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방문진 보고에서 "PD수첩' 자막 단순 실수...팩트 하자 없어"...'방문진 흔들기'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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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으로부터 총사퇴 요구받은 방문진, 18일 'PD수첩' 제작 경위 보고 받아

방송문화진흥회. ©PD저널
방송문화진흥회. ©PD저널

[PD저널=장세인 기자] MBC가 <PD수첩>'논문저자 김건희' 편과 관련해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 "'재연 미고지'는 단순 실수로, 팩트에는 하자가 없다"고 보고했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문진은 18일 열린 이사회에 박장호 MBC 기획조정본부장을 불러 <PD수첩> ‘논문저자 김건희’편 제작 경위와 ‘재연 미고지’ 대응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

지난 11일 <PD수첩>은 ‘논문저자 김건희’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을 검증 보도했다.

김건희 여사 재연 장면에 ‘재연’ 고지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MBC는 ‘부적절한 화면 처리’였다고 인정하고 김 여사 대역 화면과 국민대 관계자 제보 화면에 ‘재연’ 표기 후 영상을 다시 업로드했다. 제작진의 반론 요청에 응하지 않은 국민대는 방송이 나간 뒤 <PD수첩>에 ‘(논문이) 한 번에 통과됐다’, ‘사업계획서 같다는 말이 나왔다’는 제보자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김도인 방문진 이사는 “프롤로그를 보는데 주제와 상관없이 마치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 비포 애프터를 보여주듯 (김건희 여사 사진을) 쭉 늘어놨다”면서 국민대 관계자들의 증언 장면에 대해서도 “한 사람이 한 말을 다수가 한자리에 모여서 선언하는 것처럼 처리했는데 내가 거두고자 하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상대방을 비난했다. ‘논문을 한 번에 땄다’는 주장도 크로스체크를 했느냐”고 말했다. 지성우 이사는 “공정성을 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제작 경위를 말해 달라. 외부적인 압력이 있었냐”고 물었다.

박장호 본부장은 “‘한 번에 땄다’는 발언은 제보자의 인터뷰 내용으로 은유적인 표현으로 봤다. 그리고 몇 명의 관계자가 인터뷰했는지는 취재원 보호를 위해 밝히지 않고 있는데 한 사람이라는 근거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박장호 본부장은 방송 일정이 촉박해 일어난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박 본부장은 "재연 자막 관련해서는 규정을 숙지하라고 제작진에 공문을 보낸 상태이며, 그 이후에 파악한 결과 적어도 취재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결론, 반론, 팩트체크 등 파악한 것에 하자가 없다”며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의견도 있는데 국민대 대학원 내부 관계자를 통해서 상세하게 취재한 건 <PD수첩>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PD수첩> 방송이 대통령 비속어 발언 보도와 관련한 '보복방송'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취재원 보호를 위해 방송의 제작 시점이 언젠지 정확하게 말씀드리진 못하지만 대통령 비속어 발언 보도가 나간 9월 22일보다 한참 전에 제작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석환 이사는 “프로그램으로 제작되고 방송될 만큼의 공익적인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보도로 인한 당사자들의 피해까지 고려하면 프로그램을 못 만든다”고 말했다.

윤능호 이사는 “11일 <PD수첩> 보도가 나갔을 때 내용에 관해서 보도했던 건 언론사 서너 군데다. 자막 누락 부분이 알려지면서 모든 신문과 방송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이게 지금 우리의 언론 상황”이라고 꼬집으면서 “이번 보도가 의미 있다고 보고, 사소한 것 때문에 중요한 내용이 묻히지 않도록 세심하게 노력을 기울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태선 이사장은 이번 업무보고에 대해 “프로그램 하나하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개입으로 비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라면서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항상 조심하고 있고 MBC가 공정한 방송으로 평가받길 바라는 마음과 지나치게 외부 공격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우려의 발로였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일정 중 14일 진행된 MBC 비공개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상암 MBC 본사에 방문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여당의 방문진 이사진 총사퇴 요구를 두고 '방문진 흔들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 14일 MBC 비공개 업무보고를 받다가 중도 퇴장한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MBC 경영진과 방문진 이사진 총사퇴를 요구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MBC 편파‧조작 방송 진상규명 TF’는 지난 17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방문진 이사 전원의 해임을 촉구하는 공문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능호 이사는 “지난번 (윤석열 대통령) 순방 발언 논란 때도 공정언론국민연대에서 방문진 이사 사퇴를 요구하는 등 일련의 액션들이 특정한 집단이나 정당에서 의도를 가지고 방문진을 흔드는 것이 아닌가 상당히 우려스럽다”면서 “자막 누락에 대한 조사나 조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의도된 조작이라고 몰고 가고 방문진에서 관리 책임을 회피했다는 식으로 규정짓고 이사 전원의 사퇴를 공식적으로 방통위에 요구하는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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