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속어 논란' 책임전가에 항전 의지 천명한 언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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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 선 언론현업단체들 "사건 진상은 윤석열 대통령이 밝혀야"
"사실과 다른 보도"라는 윤 대통령, 여당 '언론 탓' 역공에 언론계 반발 확산

26일 언론현업 6단체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PD저널
26일 언론현업 6단체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PD저널

[PD저널=엄재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에 대한 책임을 언론에 떠넘긴 대통령실과 여당의 대응에 언론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6일 ‘비속어 논란’에 대해 처음 입을 연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언론에 책임을 돌리자 언론계는 “적반하장 태도”라며 일제히 성토했다.  

27일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PD연합회 등 6개 언론현업단체들은 27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은 언론이 아니라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 이런 식의 사고를 처놓고, 그 책임을 완전히 전가하는 예는 군사독재 시절에도 듣도 보도 못했다”며 “대통령실이 문제 삼은 표현으로 보도한 언론사가 140여개인데, 140여개의 언론사가 담합해서 동맹을 훼손했다는 게 납득이 되나"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대통령이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 깨끗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면 될 일 ”이라며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이 이 사태를 정상적으로 해결하고 사과하지 않고 계속 책임을 언론에 떠넘기고 방송장악의 구실로 삼으려 한다면 언론노조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김동훈 기자협회장은 “이 정권의 언론에 대한 겁박, 재갈물리기가 시작됐다”며 “국민1 0명 중 3명도 안 되는 지지를 받고 있는 정부가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청각 테스트를 하는 중이다.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단체들은 언론탄압을 하고 있는 정부 여당에 맞서 일사항전의 각오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나준영 영상기자협회장은 “영상기자들은 이런 불필요한 논란들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이런 논란 속에서 개별 특정 언론사와 특정 기자를 어떤식으로든지 정치적으로 좌표를 찍고 괴롭히고 있는 것은, 언론자유 자체를 탄압하고 위협하는 행위”라며 “잘못된 발언으로 논란들을 증폭시킨 사람들에 대한 진상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날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은 성명을 내고 여권이 주장한 영상 왜곡은 없었다고 밝혔다. 
 
영상기자단은 “시끄러운 현장이라 당시 이런 발언이 있는 것을 취재한 영상기자들도 처음엔 모르고 있었다”며 “오히려 (대통령실) 대외협력실에서 해당 영상을 확인해보자고 했기에 내용을 인지할 수 있었고, 영상을 확인한 대외협력실은 이를 보도되지 않게끔 ‘어떻게 해줄 수 없냐?’라고 요청했지만, 영상기자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영상 보도 경위를 설명했다. 

언론현업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특정 방송사가 특정 정당과 담합해 영상을 사전에 유출하고 자극적 자막을 내보냈다며, 무리한 공격을 펼치고 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각자의 판단에 따라 동일한 자막을 방송한 여타 지상파 방송사와 종편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제기도 못하면서 특정 방송사만 반복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자가 응당 취재해야 할 위치에서 담은 영상을 두고 '이 영상의 진위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말하고 풀 취재단이 찍은 영상이라고 재차 확인해주었음에도 특정방송사의  '짜집기와 왜곡'이라고 덧씌우는 대통령실 관계자들 앞에서 기자들은 참담함을 느꼈다“며 ”국익을 해치는 것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럭비공처럼 튀어나오는 대통령의 거친 언사이지 이를 보도하는 언론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21세기 한복판에 권력의 의도대로 언론보도를 통제하는 게 국익이라고 착각하는 윤석열 정권의 시대착오적 언론관”을 지적한 이들은 “사태를 수습하는 유일한 방책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솔하게 국민들에게 사과부터 하는 일이다. 그것이 권력의 추락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주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6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화면 갈무리.
지난 26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화면 갈무리.

여권이 법적 조치를 총동원하겠다는 밝힌 MBC는 지난 26일 메인뉴스에서 반박성 리포트를 내보내면서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사실과 다른 보도”라는 윤 대통령의 입장, 여야 반응에 이어 “22일 하루에만 윤 대통령이 미국 국회와 바이든 대통령을 언급했다고 기사화한 언론사만 148곳에 달한다”며 여권의 주장을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미국 순방 도중에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처음으로 보도한 MBC에 사과방송과 사장 사퇴, 명예훼손 고발 조치 등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비속어 발언'을 보도했던 다수 언론은 MBC를 겨냥한 여당의 강경 대응을 비판하면서 윤 대통령에게 사과를 촉구했다.  

27일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가짜뉴스로 돌려 대통령 실언을 가릴 수 있다고 믿는 여권의 태도는 오해와 왜곡으로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태극기 부대와 다를 게 없다”고 했고, <한겨레>도 사설에서 “사태의 근본 책임은 윤 대통령이 대미 외교 현장에서 시정잡배나 쓸 거친 욕설과 막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데 있다”며 “따지기에 앞서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썼다.

다수 언론이 대통령실과 여당에 비판적인 논조를 드러낸 가운데 <조선일보>은 MBC를 향해 "누가 어떤 근거로 잘 들리지 않는 말을 그렇게 자막을 달아 보도했는지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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