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갑질 MBC PD '복직' 판정에 외주사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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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노위, '리얼스토리 눈' CP '부당해고' 결정 ..."불공정 제작 관행 면죄부 준 꼴" MBC 불복 소송

▲ 2017년 한국독립PD협회, 한국PD연합회, MBC PD협회 등이 이현숙 전 PD의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을 당시의 모습.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외주제작사·외주PD들에게 폭언과 갑질을 일삼았다는 이유 등으로 해고된 이현숙 전 MBC PD가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로부터 복직 판정을 받았다. MBC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처음 문제를 제기한 외주제작사·독립PD들은 불공정 제작 관행에 면죄부를 준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017년 한국독립PD협회와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는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리얼스토리 눈> 담당 CP였던 이 PD의 폭언이 담긴 음성 파일을 공개하고 MBC에 중징계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 전 PD가 상시로 인격 모독적 폭언을 했고, 그 가운데는 언어적 성폭력에 해당하는 발언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 관련 기사: '리얼스토리 눈' PD 인격 모독적 발언...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방송 정상화'를 위한 총파업 중이었던 MBC 내부에서도 이 PD의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새로운 경영진은 2018년 3월 언어적 성폭력을 비롯한 폭언과 불법 취재 영상을 사용한 책임 등을 물어 이현숙 PD를 해고했다.

MBC는 이 PD를 해고하면서 "이러한 사건이 벌어지기까지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고 당한 이 PD는 서울중앙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지만, 지노위는 지난해 8월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절차나 징계수위도 적절했다며 이 PD의 신청을 기각했다.

지노위는 특히 이 PD가 외주제작사·독립PD들에 대한 폭언·갑질로 논란을 부른 것을 두고 "설령 시청률을 압박받으면서 업무를 수행한 점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외주제작사들에게 행한 '갑질'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며 "이 행위가 외부에 알려지고 언론에도 보도되는 등 물의를 일으키면서 MBC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킨 점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해고가 정당했다는 결정은 중노위에서 뒤집혔다. 

최근 중노위는 재심에서 이현숙 PD의 해고가 부당했다며 그를 복직시키고 그동안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중노위는 과거 경영진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묵인했기 때문에 이 PD에게만 책임을 물어 해고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봤다.

또 문제를 제기한 외주제작사·독립PD들이 이를 '방송가의 오랜 관행'이라고 표현하고, MBC가 이 PD 외에 언어폭력 등을 이유로 해고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도 부당해고 인정의 근거로 삼았다.

▲ 한국독립PD협회와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가 2017년 공개한 이현숙 전 PD의 발언 내용 ⓒ 한국독립PD협회·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MBC는 중노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법원에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MBC 관계자는 "외주제작사 대표, PD·작가 등 다수의 제작진에게 성희롱적인 내용이 포함된 언어폭력을 행사하고, 이 사실이 공개되어 회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기 때문에 해고 결정이 나온 것"이라며 "대부분의 징계 사유를 인정하면서도 해고의 징계는 과도하다고 판단한 중노위의 결정은 사안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현숙 PD가 '부당해고' 인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한 외주제작사·독립PD들도 중노위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옥영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장은 "MBC가 이와 유사한 문제로 해고한 전례가 없었다는 건 그만큼 문제가 심각했다는 반증"이라며 "경영진이 불공정 제작 관행이라는 '적폐' 해소 차원에서 행한 결정을 이전 경영진이 징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지원준 한국독립PD협회 정책위원장도 "'반노동적'이고 '반인권적'인 결정"이라며 "방송가의 관행이라는 이유로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앞으로 방송사 정규직이 외주제작자나 사내 비정규직에 무슨 행동을 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지 위원장은 또 "이현숙 씨가 복직될 경우 당장 음성 파일을 제공한 사람 색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중노위의 결정이 법원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면 앞으로 공익적 목적으로 제보를 결심한 이들이 피해를 받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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