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실검, 누가 두려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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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실검, 누가 두려워하나
조국 법무부 장관 '지지' '반대' 실검 등장에 ‘여론 왜곡’ 우려 목소리...폐지 주장은 권위주의적 발상
"인터넷 여론, 정치적 성향에 제한적 영향" 연구 결과 다수...포털도, 제도 개선 고민 필요
  •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연구교수
  • 승인 2019.09.20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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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후 경기 의정부지방검찰청에 열린 '검사와의 대화'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후 경기 의정부지방검찰청에 열린 '검사와의 대화'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연구교수] 포털 실시간 검색어(이하 실검)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포털사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급상승 검색어’와 ‘실시간 이슈검색어’ 등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실검은 PC나 스마트 기기의 포털 메인화면이나 서브화면에 서비스되고 있는 관심 검색어를 순위로 분류한 것이다. 실검은 포털에 서비스 된 이후 급변하는 사회 이슈를 파악하고, 인터넷 사용자들의 관심이 어디로 집중되는지를 알 수 있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실검 기능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연예인 팬클럽이 조직적으로 실검을 상위에 올리기 위한 운동이 진행되어 실제 네티즌 여론을 반영한 것이냐는 의문은 있었다. 그러던 것이 이번 8월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한 달 동안 사퇴·임명 촉구 검색어가 경쟁적으로 등장하면서 정치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 포털의 실검 순위 등락에 비판적인 입장에서는 여론 조작을 거론하며 서비스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드루킹 사태’와 같이 소수 정치집단이 주도해 여론을 왜곡하거나 악용하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조직적인 소수가 여론을 장악하는 데 실검이 악용된다면 이는 심각한 민주주의 대표성의 왜곡이란 우려도 있다.

반면에 실검이 가지고 있는 인터넷 공론장 기능과 표현의 자유 영역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포털 실검이 비록 등락에 따라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그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기능까지 막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하루에 3000만 명 이상이 접속하는 포털 메인화면의 실검은 그동안 국민의 관심과 표현의 자유 등의 긍정적 요소가 기능을 발휘해 지금까지 유지된 것이다.

두 주장 모두 가치 판단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한 쪽의 입장이 100% 맞다고 볼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아직 실검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기능 특히 표현의 자유 측면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작금의 부정적인 문제점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서도 안 된다.

포털 실검은 해당 시점의 여론동향을 흥미롭게 표현하는 것이고, 시스템적으로 네트워크 IP당 카운트되기 때문에 과거 드루킹 사건과 같은 대규모 조작은 힘든 구조다. 따라서 현재 일부 왜곡이나 악용 우려가 있지만 아예 서비스를 차단하고 규제 하자는 주장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오히려 정치권의 외압에 의해 포털의 실시건 검색어 서비스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것 자체가 더 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 반대하는 이용자들의 실검 만들기로 '조국 힘내세요' '조국 사퇴하세요'가 검색어로 등장한 모습. ⓒ네이버 데이터랩.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 반대하는 이용자들의 실검 만들기로 '조국 힘내세요' '조국 사퇴하세요'가 검색어로 등장한 모습. ⓒ네이버 데이터랩.

그렇다면 해답은 없는 것일까. 표현의 자유를 유지하고 실검의 부적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정치권이나 외부의 강제가 능사가 아니다. 지금 당장 부작용이 생긴다고 막고, 없애고, 규제하는 것은 권위주의적인 발상이다.

실검의 문제점을 파악했다면 이를 운영하는 포털사가 순기능을 살리도록 하고, 자율규제를 유도하면 된다. 제도 개선의 일차적인 책임은 플랫폼 운영사인 포털에 있다. 포털은 역시 인터넷 여론의 중개자로서 공적인 책임의식을 가지고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해야 한다.

오래전부터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을 수렴해 공청회 방식의 공개 토론도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특정 집단의 조직적 개입이 의심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개선하고 검증하는 후속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포털 실검을 바라보는 시민의식이다. 실검의 여론조작과 왜곡을 우려하는 시각에서는 항상 국민이 포털 실검으로 영향 받고 여론을 왜곡되게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실검 한 두개가 상위에 있다고 해서, 그 의견을 동조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반적으로 실검이 갑자기 등락하면 관심을 갖고 클릭은 하지만, 그걸 보고 자신의 의견을 바꾸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치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도 인터넷 여론과 정치적 견해의 전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결과가 꽤 나와 있다.

물론 아직도 국민을 우매하고 계몽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나 집단은 실검을 끔찍한 민주주의 왜곡 도구로 바라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현명한 우리 국민에겐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지나친 과신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포털 실검에 일희일비 할 만큼 국민 의식이 낮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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