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방송법 '여야 나눠먹기' 개악 논의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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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원내대표 특별다수제 합의설...'국회 정상화 거래 수단 안 돼"

▲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언론·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여야 원내대표간의 방송법 개정안 합의 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뉴시스

[PD저널=이미나 기자]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야합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언론계 안팎에서 방송법을 여야 나눠먹기로 개정해선 안 된다는 반발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노회찬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동을 열고 공전 상태에 빠진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회동 이후 여야가 2016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이른바 '박홍근 안'을 일부 수정해 합의안을 도출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KBS와 MBC 등 공영방송 이사를 총 13명으로 늘리고 사장 임명을 2/3 찬성에서 3/5로 찬성으로 완화하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방송법 합의설은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만들자는 논의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최근 언론계 안팎에서 공영방송 장악을 막기 위해 차선책으로 나왔던 '박홍근 안'에서 한 걸음 나간 방송법 개정을 논의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로 떠올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자문기구인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통해 공영방송 이사진의 1/3 이상을 중립지대에서 선출하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놨다. (▷관련기사: 당리당략에 갇힌 '방송법 개정', 활로 찾나)

양승동 KBS 사장과 최승호 MBC 사장도 지난 21일 한국방송학회 2018 봄철 정기학술대회에 참석해 현행 공영방송 사장 선출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며 '박홍근 안'에도 부족함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관련기사: 양승동·최승호 사장 "정파적인 공영방송 이사회 바꿔야")

추혜선 정의당 의원에 이어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민추천방식으로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언론·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여야 원내대표간의 방송법 개정안 합의 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뉴시스

여야가 사실상 방송법 개악에 합의를 시도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언론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여야의 방송법 개정안 합의 시도는 당리당략에 따른 '야합'이자 '끼워 팔기 시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2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법 개정은 국회 정상화를 위한 거래의 수단이 될 수 없다"며 "나눠 먹기식 방송법 개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또 "방송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결국 각 정당의 정략적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변질되고 말았다"며 "오직 자신들만의 '정상화'를 위해 어렵게 이뤄낸 공영방송 정상화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여야에서 논의 중인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공영방송 이사의) 여야 추천을 명문화함으로서 정치권력이 방송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장 야합의 시도를 중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도 "공영방송은 정치판이 아니”라며 “더 이상 여당과, 야당과 친한 사람이 아니라 국민과, 시청자와 친한 사람이 공영방송의 이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각 정당 원내대표를 찾았지만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만은 면담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김동철 원내대표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해당사자라 만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당사자라면 더더욱 입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법의 영향을 받을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공영방송 이사진을 국민들이 선출하도록 하자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도 여야의 이 같은 움직임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금 논의는 또 다시 공영방송을 정치적 수단으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출일 뿐"이라며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그렇게 외쳐왔던 여당이 정치적 욕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직접 사장 후보자를 추천하는 방안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추혜선 의원은 "시대착오적인 논의를 그만두고 어떤 형태로 국민들에게 공영방송을 돌려 줄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방송법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논의 없이 원내대표 간에 주고받을 수 있는 법안인지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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