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팟캐스트 출신 진행자들, 명암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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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팟캐스트 출신 진행자들, 명암 교차
두터운 팬덤으로 지상파까지 진출...욕설·공정성 논란으로 구설
  • 김혜인 기자
  • 승인 2018.04.10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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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혜인 기자] 팟캐스트에서 인기를 끈 진행자들이 대거 지상파 라디오·TV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명암을 드러내고 있다. 방송심의 규정에 벗어나는 문제적 발언과 공정성 논란 등으로 팟캐스트 출신 진행자들이 혹독한 적응기를 보내고 있다.   

지상파로 활동무대를 넓히고 있는 팟캐스트 진행자들 중에 대표주자는 <나는 꼼수다> 출신들이다. 2011년 '가카 헌정 방송'을 내걸고 나선 김어준 총수, 김용민 시사평론가, 정봉주 전 국회의원과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지상파 방송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시기에 대안 언론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TV,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반경을 서서히 넓힌 <나는 꼼수다> 출신들은 최근 '방송 정상화' 바람을 타고 지상파에도 자리를 잡았다. 김어준 씨는 올초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건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진행하고 있고, 주진우 시사IN기자도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스트레이트>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다. 

팟캐스트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진행자들도 지상파 라디오로 넘어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MBC 표준FM <안영미, 최욱의 에헤라디오>의 두 MC 모두 팟캐스트에서 입담을 인정받았다. 최욱은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불금쇼><수다맨들><삼시두끼><맘마이스> 등을, 안영미는 지난해 말부터 팟캐스트 <귀르가즘> 진행을 맡고 있다. 

송은이와 김숙도 2015년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진행하다 같은 해 11월부터 SBS 러브FM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에서도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 <나꼼수>출신이 참여하는 방송 화면

방송사들, ‘안정적인 팬층’ 확보 효과

방송사들은 '팬덤'이 두터운 진행자를 기용하면서 손쉽게 시청자·청취자를 확보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팟빵' 팟캐스트 순위를 보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SBS <김용민의 정치쇼>는 3월에 방송을 시작했는데도, 두 달 동안 팟빵 월간순위 5~6위에 올랐다. 구독자는 145,367명(4월 9일 집계)에 이른다. <정영진 최욱의 불금쇼>도 1월부터 10위 안에 머물고 있다.

정태익 SBS 라디오센터장은 “김용민 씨는 출연하는 팟캐스트 3개를 더하면 한 주에 400~500만 정도 다운로드 받을 정도로 팬덤이 굳건하다"며 "SBS <김용민의 뉴스브리핑>도 큰 문제 없이 진행한 경험도 있어 발탁했다”고 말했다.

MBC <안영미, 최욱의 에헤라디오>를 연출한 전여민 PD도 “시사풍자 프로그램에 적합한 진행자를 물색했는데, 최욱 씨는 이미 팟캐스트에서 유명해 지상파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추천이 많았다”라고 했다.

▲ 9일 캡쳐한 '팟빵' 4월 종합 순위 화면 갈무리. 1위 tbs<김어준의 뉴스공장>, 2위 <김용민의 브리핑>, 5위 <정영진 최욱의 불금쇼>, 6위 SBS<김용민의 정치쇼>, 7위 <송은이&김숙 비밀보장>, 10위 <김용민의 뉴스관장>

아슬아슬한 발언에 방심위 민원 잇따라

팟캐스트 출신 진행자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방송이 팟캐스트보다 표현의 제약이 심하다 보니 방송 수위를 넘나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EBS <까칠남녀>는 패널로 출연한 정영진 씨의 ‘매춘’ 발언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의견제시’ 처분을 받기도 했다.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방송도 방심위에 민원이 꾸준하게 들어오는 프로그램이다. 방심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16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25건의 민원이 들어왔다. 방심위 한 관계자는 “세 달에 20건이면 민원이 꾸준히 들어오는 편”이라고 전했다.

접수된 민원은 심의를 거쳐 법정제재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달 방심위는 지난해 11월 9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진행자가 ‘X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관련기사 : 방심위, '김어준의 뉴스공장' 'X신' 발언에 의견진술)

지난 9일 열린 방심위 전체회의에서는 SBS <정봉주의 정치쇼>에서 진행자 정봉주가 욕설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발언(2017년 11월 17일 방송분)한 것과 관련해 법정 제재에 해당하는 ‘경고’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문 의혹과 관련해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지난 7일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정봉주의 주장을 옹호하는 듯한 보도로 해당 회차분을 제작한 PD가 교체되고, 방송을 통해 공식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관련기사 : ‘블랙하우스' '정봉주 옹호 논란' 본부장까지 인사위 회부)

팟캐스트 출신 진행자들이 프로그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일이 잇따르면서 진행자들의 주의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출신들의 인기 요인은 직설적인 발언과 오락적 요소가 가미된 부분들이 주는 신선함 때문인데, 이로 인해 방송의 원칙과 기준이 훼손될 수도 있다“며 “지상파는 팟캐스트와 성격과 시청 대상 등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표현 방식과 수위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영섭 방심위 위원은 “통신규정의 적용을 받는 팟캐스트에서 지상파로 넘어오면 방송심의 규정으로 판단 기준이 바뀐다"며 "초반에 여러 논란을 낳았던 방송인 김구라도 점차 방송에 적응한 것처럼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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