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혐오발언 퍼나르는 언론, 혐오표현 근절 최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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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혐오표현 국민인식조사', 응답자 49.1%, "언론이 혐오표현 조장"
"'따옴표 저널리즘' 문제...구체적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2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혐오표현 진단과 대안마련' 토론회를 열었다. ⓒ PD저널
2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혐오표현 진단과 대안마련' 토론회를 열었다. ⓒ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혐오표현을 언론이 조장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혐오표현의 해악이 커지면서 이를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지만, 언론이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보다는 혐오를 부추기고 때로는 조장하기까지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혐오표현 진단과 대안마련' 토론회에서 발표한 '혐오표현 경험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9.1%는 언론이 혐오표현을 조장하는 부정적 역할을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언론이 혐오를 줄인다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답변은 11.3%에 그쳤다.

인권위가 지난 3월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혐오표현 경험과 인식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언론의 주된 혐오표현 대상이 특정지역 출신자(50.9%), 여성(38.0%), 이주민(32.3%), 성소수자(24.8%)에 쏠려 있다고 답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정치인 등 유명인의 혐오표현을 그대로 보도하는 문제를 짚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유명인이 혐오표현을 하는 경우, 언론은 이게 문제라고 보도해야 하는데 실상은 '따옴표 저널리즘'"이라며 "기껏해야 '논란이 되고 있다' 정도로 보도한다"라고 꼬집었다.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대전사무소장은 "전통적인 객관주의 취재기법이 일정 부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부터 한국사회에서 특정 집단에 대한 '낙인찍기' 방식으로 사용되어 온 혐오표현은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차단하고 혐오표현을 사용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2016년 일어난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혐오표현이 실제 혐오범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인권위의 인식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87.2%가 혐오표현을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으로 '언론의 혐오 조장 표현이나 보도 자제'를 꼽았다는 것은 그만큼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국가인권위원회 혐오표현 국민인식조사 결과.
국가인권위원회 혐오표현 국민인식조사 결과.

이미 한국기자협회 등이 만든 '인권보도준칙'이 존재하지만, 혐오표현에 특화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보도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방송 제작에 가이드라인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언경 처장은 "국가가 주체가 된 혐오표현 규제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도 있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우려도 있다"며 "다만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등이 (혐오표현이 담긴 보도에) 벌점을 부과해 자정노력을 기울일 수 있게 한다든지,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이 실효성 있는 자율규제 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국가가 방송, 포털 등 플랫폼에 어느 정도 규제의 틀을 만들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본다"며 "운영 방식은 자유롭게 하되, '기본적 틀은 마련하라'고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한 교수는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전후해 혐오표현이 각종 방식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높은데, 혐오표현에 대한 사회적 균형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내년 총선을 계기로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범사회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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