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날리면' 동등하게 취급한 보도, 언론 윤리 부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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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회 15일 서울대서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언론, 쉽게 관료적 사실체계에 포획..."목적론적 윤리관으로 객관성 추구해야"
“앞으로 녹취 내용에 언론 함부로 자막 달아 내보내지 못할 것" 우려도

15일 오후 ‘객관성, 언론인, 그리고 책무성: ‘바이든’과 ‘날리면’의 사실 세계에 대한 목적론적(Telos) 논의‘를 주제로 열린 한국언론학회 2022년 가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MBC 카메라가 토론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PD저널
15일 오후 ‘객관성, 언론인, 그리고 책무성: ‘바이든’과 ‘날리면’의 사실 세계에 대한 목적론적(Telos) 논의‘를 주제로 열린 한국언론학회 2022년 가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MBC 카메라가 토론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PD저널

[PD저널=임경호 기자] ‘전 국민 듣기평가’를 촉발한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발언 보도는 15일 열린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에서도 최대 관심사였다.  

언론학회는 이날 서울대에서 '무한 연결 시대의 한국 사회, 시민사회 영역의 당면토장 현상 해법 찾기'를 주제로 가을철 정기학술대회를 열었다. 

첫 번째 대주제 제목은 ‘객관성, 언론인, 그리고 책무성: 바이든과 날리면의 사실 세계에 대한 목적론적(Telos) 논의‘로,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홍 교수는 정치적 갈등을 확장시키는 언론의 보도 관행을 ‘소극적 객관주의’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목적론적 윤리관으로 객관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원식 교수는 "200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갈등은 이익 기반 갈등과 정체성 기반 갈등이 뚜렷이 분리됐는데 최근 '정당갈등'과 '이념갈등'이 독립된 갈등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정치에 의한 갈등 심화가 다른 어떤 요인보다 우리 사회를 불통 사회로 인식하게 하는 가장 직접적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바이든'과 '날리면'에 대한 보도 행태를 예시로 들며 "첫날 보도에서 140개가 넘는 언론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바이든'이란 표현을 사용했는데, 대통령실의 발표 이후 '바이든'과 '날리면'이란 서로 다른 인식을 거의 대등하게 표현했다"며 "무지의 베일이라는 원초적 입장에서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모르니 모든 의견을 동등하게 취급하겠다는 것은 언론 윤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저널리즘의 사실 판단이 정치 관료 체계에 종속된 결과라고 홍 교수는 분석했다. 

홍 교수는 문제의 배경과 관련 "관료적 사실 체계에 의해 언론의 실체적 사실 추구 의무가 대체되는 현상이 두 가지 형태의 조합으로 나타난다"며 "정치 관료에 의해 나타나는 사실에 대한 '마사지'가 사실의 의미를 분산시키고, 그것을 언론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연계 조합을 통해 언론이 객관주의라는 이론에서 벗어나 쉽게 관료적 사실체계에 포획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파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언론의 정파성 문제의 핵심은, 타당성의 판단 문제를 정치적 호불호의 문제로 전환하게 만드는 데 있다"며 "정파성 자체를 배제하기 보다 언론이 가진 독립된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 관료적 사실체계에 포획되지 않기 위한 현실적 방법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언론이 객관적 사실이나 진실 추구라는 목적을 가졌다면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얼만큼 제도적 사실에 저항했는지가 곧 얼마나 진실을 추구했는가에 대한 기준이 될 것"이라며 "언론의 유구한 전통 속에서 그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실제 저널리즘의 윤리학이고 정치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9월 22일 MBC 뉴스데스크 뉴스 리포트 갈무리.
9월 22일 MBC 뉴스데스크 뉴스 리포트 갈무리.

종합토론에서는 MBC가 처음으로 공개한 '바이든' 보도 이후 언론이 당면한 문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논의가 이어졌다. 특히 언론의 신뢰성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앞으로는 녹취된 내용에 대해 방송사나 언론인이 함부로 자막을 달아 내보내지 못할 것이다. 당사자가 부정할 수 있고, 낙인찍힐 수 있다”라며 “이 부분이 문제되는 건 부정하는 당사자가 최고 권력자이고, 거기에 호응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저널리즘은 명백히 사실 추구형 생산 구조가 아니라 오락적으로 정치적으로 기여한다”며 "좋은 언론과 저널리즘 실천에 대한 사회적 보상 체계를 학문적, 도덕적, 사회적, 기타 공공제도 방식으로 어떻게 마련해 나가야 하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대통령이 실제로 (발언을) 기억 못하는 상황이라면 진실공방은 큰 의미가 없다. 참과 거짓을 가리기 어려운 영역이 많고 이 사안도 그런 것 같다”며 “언론은 본래 권력 감시가 본령이기 때문에 계속 질문하는데, 대통령실의 반박은 보도를 뒤집지 못하고 굉장히 많은 사회적 비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MBC 보도는 상식적이었다. 설령 '날리면'이 맞다고 해도 객관적인 사실 추구 노력은 존중해야 한다. 확실하지 않다면 판단하지 말라는 것은 제도적 관료적 사실체계에 언론을 포획히려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설명적 저널리즘과 성찰적 저널리즘을 보완해 저널리즘의 신뢰 회복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 SNU팩트체크 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은령 교수는 뉴스 이용자들의 인지적 편향 문제를 언급하며 "뉴스 이용자들이 사실에 설득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현장 언론인뿐 아니라 사실을 추구하는 사람 모두에게 열패감을 안긴다"며 "언론사 스스로 오리지널리티 있는 보도를 강화하고, 인용 출처 표기·수정 내역 공개 등 투명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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