랩을 표현할 방법은 충분히 많다.

미국을 예로 들자면 수많은 배틀 프로그램과 랩을 매개로 한 배틀 프로그램이 있는데, 프로그램의 99%는 프리스타일 랩이다. 즉흥적으로 랩을 얼마나 잘하느냐를 가지고 대결한다. 배틀을 양산하는 프로그램은 많이 없다.

Q. 그럼에도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여성래퍼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점도 있지 않나. 그런 점에서 프로그램을 비판하면서라도 이런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게 좋은 건지, 아예 이런 프로그램은 없는 게 나은 건지 모르겠다.

여성래퍼를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언프리티 랩스타>가 <쇼미더머니>와 다른 점 중 하나는, <쇼미더머니>는 아이돌 래퍼가 나오면 배척받는다. 아이돌 출신 수식어를 붙이고, 일찍 떨어트린다. 떨어트리는 건지 떨어지는 건지 모르겠지만. 반대로 <언프리티 랩스타>는 아이돌 래퍼가 다같이 등장하고 좀 더 주목을 받기도 한다.

Mnet은 그런 식으로 사람을 골라서 써간다. 래퍼 상품화에 가장 먼저 앞장섰고, 래퍼상품화에 가장 먼저 성공한 게 Mnet이다. 그런데 사실 상품화된 래퍼가 그 이상의 작품을 지니고 길게 활동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많지 않다. 예를 들어 바비, 송민호나 우승한 베이식 등의 래퍼들이 거기서 우승했다고 해서 긴 수명을 얻거나 더 큰 존경을 얻거나 그러진 않지 않나. 심지어 모두가 크게 좋아했다고 믿은 비와이도 차트에서의 성적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Mnet은 래퍼를 하나의 인격체나 사람으로 보지 않고 상품화에 성공했다.

<언프리티 랩스타>도 그런 식으로 선별해서 사용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의 탄생 자체를 반기지 않는 편이다. 실제로 프로그램을 나갔다가 본선 진출이나 일정 수준의 무대까지 오르고 방송을 타면 그 다음부터 행사 페이는 엄청나게 뛴다. 공이 하나, 두 개가 더 붙는다. 그래서 많은 래퍼들이 기를 쓰고 나가려고 하기도 하고. 그런 생태계를 만든 것 자체에 많은 래퍼들이나 기획자들이 무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거에 대적하고 싶은데 대적할 힘이 없고 이길 수 없으니.

Q. <쇼미더머니>가 끝나고 거기서 탈락한 사람들이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연하지 않나. 남성래퍼와 여성래퍼가 정말 실력 차이가 있는 건지, 실력 차이가 크지 않은데 어떤 구조때문에 반복되는 건지 모르겠다.

그 구조를 만들었다고 추측하는 편이다.

<쇼미더머니> 예선을 어떻게 보는지 아시나. 일렬로 줄을 세워서 심사위원이 앞에 서면 랩을 한다. 무반주 상태로 심사위원 마음에 들면 목걸이를 받고 그렇지 않으면 집에 간다. 한 사람의 실력이라는 게 그 짧은 시간에 바로 평가를 받기가 힘들지 않나. 몇 장의 정규앨범과 탄탄한 커리어를 가진 사람과, 상대적으로 적은 결과를 가진 사람이 동시에 같은 컨디션에서 대결을 해야 하기도 하고. 평가 방식도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거기서 떨어지는 게 실력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실력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래퍼가 어떤 사람이건 간에, <쇼미더머니>를 통해 여성래퍼를 발견하고, 발견된 여성래퍼는 <쇼미더머니>가 아닌 <언프리티 랩스타>에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Q. 마지막 한마디

불편한 건 불편하다고 그 자리에서 얘기했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불편함을 느꼈으면 좋겠고, 그 불편함을 느낀 사람끼리 느슨하든 어떻든 연대를 가지고 더 많은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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