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패스트 무비', 저작권법 걸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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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 포함' 콘텐츠 리뷰 인기…저작권 협의·표기 필수
OTT들 단속 나서면서도 "홍보 차원에서 그냥 두는 경우도 많아"
"영리적이고 상습적인 경우 비친고죄 적용 가능"

리뷰를 전문으로 하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썸바디'를 56분 분량으로 축약해 결말까지 공개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갈무리
리뷰를 전문으로 하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썸바디'를 56분 분량으로 축약해 결말까지 공개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갈무리

[PD저널=임경호 기자] 넘쳐나는 리뷰 콘텐츠의 홍수 속에 저작권자의 권리 구제는 요원할 수밖에 없을까.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 그랬어요.” 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에서 배우 유아인(조태오 분)이 내뱉은 대사는 ‘패스트 무비’ 시장에 팽배한 저작권 인식을 대변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러닝타임보다 짧은 시간에 소비할 수 있도록 편집‧축약한 리뷰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패스트 무비’에 대한 관심도가 대폭 증가했지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그에 못 미치는 모양새다. 특히 코로나 19 팬데믹을 기점으로 OTT 콘텐츠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오리지널 콘텐츠가 리뷰의 소재로 등장하는 빈도가 전보다 늘어 저작권 침해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OTT 플랫폼 <웨이브>가 지난달 18일 공개한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은 최근 입소문을 타며 각종 리뷰 채널에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채널에서 별도의 표기 없이 영상을 사용하는 모습이 목격된다.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원본 콘텐츠를 편집, 요약하는 ‘패스트 무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일본은 최근 ‘패스트 무비’를 제작하던 유튜버에게 저작권 침해에 따른 피해보상액을 산정해 화제가 됐다.

지난달 17일 일본 도쿄지방재판소는 ‘패스트 무비’를 무단으로 제작해 공개한 혐의로 20대 유튜버에게 피해보상금 5억 엔(약 48억 원)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원고인 13개 영화사들이 유튜브에 배포된 영화의 가격을 근거로 패스트 무비 1회 시청에 따른 피해액을 200엔(약 1900원)으로 산정했는데 법원이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245만 구독자를 보유한 영화·드라마 리뷰 전문 채널 '지무비'의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몸값' 저작권 허가 및 제작비 지원 표기. ⓒ유튜브 채널 갈무리
245만 구독자를 보유한 영화·드라마 리뷰 전문 채널 '지무비'의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몸값' 저작권 허가 및 제작비 지원 표기. ⓒ유튜브 채널 갈무리

우리나라도 저작권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원작자의 승인을 전제 조건으로 저작권 승인 사실을 별도 표기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0년 개정한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가이드라인’은 ‘상품 등을 좋다고 인정하거나 구매·사용을 권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등에 경제적 이해관계를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무비’(245만)나 ‘구불’(90만) 등 일정 수준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리뷰 채널들은 저작권 협의 사실을 게시물에 별도로 표기한다. 제작비 지원의 경우 영상 콘텐츠에 경제적 대가를 지원받았다는 고지를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OTT들도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채널을 대상으로 저작권 단속을 하고 있다. 

<티빙> 관계자는 “각 콘텐츠 담당자가 외부 저작권 모니터링 업체와 함께 저작권 불법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며 “무단 이용 건 발견 시, 게시글 삭제 요청, 플랫폼 신고 및 차단, 채널 폐쇄 등의 요청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홍보에 도움이 되는 경우 저작권 침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플랫폼 차원에서 일일이 대응하기도 힘들고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으며, 현행법상 저작권자가 능동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웨이브> 관계자는 “적당히 선을 지키면서 리뷰하면 홍보 차원에서 그냥 놔두는 경우도 많다“며 “유튜브는 저작권자가 마음먹으면 언제든 내리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1' 티저영상. ⓒ콘텐츠웨이브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1' 티저영상. ⓒ콘텐츠웨이브

<유튜브>는 저작권 침해 사례를 찾도록 도와주는 콘텐트 아이디(Content ID) 솔루션과 저작권 침해 사례에 대한 신고 양식 등을 제공하지만 선제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작권 침해 영상이 오히려 인기를 얻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한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결말 포함' 리뷰가 대표적이다.

구독자수가 30만을 넘는 한 리뷰 채널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썸바디'가 공개된 다음날 8부작으로 구성된 내용을 56분으로 줄여 이야기의 결말까지 영상에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92만 회를 기록 중이다.

구독자 수가 100만을 상회하는 인기 리뷰 채널 운영자는 “리뷰에 결말을 포함하는 것 자체가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범죄 행위라고 할 수 있는데 시청자들의 수요 증가로 인해 조회수가 어느 정도 보장되기 때문에 그런 부류의 영상만 제작하는 공장식 채널도 존재하는 게 현실”이라며 “대형 방송사 드라마 등은 저작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무단 도용 사례가 비교적 적고, 저작권 침해 대응에 수동적인 OTT 플랫폼의 콘텐츠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타인의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저작권법' 제136조제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처할 수 있다며 위법 행위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분쟁조정본부 관계자는 “저작권 침해는 친고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피해를 받은 사람이 요구를 해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영리적이고 상습적인 경우 비친고죄를 적용할 수도 있다”며 “저작권자의 묵인을 저작권 사용 허가로 오인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작권 침해 행위는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사실상 절도 행위에 해당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필요하다”며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결국 콘텐츠 문화나 산업에 좋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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