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으로 간 '바이든 날리면' 보도...재판부 '음성감정'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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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MBC 상대로 한 정정보도청구 소송 19일 첫 변론기일
발언 진위·당사자 적격성 쟁점...재판부 "반론보도 합의 또는 음성감정 제안"

MBC 사옥.
MBC 사옥.

[PD저널=임경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발언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법정다툼으로 불거지면서 윤 대통령의 실제 발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외교부(박진 장관)가 MBC(박성제 당시 사장)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에서 보도 내용의 진실성과 당사자 적격성이 쟁점으로 등장하면서다.

MBC 측 변호인은 19일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성지호 부장판사)에서 열린 정정보도청구 변론기일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면 실제 발언이 무엇이었는지 원고 측에서 먼저 설명해줘야 하는데 소장에선 발언의 취지만 설명할 뿐 어떤 부분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달랐다는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후 제출할 서면 답변에 윤 대통령의 실제 발언을 밝혀줄 것을 외교부 측에 요청했다. 기존 보도에 대한 정정을 요구하려면 정정해야 할 내용을 사전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MBC 측 제안과 관련해 외교부 측에 “답변할 수 있으면 하라”고 권고했다. 외교부 측 변호인은 “다음에 말씀하신 취지에 맞게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발언 주체인 윤 대통령이 정확한 내용에 대한 언급을 함구한 상황에서 실제 내용을 적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MBC는 미국 순방길에 오른 윤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1일(현지시각) 한 국제회의장을 나서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OOO 부분에 ‘바이든’이라는 자막을 달아 최초로 보도한 바 있다. 국내 유수의 언론매체들도 해당 내용을 연이어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 '비속어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28일 서울 상암 MBC 사옥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MBC의 보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PD저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 '비속어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28일 서울 상암 MBC 사옥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MBC의 보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PD저널

하지만 당시 대통령실은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을 통해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했다”며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순방에서 돌아온 윤 대통령은 해당 내용을 다룬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라고 규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발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발언에 대한 진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실제 발언 내용의 확인 필요성이 재차 불거진 것이다.

재판부는 “적절한 선에서 반론보도를 하고 종결하는 방안과, 정정까지 원한다면 음성감정을 해서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확인) 하는 방법이 있다”고 신속한 해결을 위한 방안 두 가지를 제시했다.

외교부 측은 MBC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해 답변하겠다고 밝혔고, MBC는 외교부 측의 반박 서면 자료를 검토한 뒤 대응방안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MBC 측 변호인은 “지금으로선 MBC에서 반론보도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오는 7월 7일 두 번째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9월 22일 MBC 뉴스데스크 뉴스 리포트 갈무리.
9월 22일 MBC 뉴스데스크 뉴스 리포트 갈무리.

MBC 측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직후 취재진을 만나 “외교부는 (정정보도를) 청구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당사자 적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2020년 김정숙 여사의 보도(<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 2019.06.11. 남정호 논설위원)와 관련해 대통령비서실에서 <중앙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판결문을 보면 이런 소송이 자칫 개별적인 이익도 없는데 언론을 탄압하는 수단이 될 수 있어 문제가 있다고 본 부분이 있다”며 “이번 사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당시 재판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부장 김병철)는 소송을 낸 주체가 보도 대상인 대통령 부부와 관련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정정보도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보도 대상자들의 업무를 보좌한다는 이유만으로 넓게 소송 주체를 인정한다면 힘 있고 돈 있는 집단을 이끄는 사람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도 그들에게 비판적이라고 생각하는 언론기관이나 언론인을 상대로 각종 법률적 다툼을 벌임으로써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해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시한 바 있다.

한편 외교부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문화방송(MBC)의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해 우리 외교에 대한 국내외의 신뢰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며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우리 외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사자 적격성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우리 외교의 핵심 축인 한미관계를 총괄하는 부처로서 해당 보도의 가장 큰 피해자라 당사자 적격을 가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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